일본군 ‘위안부’ 소송 각하돼

재판부, 인권의 최후 보루 역할 저버려
▲일본군'위안부'피해자 지원단체 네트워크가 재판 직후 성명문을 발표하고 있다.

  어제(21일) 故 곽예남 씨 등 20명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1심이 각하됐다. 국가면제가 인정돼 소송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 각하의 근거다. 일본군‘위안부’피해자 지원단체 네트워크(지원단체 네트워크)는 “피해자들의 절박한 호소를 외면하고 인권의 최후 보루로서의 책무를 저버린 판결을 역사는 부끄럽게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군’위안부’피해자 지원단체 네트워크가 재판 직후 성명문을 발표하고 있다.

  소송이 각하된 주된 근거는 국가면제론이다. 국가면제는 한 국가의 법원이 다른 국가를 재판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국제법상 원리다. 이번 판결을 내린 재판부(부장판사 민성철)는 현행 국제 관습법에 입각해 일본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국가면제론에 대한 이번 재판부의 판단은 올해 초에 있었던 승소 판결과 엇갈린다. 지난 1월 8일 일본 정부를 상대로 승소한 일본군 ‘위안부’ 재판에서 재판부(부장판사 김정곤)는 국가면제가 무조건적으로 인정되는 법리가 아님을 명시하고, 문제 해결의 최종적 수단인 해당 소송에 국가면제가 적용되면 원고의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받을 수 있다고 봤다.

  재판 결과를 두고 지원단체 네트워크는 “(재판부가) 인간의 존엄성 회복을 위해 투쟁한 피해자들의 활동을 철저히 외면하고, 국가면제를 주장한 일본 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라며 “피해자의 재판받을 권리를 제한하고 인권 중심적으로 변해가는 국제법의 흐름을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국가면제론을 제외하고도 재판 결과에 대해 여러 비판이 제기됐다. 소송 대리인단 이상희 변호사는 “판결 내내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 이유인 인간 존엄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가 2015 한일합의를 권리구제 절차로 인정한 부분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 변호사는 “헌법재판소도 2015 한일합의는 권리구제 절차가 될 수 없다고 명시했는데 (이번 결과는) 그에 반하는 결정”이라며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라고 말했다.

  이번 재판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2015 한일합의에 항의하며 2016년에 제기한 것으로, 일본 정부의 소장 수령 거부로 인해 2019년에 재판이 시작됐다. 지난 1월 13일 재판 선고가 이뤄질 예정이었지만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는 재판부의 판단으로 변론이 재개돼 선고 일정이 미뤄졌다.

  이상희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국가면제론을 제외하고도 여러모로 아쉽고 문제가 있는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판결과는 별개로 지난 1월 승소 판결의 의미는 유효하다. 이 변호사는 “지난 (승소) 판결은 확정됐으므로 반드시 일본 정부는 판결 내용을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가 소속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논평을 통해 ‘피해자들과 의논하여 빠른 시일 내에 항소 절차로 나아갈 것’을 밝혔다.

댓글 댓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Previous Post

"그럼에도 우리는 이길 수 있다"

Next Post

비정규직 처우개선 예산 두고 본부와 노조·학생단체 의견 엇갈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