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호를 앞두고 서울대저널 학원부에선 새로운 시도를 했습니다. <학내 노동 동향>이라는 코너를 만든 것인데요. <학생회 동향> 코너에서 각 단과대 학생회가 당면한 이슈를 보도해왔듯, 학내 노동자들의 이야기도 매 호 다뤄보기로 했습니다.
‘동향’이라 하면 사실 제겐 좀 가벼운 느낌이었습니다. 이를테면 ‘국내 경제 동향을 살펴본다’거나 ‘여론 동향을 파악한다’처럼, 세상이 돌아가는 줄거리를 대강 훑어본다는 의미로 생각했습니다. 동향만으로 사건의 심층을 파고들 순 없다고 믿었습니다. 동향을 다루는 기사가 얼마나 필요한 것일지 의문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이번 호까지 두 편의 <학내 노동 동향>을 써내면서 조금은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지난달 동향을 취재하며 들었던 이야기가 이번 달에는 더 무게감 있는 의제로 돌아왔습니다. 자체직원과 법인직원의 인사관리를 통일해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는 정부출연금 예산요구서에 비정규직 인건비 예산을 반영하라는 주장으로 구체화됐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생기는 사건은 없었습니다. 일상의 동향이 모여 본격적인 사건으로 드러날 뿐이었지요. 제가 파고들고 싶어 했던 ‘사건의 심층’이란 것도 알고 보면 동향들의 모음집에 지나지 않으리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향을 써내는 일은 기자에게 특종을 터뜨리는 일보다 더 많은 걸 요구하기도 합니다. 동향을 쓰려는 기자는 뚜렷한 이슈가 없어도 묵묵히 기사를 써내야 하고, 같은 이들을 매번 찾아가 비슷한 질문을 던지는 번거로움도 이겨내야 합니다. 그간 대여섯 편의 동향 기사를 써오면서 제가 배운 건 꾸준함이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건을 다루는 기사가 사진이라면, 동향을 다루는 기사는 다큐멘터리 같습니다. 동향을 기록하려는 이는 어깨에 캠코더를 메고 담담하게 일상을 찍고 있어야 하지요. 다음 달에도 학원부는 동향을 써내려 합니다. 적어도 우리 학교 안에서만큼은 한 방의 특종으로 소비되고 스러지는 목소리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기삿감이 되기엔 조금 모자라 보이는 일상의 이야기도 우리가 담아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사진 찍을 거리’가 있든 없든 캠코더를 어깨에 지고 있는 기자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