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수업으로 한적한 캠퍼스 곳곳에 현수막이 걸렸습니다. ‘본부의 정부출연금 예산요구서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인건비 예산을 반영하라’는 내용이었는데요. 이번 호 노동 동향에서는 인건비 예산을 둘러싼 노사 간의 논쟁을 먼저 다루고, 학내 노조들의 4월 동향도 정리했습니다. 주요 쟁점에 대해선 서울대학교 본부(사무국 인사교육과)의 입장도 함께 실었습니다.

  ※ 서울대학교노동조합(서울대노조)는 법인직원과 조교, 자체직원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전국민주일반연맹 서울일반노동조합(일반노조)에는 미화·경비, 기계·전기 등 시설관리직 노동자들이 주로 가입하며, 전국대학노조 서울대지부(대학노조)는 자체직원, 학사운영직, 생협 노동자 등이 소속돼 있습니다.

대학노조 송호현 지부장·일반노조 정성훈 시설분회장, “예산요구서에 비정규직 인건비 반영하라”

대학노조 송호현 지부장

  매년 4월 말일까지 서울대 총장은 다음 연도 예산요구안을 교육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그런데 그동안의 예산요구서에는 법인직원, 정규직 교수, 조교를 제외한 나머지 직종의 인건비 예산이 빠져 있었다. 대학노조가 자체직원의 교섭대표노조로 임금교섭에 나섰을 때도 본부 측 교섭위원들은 예산이 부족하다는 입장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예산이 부족한 이유는 애초에 대학본부가 법인직원 이외의 직종에 대한 인건비 예산을 교육부에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육부로부터 충분한 인건비 예산을 받게 되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 요구안도 들어줄 수 있지 않겠나.

일반노조 정성훈 시설분회장

  본부 측은 임금협상마다 예산이 없다는 핑계를 대곤 했다. ‘얼마까지는 수용할 수 있으나, 그 이상은 예산이 부족해서 어렵다’는 식이었다. 그동안의 임금협상에서 노조 측 요구 조건이 대부분 반영되지 못했던 이유다. 그래서 이번 성명서를 쓰게 됐다. 이제는 임금협상에서 예산이 부족해 어쩔 수없다는 핑계를 대지 말고, 본부가 먼저 비정규직 노동자의 인건비 예산을 여유 있게 확보하라는 내용이다.

서울대 대학본부, “자체직원 포함한 예산요구 비현실적”

  정부에 대한 예산요구는 학교가 임의로 결정해서 추진하는 방식이 아니다. 공무원인 법인직원과 다르게 자체직원은 학교의 연구·사업·공개강좌 등 사업의 발생에 따라 해당 사업 수행을 위한 사업예산의 범위 내에서 채용된다. 이들은 정부에서 직접 정원을 관리해온 공무원 직군이 아니므로, 예산요구에 있어 자체직원과 법인직원을 동일한 집단으로 생각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정부예산은 이미 정해진 조직과 편제에 따라 국민 세금을 분배하는 것이지 않나. 정부 부처에서 당초 감안한 정원이 아닌, 각 기관의 사업에 따라 스스로 채용한 자체직원을 모두 포함해서 예산을 배정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본다.

  다만 학교에서는 자체직원의 근로조건 향상을 위하여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제 여건이 어렵고 사업·연구비 확보가 항상 긍정적인 상황은 아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달라.

대학노조 송호현 지부장, “자체직원에 대한 인사관리를 따로 분리하는 것 자체가 문제”

  본부가 예산요구서를 임의로 결정할 수 없다는 주장부터 모순적이다. 실제로 어떤 항목을 얼마나 지원할지는 교육부에서 판단하는 게 맞지만, 예산요구서 자체는 학교가 작성해 교육부에 제출하는 것 아닌가.

  본부는 자체직원과 법인직원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물론 사업기간이 정해진 상태로 채용된 자체직원이 있지만, 이는 극히 일부다.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자체직원의 경우, 법인직원과 마찬가지로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것을 본부로부터 직접 인정받았다고 봐야 한다. 계약직의 무기계약직 전환 시 본부에서는 사전심사를 통해 각 기관에서 필요한 인원인지, 기관에서 예산 부담을 할 수 있는지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한다. 따라서 상시지속 업무에 종사하는 자체직원은 법인직원과 동일한 방식으로 인건비 지급 체계를 적용받을 근거가 있다.

  고용노동부 고용형태공시에도 서울대 직원은 자체직원을 포함해 3,000명이라고 명시돼 있으며, 교육부 측에서도 대학정보공시의 ‘직원 현황’ 항목에 자체직원을 포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중앙행정기관에서 당초 감안한 정원이 아닌 부처별 필요에 의해 스스로 채용한 공무직 노동자라 하더라도 이들의 사용임금을 인건비·기본경비로 편성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본부는 오히려 정부 부처의 입장에 역행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대노조 박종석 위원장, “차이를 최소화하는 임금 가이드라인 만들어야”

직원마다 서로 다른 임금체계가 적용된다던데.

  법인직원은 임금체계가 통일돼 있지만, 시설관리직·기술직과 같은 자체직원의 임금체계는 총장 발령인지 기관 발령인지에 따라, 혹은 소속된 기관에 따라 다른 상황이다. 소속 법인별로도 다르다. 산학협력단, 발전기금, 생활협동조합, 서울대학교까지 법인이 다르다 보니 임금이나 복지에 현저한 차이가 있다. 총장이 하나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통일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과정에서 주목할 쟁점이 있을지.

  자체직원 내부에서도 연봉제, 직무직급제를 비롯해 임금체계가 4개나 있다. 그러다 보니 가이드라인이 직종별로 각기 다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어 문제다. 어떤 곳에서는 가이드라인이 제정되면 임금 처우가 개선되겠지만, 어떤 곳은 오히려 가이드라인보다 지금 상황이 나을 수도 있다. 이 점이 앞으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업무시간이 저마다 다르다는 점도 문제다. 현재는 업무 가이드라인이 없어 상황에 따라 일이 늘거나 줄 수 있다.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작년에 노조 차원에서 시간외수당 적용가능시간을 기본 10시간으로 정했다. 그런데 ‘기관의 사정에 따라 조정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두니 기관별로 단서 조항을 다르게 해석하더라. 올해는 자율적 해석이 가능한 여지를 최소화하려 한다.

서울대 대학본부, “개별 교섭이 오히려 현실적”

  산학협력단, 발전기금, 생활협동조합은 법인이 독립되어 있으므로 임금이나 복지 등의 여건이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각 법인의 특성에 따른 현실적인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임의적인 가이드라인 제시는 오히려 부적합한 측면이 있다. 자체직원도 각 소속기관의 채용목적과 업무현황을 고려해 인사관리가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서울대학교는 정부의 지침을 준수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향후 정부 차원의 표준 임금모델이 마련된다면 검토하겠다.

일반노조 임민형 기계·전기분회장·정성훈 시설분회장, “직급제 하에서는 장기근속해도 저임금”

임금체계 개편이 이번 임금협상의 주요 쟁점이라 들었다.

  법인직원은 호봉제인 반면, 미화·경비노동자는 최저임금에 일정액을 더해 전체 보수를 책정하는 일종의 연봉제를 적용받는다. 그러다 보니 최저임금 인상 폭에 따라 보수가 결정되는데, 기본급은 사실상 최저임금 수준이라고 봐야 할 정도로 낮다.

  기계·전기노동자의 임금체계는 여섯 단계로 직급이 나뉜 직무직급제인데, 몇 년을 일하든 호봉 상승 없이 직급별로 고정된 액수의 임금을 받는 형태다. 문제는 직급 승진의 뚜렷한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오랜 기간 근로해도 계속 같은 직급에 머무른다. 그런데도 본부는 매년 직급별 기본급만을 인상하자는 식이다. 그마저도 매우 낮은 수준의 인상률이다. 시설관리직 노동자들은 1년을 일하나 15년을 일하나 계속 저임금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간 본부에 호봉제 적용을 요구해왔다. 근속연수가 올라가며 숙련도가 쌓이면 그에 맞춰 임금도 오르는 게 합리적이지 않나. 하지만 본부는 줄곧 호봉제를 반대하고 있다. 올해 임금협상에서는 호봉제 성격을 포함한 새로운 임금체계를 적극적으로 요구할 예정이다.

서울대 대학본부, “정부 기준 검토하겠다”

  서울대는 정부 지침 및 타 기관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시설관리직 기계·전기 직무의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타 대학의 급여 수준과 정부종합청사 등 정부 기관의 시설관리직 임금체계를 심도 있게 검토할 예정이다. 현재 고용노동부에서 공무직 임금체계 관련 검토가 진행되고 있는데, 앞으로 발표될 정부 기준을 준수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대학노조 송호현 지부장, “학사운영직 사학연금 가입, 학교 의지에 달려 있어”

학사운영직 직원들의 사학연금 재가입을 요구해오셨다고. 

  2017년 비학생조교들이 본부의 학사운영직으로 전환되면서 기존의 사학연금에서 탈퇴하고 국민연금에 가입해야 했다. 연금 계산에 있어 손해가 크다. 대학노조에서는 학사운영직으로 전환된 분들이 다시 사학연금에 가입할 수 있게 해달라고 본부에 요구하고 있다.

  사학연금 가입 기준은 서울대 정관에 인원이 명시됐는가를 따르는데, 실제로 다른 대학에서는 정관을 개정하지 않고서도 직원들이 사학연금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던 사례들이 있다. 대학교에서 의지가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본부는 학사운영직은 사학연금에 가입할 수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서울대 대학본부, “법률 따라 처리한 것, 연금공단에 문의해야”

  사학연금은 연금 관련 법률에 따라 가입대상이 정해진다. 조교는 고등교육법상 사학연금 가입대상이므로 법에 따라 가입대상이 됐던 것이고, 학사운영직은 고등교육법상의 조교가 아닌 무기계약직으로 신규임용된 것이므로 가입대상이 아니라고 봐야 한다. 연금가입 부분과 관련해서는 사학연금 공단에서 가입 적격 여부나 가입대상 등을 판단하므로, 공단에 문의가 필요한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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