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2007년 최초 발의된 이후 7차례 발의된 차별금지법 제정안은 이번 국회에서도 실질적 논의가 진행되지 않은 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계류중이다. 차별금지법연대는 지난 4월 15일부터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를 위해 목요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5월 13일 제5차 목요행동은 가정의 달 5월과 아이다호데이(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를 맞아 기획 토크쇼로 진행됐다. 토크쇼 ‘만나고 싶었습니다!’에는 ‘정치하는엄마들(정치하마)’의 권은숙, 서이슬 활동가,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행성인)’의 오소리, 지오 활동가, ‘성소수자부모모임(부모모임)’의 하늘, 결울빛 활동가가 참석했다.
토크쇼는 세 단체가 각각의 활동을 소개하고 서로 궁금한 점을 질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정치하마는 스쿨 미투, 유치원 비리, 이주민 문제, 성 평등 관련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성소수자 자녀를 둔 부모들의 모임으로 부모모임은 활동 7주년을 맞아 그간의 활동이 녹아든 다큐멘터리 ‘너에게 가는 길’을 개봉했다. 행성인은 성소수자의 기본적인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폭넓은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엄마와 정치
정치하마는 부모의 역할과 정치적 행동이 모순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서이슬 행동가는 “‘애 엄마 같지 않아’라는 말 아래 ‘애 엄마는 정치적 행동을 하면 안 된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 앞세워 정치한다’고 말하지만, ‘엄마가 정치하면 안 된다’는 것 자체가 우리가 깨고자 하는 틀”이라 밝혔다.
부모모임과 정치하마는 스스로 ‘부모로서의 정체성’과 ‘나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균형을 찾기 위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여러 나를 발견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데 공감했다. 권은숙 행동가는 “기혼 유자녀 여성에 바라보는 노골적인 혐오 시선을 마주할 때가 있지만, 그럴 때마다 더 당당하게 내 자녀만을 위한 일이 아닌 모든 사람을 살리고 돌보는 일을 찾아 행동한다”고 덧붙였다.
정상가족과 성소수자 부모모임
부모모임과 행성인은 ‘정상가족’에 관한 고민을 나눴다. ‘부모’라는 이름 아래 있는 부모모임이 정상가족 틀에 기대 성소수자 인권을 요구하는 단체가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기 때문이다. 행성인은 “부모 자식의 관계 자체가 정상가족 프레임 공고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생각한다”고 말하며 “성소수자자 부모모임을 통해 부모들이 자식을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는 시각에서 벗어나 동등한 주체로 존중하는 태도 속에서 커밍아웃 과정을 보낼 수 있게 되는 것”도 정상가족 틀을 조금씩 깨는 일이라 덧붙였다.
자녀의 커밍아웃
자녀의 커밍아웃에 부모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행성인과 정치하마는 자녀의 커밍아웃을 대하는 방법에는 왕도가 없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행성인은 상처받은 경험들이 부모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원인이 된다고 말하며, 부모가 먼저 직접적으로 이야기 꺼내기 어렵다면 굿즈나 글씨체로 표시하는 방법을 추천했다. 행성인 지오 행동가는 “감정적 문제이므로 사람마다 바라는 반응이 다 다르지만, 믿음이 있기에 커밍아웃했다는 것을 알아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모모임 겨울빛 행동가는 “자녀가 그랬듯, 부모도 성소수자 부모 정체성을 받아들이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음을 이해해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향해
세 단체는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에 입을 모았다. 이들은 더 나은 민주사회를 만들기 위해 “성소수자나 성소수자 부모가 아니었어도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했을 것”이라는 의견에 공감했다. 정치하마는 “성소수자가 아니라도 우리는 어떠한 이유로 또는 어떠한 상황에서 소수자의 자리에 위치할 수 있다”며 “소수자라고 인식하는 사람만 차별금지법을 찬성하는 것도, 찬성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세 단체는 양육자라는 이유로, 아동이라는 이유로,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고, 누구라도 활개 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장애유무, 인종, 성별, 성적 지향, 성정체성 등 모든 조건에 따른 부당한 대우를 차별로 규정하고 이를 금지하는 법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될 때까지 목요일마다 전국 곳곳에서 차별금지법연대 목요행동은 이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