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옛날 사람들은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는 사실을 믿지 못했다고 합니다. 지구가 온 우주의 중심이니 마땅히 지구를 중심으로 태양이 돌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지구가 중심별, 태양이 행성이라고 믿었던 셈입니다. 지구가 중심별의 자리를 내려놓기까지 얼마나 많은 목소리가 필요했을까요.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 내린 제도나 관습, 윤리에도 중심의 자리를 내려놓으라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몇 십 년간 당연하게 여겨져 오던 병역 제도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간 누적된 병역 제도의 부조리가 ‘여성도 징병하라’는 주장으로 터져 나왔습니다. 남성징병제의 문제는 ‘징병’이 아니라 ‘남성’에 있다는 것인데요. 여성징병 담론은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짚고 있는 걸까요. 이번 커버스토리에선 병역 제도의 변화를 요구하는 여성징병 담론 그 자체를 들여다봤습니다.

  권리중심 일자리는 기존의 일자리 개념이 중심에 두었던 생산성 개념에 앞서 중증장애인의 노동권과 생존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시민모임 다른몸들 조한진희 대표는 건강한 몸의 환상에 얽매이지 말고 완치되지 않은 아픈 몸을 그대로 받아들여 보자고 제안하고요.

  영화제는 ‘별들의 축제’라는 고정된 이미지를 넘어 지역사회와의 연대를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서울대 학내 노조들은 ‘그동안 자체직원은 기관별로 채용해왔으니 기관마다 처우가 다를 수 있다’는 대학 본부의 입장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습니다. 한 캠퍼스 안에서 같은 업무를 하는데, 다른 기관에 채용됐다는 이유로 서로 다른 임금체계를 적용받을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이미 자리 잡은 관습에 맞춰 사람이 돌 것이 아니라 사람을 중심에 두고 관습이 돌아야 한다고, 이들은 외치고 있습니다.

  편집장 없이 네 명의 부서장이 편집을 맡았던 한 학기가 끝나갑니다. 한편으론 <서울대저널>이라는 공동체가 기자님들 주위를 잘 돌았는지도 반성하게 됩니다. 오히려 정해진 규칙, 그간 해온 관습에 뿌리를 박아 두고 기자님들께 그 주위를 돌길 강요했던 것은 아닐지요. 나름 관습을 깼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새로운 형태의 관습을 공고히 한 것은 아니었을까 하고 고민해봅니다. 함께 활동하며 많은 걸 가르쳐주신 기자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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