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일, 오랜만에 찾아온 활기찬 학교가 참 어색했습니다. 인문대 앞 벤치에 모여 옹기종기 얘기를 하고, 줄을 서서 학식을 먹으러 가는 모습이 생경하더군요 친구들과 얘기를 하다 보면, 확진자 수는 늘어나는데 왜 대면 수업을 강행하는지 모르겠다는 불만도 심심찮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시대가 넘어가는 그 사이의 시기를 이행기라 합니다. 지금까지의 삶의 구조나 방식을 청산하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삶의 구조와 방식을 정립하는 시기인 것이죠. 역사적으로 이행기에는 때 묻은 것들이 자리를 잃고, 새로운 것들이 탄생하며 그 과정에서 때로는 갈등이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왕관 모양의 바이러스는 21세기 인간 사회에 첫 이행기를 가져왔습니다.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지난 2년 동안 코로나라는 단어를 얼마나 많이 되뇌었을까요. ‘코로나 이전에는 그랬었지’, ‘코로나 이후엔 이럴 거야’ 라는 식으로 말이죠. 사람들은 코로나 이전을 그리워하기도, 코로나 이후를 소망하기도, 그리고 재난을 극복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을 불편해하기도 합니다.
이번 커버스토리는 코로나19 이후 대학의 미래를 배움과 관계맺음, 두 축에서 탐색했습니다. 집담회 참여자들에게 대학은 전공 지식만을 배우는 곳도, 학사 학위를 취득하는 곳만은 아니었습니다. 그들에게 대학이란 누구든지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자유의 공간이자, 다방면에서 인간적 성숙을 이끄는 기회의 공간이었습니다. 또 대면 전환이 대학의 본질적 의미를 찾는 필요조건은 되겠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라고 하더군요.
올해는 중요한 일이 많습니다. 제62대 총학생회 6차 재선거를 앞두고 있고, 4년간 서울대를 이끌 총장 선거도 예정돼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의 대학을 상상하기 위해서는, 마스크를 벗는 것 말고도 많은 준비가 필요할 겁니다. 그런 점에서 본부와 학생회들이 외치는 ‘대면 전환을 준비하자’는 구호는 반가우면서도 걱정이 앞섭니다. 팬데믹이 덮친 2년 동안 희미해진 대학의 가치는, 단순히 얼굴을 맞대고 수업을 듣고 얘기를 할 수 있게 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닐 것이기 때문입니다.
올 한해, 우리는 코로나 이행기를 잘 보낼 수 있을까요. 이번 커버스토리가 대면 전환을 넘어 더 나은 대학의 미래를 상상하는 하나의 가능성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