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산업, 팬덤과 기획사의 이인삼각

아이돌 팬덤 활동이 만들어내는 케이팝 시장의 지형

  팬덤은 케이팝 산업의 중심이다. 단순히 케이팝의 대표적인 소비자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케이팝 팬들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동시에 적극적으로 생산하는 프로슈머(prosumer)다. 문화 전문가들은 애정에서 비롯된 팬덤의 여러 행보가 케이팝 문화시장을 재형성할 정도의 영향력을 가진다고 평가하고 있다. 수동적 소비자를 넘어 적극적인 생산자이자 창작자가 된 팬덤 문화를 살펴봤다.

아이돌-팬 관계의 변화와 팬덤 창작문화의 등장

  기획사가 직접 제작해 대중과 팬들에게 제공하는 콘텐츠를 ‘1차 콘텐츠’라 부른다. 1차 콘텐츠의 종류는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뮤직비디오, 안무영상 등 음반 관련 콘텐츠 외에도 자체 예능, 브이로그 등 아이돌의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콘텐츠가 늘고 있다. 종류가 다양해진 만큼 1차 콘텐츠의 제작 자체도 늘었다. 

  1차 콘텐츠의 증가는 아이돌과 팬 사이의 관계성 변화에 기인한다.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연구소 이재원 연구위원은 “과거의 스타들은 신비주의 전략을 활용했지만, 요즘처럼 이용자의 참여가 일상화된 융합 미디어 환경에서는 그렇지 않다”며 “팬과 아이돌의 거리감을 좁히는 것이 인기 요인이 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기획사 입장에서는 팬을 적극적으로 참여시켜 아이돌의 인기를 유지시키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이해된다”고 덧붙였다. 팬들이 원하는 스타의 모습을 다양하게 제공해 팬덤을 활발하게 만들어 인기를 올린다는 것이다.

사진 설명 시작. 엔터사가 만들어낸 1차 콘텐츠를 기반으로 팬들이 다양한 2, 3차 콘텐츠를 창작한다. 2, 3차 콘텐츠를 기반으로 아이돌 관련 콘텐츠는 팬들에게 뻗어나간다. 사진 설명 끝.

엔터 산업 콘텐츠 바이럴 흐름. 기획사의 1차 콘텐츠를 팬들이 재생산하고 있다. ⓒ이혜인 연구원,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

  아이돌과 팬의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팬덤 플랫폼을 활용한 마케팅도 활발해졌다. ‘디어유’, ‘유니버스’, ‘위버스’ 등 기획사마다 존재하는 팬덤 커뮤니티 플랫폼은 게시글과 댓글 기능을 통해 같은 팬들뿐만 아니라 아이돌과도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다. 팬들이 올린 게시글에 아이돌이 댓글을 달 수 있는 식이다. 

  이러한 플랫폼을 통해 아이돌과 팬의 관계는 쌍방향의 관계로 변모했다. 모 엔터테인먼트 기획사에서 콘텐츠 기획을 맡고 있는 김초영 씨는 “기존에는 기획사에서 콘텐츠를 출시하고, 팬들은 그 콘텐츠를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식이었다면 요즘에는 팬과 아이돌이 서로의 콘텐츠에 반응하는 순환성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이돌과 팬의 쌍방향적 관계 형성에 따라 팬덤이 아이돌에게 애정을 표현하는 방식도 다양해졌다. 과거에는 음반을 구매하고 콘서트를 관람하는 등 팬으로서의 기본적인 소비 활동이 주를 이뤘다면, 현재 팬덤의 소비는 여러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아이돌에게 선물을 보내는 ‘조공 문화’로 성장한 커스텀 인이어·마이크 산업, 선물 포장 사업이 대표적이다. 아이돌의 생일에 맞춰 카페를 대관해 팬들끼리 축하를 하거나 지하철역에 생일축하 광고를 거는 것도 팬덤의 새로운 소비다. 2020년 서울교통공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에 서울 지하철에 게재된 아이돌 및 유명인 광고 건수는 총 2,166건으로, 2014년부터 매년 두 배 가까이 증가해왔다. 이처럼 팬들의 새로운 수요로 생겨난 시장이 커지자, 이를 지칭하는 ‘팬더스트리’(팬과 인더스트리의 합성어)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팬덤의 창작문화도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특히 팬들이 만든 영상 콘텐츠가 활발히 유통되고 있다. 유튜브에 게시되는 교차편집*, 자체 콘텐츠(자컨) 편집, 직캠, 댓글모음, 릴스, 유튜브 쇼츠 등의 영상물은 ‘요즘 덕질’의 핵심적인 콘텐츠로 자리잡았다. 오공훈 대중문화평론가는 팬덤 창작문화 확장에 대해 “팬픽*으로 대표되는 팬 창작물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요즘은 휴대폰의 촬영 기능,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의 대중화, 유튜브 등 영상 플랫폼의 발달로 팬들의 창작물을 더욱 폭넓게 향유할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된 것”이라 설명했다.

*교차편집: 동일 음원에 대한 아이돌의 음악방송별 무대영상을 짜깁기한 영상

*팬픽: 팬들이 아이돌을 등장인물로 세워 만드는 가상의 이야기

팬덤, 아이돌 지지층의 결속과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팬덤의 창작활동은 2020년부터 ‘팬덤 경제’라는 용어로 설명되며 그 경제적 가치를 인정받기 시작했다. 유안타증권 이혜인 연구원은 지난 4월 ‘2022 엔터 르네상스의 시작’ 보고서에서 케이팝 팬덤을 ‘무보수 크리에이터’로 정의했다. 팬들이 아이돌과 관련된 1차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파생 콘텐츠들을 자발적으로 만들어 아이돌을 홍보하고 팬덤을 성장시키고 있음을 드러내는 표현이다. 아이돌의 매력적인 모습을 모아서 보여주는 ‘입덕 영상’이나 팬들이 찍은 ‘직캠’ 영상을 통해 아이돌의 인기가 올라가는 것이다. 심지어 과거 활동했던 아이돌의 영상이 유튜브에서 인기를 얻으며 음원 차트를 ‘역주행’한 사례도 있다.

  팬덤의 창작활동은 팬덤 내부의 유대감을 강화해 팬덤으로부터 이탈하지 않게 하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오공훈 대중문화평론가는 “팬들은 자신의 창작활동을 통해 아이돌에게 좀 더 친밀함을 느끼며, 이는 아이돌의 인기 유지와 팬덤 내부의 결속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과거 아이돌 영상을 편집해 팬덤 커뮤니티에 업로드했던 배아름 씨(가명)는 “영상 편집을 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하지만, 다른 팬분들과 창작 콘텐츠를 즐기면서 아이돌의 활동이 없는 정체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자신의 경험을 공유했다. 배 씨는 올해로 10년째 덕질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팬덤 활동을 통해 발생하는 홍보 효과의 경제적 가치가 기획사의 수익 구조에 직접 드러나진 않는다. 기획사는 음반 판매와 콘서트 활동을 주된 수입원으로 삼기 때문에, 팬들의 창작활동이 기획사에게 직접적인 수익을 가져오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초영 기획자는 “플레이리스트, 팬튜브, 교차편집 등의 팬 창작 콘텐츠를 통해 새로운 팬의 유입을 촉진한다거나 기존 팬들의 충섬심을 높인다면, 그로부터 발생하는 간접적인 수익이 커질 수 있다”며 팬덤의 창작활동이 지닌 잠재력을 강조했다.

인포그래픽 설명 시작. 팬덤 플랫폼, 디어유의 구독자 수와 입점 아티스트 추이가 우상향하고 있다. 22년 1분기에는 구독자수 1,300천 명 및 아티스트 300명을 상회했다. 인포그래픽 설명 끝.

팬덤 플랫폼 디어유의 구독수 및 입점 아티스트 추이 ⓒ디어유, 키움증권 리서치센터

  팬덤 플랫폼의 경제적 가치 역시 갈수록 인정받는 추세다. 3대 글로벌 팬덤 플랫폼인 위버스, 유니버스, 디어유는 각각 680만 명, 440만 명, 135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키움증권 이남수 애널리스트는 이번 달 3대 팬덤 플랫폼이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디어유의 경우 2022년 2분기 매출액 128억 원, 영업이익 51억 원으로 예측돼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5.0%, 48.3% 상승한 모습을 보였다. 이 애널리스트는 디지털 마케팅에서 나아가 재개된 오프라인 콘서트를 통한 홍보로 팬덤 플랫폼 신규 구독자를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 봤다.

사진 설명 시작. 아이돌의 스케줄을 확인할 수 있도록 돕는 블립 앱의 모습이다. 달력을 기반으로 일자마다 아이돌의 활동을 멤버별, 팀별로 알려준다. 사진 설명 끝.

블립에서 확인할 수 있는 아이돌의 정리된 스케줄 ⓒ블립

  팬덤 경제의 효과는 기획사 바깥의 다양한 산업 분야로도 확장되고 있다. 아이돌 스케줄의 현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어플리케이션 ‘블립’, 팬들 간 굿즈를 거래하는 ‘포카마켓’, ‘최애마켓’, 덕메(덕질 메이트)를 추천해주고 아이돌의 방문 장소를 알려주는 ‘덕플’ 등의 팬덤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어플리케이션이 등장했다.

사랑하지만, 대우받지 못하는 이들

  그렇다면 프로슈머 팬들은 어떻게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을까. 가장 대표적인 프로슈머는 교차편집 영상 제작자다. 교차편집 영상의 제작 과정은 다음과 같다. 우선 음원과 안무 영상을 참고해 각 파트를 담당하는 멤버가 돋보이는 구간을 체크하고, 여러 방송사의 음악방송을 참조해 영상 콘티를 작성한다. 이후 영상들을 모아 음악에 맞춰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도록 편집한다. 마지막으로 영상의 첫 표지가 되는 썸네일을 제작하면 영상은 업로드된다.

사진 설명 시작. 교차편집 유튜버 김교차 씨가 영상 편집을 통해 만든 교차편집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와 있다. 사진 설명 끝.
 교차편집 영상 사례 ⓒ김교차 유튜브

  영상 제작 과정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10분의 짧은 영상이라도 1분 분량을 편집하는 데 1시간가량이 소요되기도 한다. 교차편집 유튜버 ‘강민혁X차누’ 씨는 “제작 한 번에 걸리는 시간 자체가 작업에서 가장 힘든 요소다”라고 밝혔다. 교차편집 유튜버 ‘김교차’ 씨는 “보통 싱크를 먼저 맞추고 편집을 시작해야 하는데, 편집을 하던 도중 싱크가 밀렸다는 걸 인지해 편집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했던 적이 있다”며 영상 제작 과정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총공*에 참여할 때도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총공은 음원 순위, 유튜브 조회수, 음방 점수 등을 올리기 위해 팬덤이 조직적으로 수행하는 투표 및 스밍 활동을 말한다. 총공팀에서 총무로 활동한 경험이 있는 이수영 씨(가명)는 “구성원을 특정할 수 없는 집단인 팬덤을 이끌어서 입금을 독려하고, 연락도 잘 받아주지 않는 엔터사와 소통하는 것이 지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렇듯 케이팝 산업이 팬덤의 노고에 기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팬들이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김다운 씨(가명)는 《아이돌육상선수권대회(아육대)》의 녹화 과정이 팬들을 홀대하는 대표적인 예시라고 언급했다. 아육대는 명절 특집으로 추석과 설 연휴에 방송되는 프로그램으로, 2010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편성됐을 정도로 화제성이 높다. 《아육대》 녹화는 오전 4시 40분에 인원 체크 후, 오전 5시 30분에 입장을 시작해 대략 20시간 정도 진행됐다. 녹화 시작 다음날의 새벽 즈음에야 녹화가 끝나는 경우도 허다했다. 긴 녹화 시간에도 불구하고 녹화장 외부로 나갈 경우 재입장이 불가능했다. 김 씨는 “녹화 당사자인 아이돌뿐만 아니라 관중으로 간 팬들도 오랜 시간 동안 고생하는데 팬들이 그러한 수고에 응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사진 설명 시작. 방탄소년단 음반 총공팀이 팬들의 음원 스트리밍을 독려하는 글을 트위터에 업로드했다. 컴백 이전까지 열심히 스밍을 하자는 내용이 담겨있다. 사진 설명 끝.

방탄소년단(BTS) 컴백 전 총공팀이 팬들의 음원 스트리밍을 독려하는 모습 ⓒ트위터 @ARMY52Hz

  2013년 SBS 가요대전 SOTY 사태 역시 팬덤에 대한 방송사의 부당한 대우를 잘 보여준다. 당시 SBS는 SOTY라는 어플 내 투표로 가요대전의 스페셜 무대를 꾸밀 아이돌을 선정하겠다고 밝혔으나, 방송사 측에서 예측한 인지도 높은 그룹이 아닌 다른 그룹이 투표에서 1위로 선정되자 스페셜 무대 자체를 없앴다. 당시 무대에 설 기회를 잃었던 투표 1위 아이돌의 팬이었던 배아름 씨는 “아무런 사과 없이 팬덤의 노력을 무시하고 약속을 어긴 방송사의 태도에 크게 실망했다”고 회상했다. 아이돌을 사랑하는 마음에 수고를 자처하지만, 자발적으로 나섰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노고가 가볍게 여겨지거나 이용당한다고 느끼는 팬들이 많은 것이다.

팬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불합리한 대우나 마음고생에도 불구하고 팬들의 창작활동 등을 이끄는 동력은 아이돌에 대한 사랑이다. 홈마* ‘깨비’ 씨는 “좋아하는 아이돌을 찍는다는 것 자체가 행복하고, 예쁘게 잘 찍은 날에는 며칠 내내 기분이 좋다”고 설명했다. 깨비 씨는 “좋아하는 아이돌이 내 사진을 잘 보고 있다고 고맙다는 인사를 하거나, 같은 아이돌을 좋아하는 팬들이 내 사진을 좋아해주고 응원해주면 더없이 보람차고 뿌듯한 마음을 얻는다”고 덧붙였다. 교차편집 유튜버 ‘솔연’ 씨는 “내가 좋아하는 그룹의 영상을 편집할 때, 혹은 해당 아이돌이 내가 만든 영상을 보는 걸 다른 프로그램이나 SNS에서 봤을 때 가장 즐거웠다”고 말했다.

*홈마: ‘홈페이지 마스터’의 준말. 직접 아이돌을 찍으러 다니며 팬들에게 고화질 사진을 공유하는 팬을 가리킨다. 트위터나 유튜브가 활성화되기 이전에 자신의 홈페이지에 사진을 올리던 것에서 유래한 명칭이다.

  4년간 교차편집 유튜버로 활동해 온 ‘강민혁X차누’ 씨 역시 “최애 그룹과 최애 멤버, 구독자분들이 영상 제작의 원동력”이라며 “우선 최애 멤버의 영상을 편집할 때가 정말 즐겁고, 애정을 녹여내 더 멋있어 보이도록 만든 결과물을 보면 더욱 뿌듯하다”고 설명했다. 이수영 씨는 “총공팀 팀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지하철 광고, 생일카페, 서포트 활동 등을 진행하면서 성취감을 느꼈다”며 그 모든 활동들이 “좋아해서, 사랑으로 하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팬아트를 그린 경험이 있는 양고은 씨(가명)는 “애정이 기반이 되는 활동이니 가끔씩 멤버가 ‘좋아요’를 달아주는 것만으로 활동을 이어가기 충분했다”고 말했다.

  팬덤 활동의 경제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팬들은 ‘노동’에 대한 대가를 바라지 않았다. 깨비 씨는 “(아이돌을) 찍으러 다니는 것 자체가 그냥 제 개인적인 만족에서 비롯됐기에, 물질적이거나 비물질적인 보상을 바란 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솔연 씨는 “영상을 계기로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와 노래가 유명해졌다면 그걸로 내 할 일을 다 한 거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팬들은 보상보다도 기획사가 팬덤의 의견을 수용해 창작활동에 보답하고자 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깨비 씨는 “팬들은 애정과 시간, 체력과 돈을 다 투자하면서 아이돌을 응원하는 건데 왜 아직까지도 팬들을 하찮게 여기거나 무시하는 행태를 보이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기획사가 팬을 좀 더 존중해줬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차우진 대중문화평론가 역시 “엔터사가 팬을 동료로 보는 인식이 필요하다”며 “팬을 일개 소비자가 아닌 함께 성장하는 주체로 인정할 때 장기적이고 건전한 엔터 산업이 구축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획사들은 이미 팬덤이 창출하는 직·간접적 가치를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팬덤 내에서 생산되는 각종 2차 창작물의 대부분이 초상권 및 저작권에 대한 허가 없이 만들어지지만, 기획사는 이를 엄격히 규제하지 않고 있다. 평론가는 “소속 아이돌에게 심각한 피해가 가지 않는 한 기획사가 팬들의 창작물을 단속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보인다”고 전망했다. 기획사도 팬 창작물의 홍보 효과를 인지하고 있기에 규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초영 기획자 역시 “기획사가 팬 창작물을 주시하고, 팬덤의 의견을 수용하는 방식으로 팬에게 보답하려는 추세가 있다”고 덧붙였다.

  조이진 문화연구자는 “팬들이 팬의 정체성과 창작자의 정체성을 공유하며 창작 문화를 구축해 나갈 수 있다”며 “팬덤의 참여문화가 사회문화적 맥락과 상호작용할 수 있고, 팬들이 그러한 문화의 주체임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평했다.

  아이돌 팬들의 사랑이 담긴 노고는 단순한 문화를 넘어 케이팝 산업을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 홈마 깨비 씨는 “함께 성장하는 기분을 느낄 때의 소속감이 아이돌을 더 오래 좋아할 수 있게 하고, 더 큰 화력을 보탤 수 있게 만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팬덤과 기획사의 이인삼각에서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팬덤의 영향력을 인정하며, 이들을 아이돌과 함께 성장하는 주체로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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