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연대 25-1동 코로나 검사소엔 한적한 공기가 맴돈다. 최근 코로나19 유행이 잦아들면서 검사자의 수가 확연히 줄었기 때문이다. 많게는 하루 1,500명까지 드나들던 검사소지만, 요즘 이곳을 찾는 인원은 하루 100명 남짓으로 한산하다. 의료진의 팔이 수없이 드나들어 헐거워진 검체 채취 부스의 구멍에는 테이프가 잔뜩 붙어있다. 예전엔 그만큼 많은 이가 이곳을 방문했다는 것이다.
옅어지는 코로나19의 영향력에 교내 검사소도 줄어들고 있다. 학교는 지난달 작년 4월부터 운영해온 코로나19 분자진단 검사소를 축소해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박물관 70동 검사소가 지난달 13일 철거됐다. 자연대 25-1동 검사소와 기숙사 906동 검사소는 아직 남아 여전히 운영 중이다.
대학의 풍경도 사뭇 달라졌다. 대면 강의가 재개됐고 강의실과 도서관 열람실의 아크릴 칸막이가 사라졌다. 코로나 검사소에 길게 늘어섰던 대기자 줄은 학식과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줄로 바뀌었다. 적막하던 캠퍼스는 이제 단과대학 축제와 일일 장터 등의 대면 행사로 떠들썩하다. 마스크를 착용한다는 것만 제외하면 코로나19 이전 대학에서의 일상을 회복한 듯하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휩쓸고 간 흔적은 여전히 남아있다. 인문대학에 재학 중인 A씨는 “코로나19로 잃어버린 2년이 있는 만큼, 형식적으로는 대학 문화가 회복됐어도 비공식적인 대학 문화는 단절된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대학에 입학한 ‘코로나 학번’은 이젠 고학번이 됐지만 새내기배움터나 MT 같은 과 행사를 기획하는 데 난항을 겪는 등의 문제를 겪고 있다. 학생자치가 위태로워지기도 했다. 2020년 하반기에만 9개 단과대의 학생회 선거가 무산됐으며, 지난 4월 당선된 총학생회도 6번의 재선거를 거친 후에야 구성됐다.
모두가 일상 회복의 기쁨을 즐기고 있지만, 코로나19가 잠식했던 지난 2년이 대학에 남긴 단절과 상흔은 대학 문화에 녹아있다. 코로나가 남긴 유·무형의 유산들은 우리와 어떤 모습으로 공존하게 될까. 코로나 이전 대학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