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공약, 얼마나 지켜졌나

공약으로 돌아보는 오세정 임기

  제27대 오세정 총장의 임기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2019년 2월 1일에 시작된 오 총장의 임기는 2023년 1월 31일 종료된다. 오 총장이 4년 전 총장선거에 출마하면서 발표했던 공약에는 어떤 것이 있고, 얼마나 지켜졌을까?

  2018년 제27대 총장 선거에서, 오세정 당시 총장후보자는 ‘위대한 전통의 새로운 시작’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우며 ‘관악 RC’(Residential College, 거주형 학부대학), 싱크탱크 설치, 서울대법 개정 등을 공약했다. 당시 제시됐던 공약을 법인화 문제 해결 교육 연구 총장선출제도 및 거버넌스의 네 분야로 나눠, 지금까지의 달성 정도를 살펴봤다.

법인화 문제 해결

  서울대학교가 법인화되면서 발생한 문제들을 해결하겠다는 공약은 오세정 당시 총장후보자를 포함해 대부분의 후보자가 내세웠던 공약이다.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서울대법)이 제정됨에 따라, 2011년 서울대는 국립대에서 국립대학법인으로 전환됐다.

  서울대법은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의 운영에 대한 사항을 규정한 법률이다. 서울대법이 제정되면서, 서울대가 하나의 법인으로서 예산을 자율적으로 편성하거나 수익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서울대법의 제정 의도에 따르면, 법인화는 재정의 독립을 통한 대학의 자율성 확보를 목적으로했다. 그러나 원 의도와 달리, 법인화 이후 재정 문제, 이사회의 영향력 문제 등이 발생하며 법인화가 성급하게 이뤄졌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2018년 제27대 총장 선거 당시 주로 제기된 문제는 부동산과 세금 문제였다. 국립대 시절 서울대가 관리하던 공유재산 중 일부가 법인화 이후 서울대로 양도되지 않아 국가에 사용허가를 받아야 하는 문제가 발생했고, 서울대가 법인이 되면서 법인화 후 취득한 건물과 부지에 대해 국가에 취득세를 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오세정 당시 후보는 ‘제27대 총장선출을 위한 총장추천위원회’에 제출한 ‘서울대학교 발전계획서’(발전계획서)에서 ‘국립대학법인 서울대의 제자리 찾기’를 여섯 개 핵심 목표 중 한 가지로 꼽고,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재정립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서울대법을 수정하는 방식으로 부동산과 세금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약했다.

  세금 문제는 서울대법이 아니라 세법을 개정하면서 해결됐다. 2019년 12월 27일, 서울대의 국세, 지방세 납세 의무를 전면적으로 면제하도록 하는 국세기본법, 지방세기본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법인화 과정에서 발생한 대표적 문제 중 하나였던 세금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정부 부처와 국회를 상대로 지속적으로 협의를 진행한 결과였다.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대는 법인화 이후 양도되지 않은 부지에 대한 무상양여를 지자체에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법인화 이전 서울대가 관리하던 국유재산 중 무상양여가 이루어지지 않아 문제가 발생한 곳은 학술림, 관악수목원, 의과대학 장례식장의 세 곳이었다. 서울대는 간담회 참여, 관계자 면담 등을 통해 무상양여를 추진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세 곳의 무상양여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사진 설명 시작. 2020년 6월 29일, 기획처 주관으로 진행된 법인재정립위원회의 심포지엄 모습이다. 사진 설명 끝.

2020년 6월 29일, 기획처 주관으로 진행된 법인재정립위원회의 심포지엄 모습 ©서울대저널

  ‘법인재정립위원회’를 중점으로 재정 문제에 대한 논의 역시 이뤄졌다. 2019년 6월 13일 오세정 총장은 교원 15명, 노조위원장, 총학생회장, 외부인사 2명으로 구성된 법인재정립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오 총장의 공약 중 하나였던 법인재정립위원회는 법인 서울대를 재검토해 법인체제 발전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설립된 기구다. 법인재정립위원회는 법인 서울대의 지향점 및 비전 거버넌스 및 대학운영조직 재정 및 자산운영의 3가지를 위원회의 의제로 설정하고, 서울대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교육

① 정책지식을 산출하는 연구

  오세정 당시 후보자는 ‘고등학술원’, ‘정책지식연구원’ 등 정책지식 연구를 담당하는 연구소를 설립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를 통해 통일, 고령화, 혁신 기술 등 미래 주요 과제에 대한 통합적 연구를 선도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실제로 2020년 9월, 원자력 미래기술 및 정책에 대한 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원자력미래기술정책연구소’가 세워졌다. 2022년 2월에는 국내외 주요 이슈 연구와 정책 제안을 목적으로 하는 ‘국가미래전략원’이 개원했다.

② 공교육 정상화에 기여하는 입시제도

  공교육 정상화는 오세정 당시 총장후보자가 강조했던 ‘공공성’에 부합하는 공약이다. 오 후보자는 발전계획서에서 ‘사회적으로 폭넓은 계층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입시 제도를 운영하고, 이를 안정적으로 유지해 중등교육 정상화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임명 이후, 오세정 총장은 입학 전형의 측면에서 “학생부 중심의 다면적인 평가를 통해 공교육에 기반한 우수 인재를 선발하겠다”고 밝히고 ‘학생부종합전형 선발인원 비율의 지속적 유지’를 2019년 실행과제로 설정했다. 서울대는 2020년 12월에 발표한 ‘2020년도 서울대학교 운영성과 자체평가 보고서’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이 ‘우수한 학업 역량과 발전 가능성을 가진 학생을 선발하고, 고교교육의 내실화에 기여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2022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 방안’에서 수능위주전형의 비율을 30% 이상으로 할 것을 권고한 교육부의 방침에 따라, 서울대학교 전체 모집인원 중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율은 2020학년도 79.6%에서 2021학년도 75.9%, 2022학년도 69.6%로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학생부종합전형 비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공교육 내실화를 위해 학교교육 위주의 전형을 운영하겠다는 기조는 유지되고있다. 서울대는 2022학년도 정시모집 수능위주전형에서 교과이수 가산점 제도를 도입했고, 2023학년도부터는 정시모집 수능위주전형에 교육과정 이수 충실도를 반영하는 교과평가를 도입할 계획이다.

③ 창의·융합 교육

  오세정 당시 후보자는 학부교육 혁신 방안으로 교과목형태 다양화, 창의 설계 전공 활성화 등을 공약했다. 서울대는 2019년 ‘제3기 대학운영성과목표(2020~2023)’를 수립하면서 교육 분야의 과제로 ‘글로벌 융합인재 양성’을 선정하고, 세부 계획을 추진해 오고 있다. 김은미 교무처장은 “(현대의) 복합적인 과제들은 다학제적 시각을 요구하고 하나의 문제를 여러 측면에서 분석하고 사고할 수 있는 인재들을 필요로 한다”며 “지금까지는 심화 교육에 치중해 왔기 때문에 (균형을 위해) 융합교육을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9년 3월, 서울대는 ‘학부교양교육혁신위원회’를 구성해 교양교육 개선방안을 도출했다. 2020년에는 학생설계전공 제도 개선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기존 부전공 수준이던 학생설계전공을 복수전공 수준으로 격상해 학위 취득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변경했다. 같은 해 대학원 융합전공 제도를 도입하고, 스마트시티 글로벌 융합전공 지역·공간 분석학전공 글로벌 스마트팜 전공 혁신의과학 전공을 신설했다.

  학내 구성원의 공동체 의식 함양을 위해 ‘관악모둠강좌: 공동체’ 교과목도 신설했다. 융합주제강좌, 학생자율교육 교과목 등의 창의·융합 교과목도 지속적으로 확대 중이다. 2022년에는 학생이 적성에 맞는 전공을 설계하도록 돕는 상담, 교과·비교과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전공설계지원센터를 설립했다. 그 결과 복수·부전공 선발인원은 2020년 1학기 1,091명에서 2022년 2학기 1,399명으로 늘어났고, 학생설계전공 선발 인원도 2020년 13명에서 2022년 18명으로 증가했다.

  서울대학교 장기발전계획위원회가 2022년 8월에 발표한 『중장기발전계획』에도 융합교육 확대를 위한 방안들이 포함됐다. 김은미 교무처장은 이에 따라 향후 무전공제도 도입 교수의 소속을 학과에서 단과대학으로 변경 온라인 교육 플랫폼 구축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④ 말하기·글쓰기·토론하기 교육 강화

  말하기·글쓰기·토론하기 교육 강화도 오 후보자의 공약 중 하나였다. 이를 위해 서울대는 신입생 글쓰기 능력평가 모델을 강화했다. 2020년 3개 단과대에서 2021년 5개 단과대로, 2022년에는 모든 신입생으로 글쓰기 능력평가 응시 대상을 확대했다. 2020년에는 기초교육원을 주관으로 온라인 글쓰기 교실(OWL)을 구축했다. 글쓰기 특강, SNU-WAC(전공 교과목 연계 글쓰기 지도 프로그램), SNU 고전 100 등의 프로그램도 확대 중이다. 그러나 공약이행은 글쓰기 교육 확대에 치중됐다. 말하기·토론하기 교육의 확대는 명시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⑤ 필요기반 장학제도 추진

  오세정 총장은 취임 첫해인 2019년 9월,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성적 우수 장학금을 폐지하고, 가계 곤란 장학금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학생사회에서는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결정했다는 점을 들어 반발했고,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와의 협의를 거쳐 만들어진 절충안이 2020년부터 시행됐다. 결과적으로 재학생 성적우등 장학금은 폐지됐지만, 맞춤형 장학금 수혜 대상에 학업성취도 우수자가 포함됐다. 이외에도 긴급한 경제위기에 처한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긴급구호장학금이 신설됐다.

  장학복지과 박민경 담당관은 필요기반 장학제도로 전환하게 된 배경에 대해 “(당시가) 국내외 대학들이 성적 우등 장학금에서 소득에 기반한 장학 제도로 전환하는 시기였다”며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교육의 기회를 박탈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⑥ 관악 RC

  관악캠퍼스에서 RC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지난 선거에서 대부분의 후보가 내세운 공약 중 하나다. RC란 학생들이 기숙사에 거주하면서 기숙사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교육을 받는 제도를 말한다. 서울대에서 RC 도입이 추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제26대 성낙인 총장 시절 시흥캠퍼스 사태 당시 본부가 일방적으로 시흥캠퍼스에서의 의무 RC를 추진하고 있던 사실이 밝혀졌고, 학생들이 반대 투쟁을 통해 무산시킨 바 있다.

  교육위원회는 5월 20일, ‘2022년 교육위원회 발표회’에서 2023학년도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RC를 시범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교육위원회가 제시한 RC 도입 방안은 신입생 중 자발적으로 희망하는 학생에 한해 RC를 시행하는 방안이다. 교육위원회는 관악학생생활관 920~926동 재건축 사업과 연계해 RC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내년에 시행될 시범 사업은 300명 규모로 진행될 예정이다. 공약과 달리, 오세정 총장 임기 내에 RC가 시행되지 않으면서 제28대 총장 선거에서도 대부분의 후보자가 RC를 공약으로 언급했다.

_『중장기발전계획』에 따른 LIL의 내용이다. 사진 설명 끝.

『중장기발전계획』에 따른 LIL의 내용 ©서울대학교 장기발전계획위원회

  『중장기발전계획』 또한 ‘LIL(Learning in Living, 생활 연계 교육)을 위한 관악생활관 RC의 도입’을 실행과제로 삼고 있다. 서울대는 『중장기발전계획』에서 ‘학생들의 개인주의와 고립화에 대한 적극적인 해결책’으로 RC를 언급하며 RC가 ‘학부생들의 상호 연대의식과 이해를 증진하고, 사고의 범위를 넓히는 전인 교육의 장’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연구

  연구 분야에서 오세정 총장의 핵심 공약은 ‘SNU 10-10 프로젝트’의 실행이었다. SNU 10-10 프로젝트는 여러 학문 분야를 지원해 10개 분야에서 세계 10위 내로 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2020년, 서울대는 SNU 10-10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15개 학문 분야를 선정했다. 외부 석학에 의한 심사를 통해 15개 학문 분야로 언어학 행정학 지구환경과학 화학생물공학 재료공학 의과학 치의학(이상 우수 학문 분야) 사회복지학·사회학 응용물리학 생명과학 기계공학 정치외교학 뇌인지과학 컴퓨터공학 종양학(이상 잠재력을 지닌 학문 분야)을 선정했으며, 분야당 최대 3억 원을 지원했다.

  2021년에는 수학·컴퓨터과학 화학 유전체 의학 미술·디자인 스포츠·신체활동학의 5개 학문 분야를 추가로 선정하고, 지원체계를 기존 2개 분야(우수, 잠재)에서 3개 분야(우수, 유망, 잠재)로 세분화했다. 현재는 20개 학문 분야를 지원 중이다.

총장선출제도 및 거버넌스

  총장선출제도와 학내 의사결정구조의 개혁은 2018년 선거 당시 주요 이슈 중 하나였다. 제26대 총장선거에서 이사회가 당시 정책평가 결과 2위였던 성낙인 전 총장을 선출하면서 총장선출제도에 대한 논란이 발생했고, 2018년 7월에 진행된 총장선거에서는 선출된 강대희 교수가 성추행 의혹으로 사퇴하면서 이사회와 총장추천위원회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학생사회에서는 총장추천위원회와 평의원회에 학생 참여를 요구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출마한 오세정 총장은 총장 선출제도 개혁, 대학 내 의사결정 구조 개선 등을 공약했다. 다만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사진 설명 시작. 2019년 6월 3일, 평의원회의 주관으로 열린 총장선출제도 개선을 위한 공청회의 모습이다. 사진 설명 끝.

2019년 6월 3일, 평의원회의 주관으로 열린 총장선출제도 개선을 위한 공청회의 모습 ©서울대저널

  2019년 7월 30일, 서울대는 총장추천위원회 규정을 개정해 위원회 구성에 학생위원을 포함했고, 정책평가의 비중을 100%로 확대했다. 그러나 그 이후 현재까지 총장선거제도의 근본적인 개혁 또는 평의원회 구성 비율 개정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21대 국회에서 평의원회 구성 비율을 다양화하는 법안이 여럿 발의됐는데, 서울대는 이에 대해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반대 의견을 내고 있다. 오 총장은 후보 시절 학생이 평의원회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으나, 서울대학교 『중장기발전계획』에서 ‘평의원 구성의 다양성 제고’를 짧게 언급한 것 외에 이를 실현하기 위한 활동은 전무하다.

  지금까지 공약의 이행 여부를 중심으로 오세정 총장의 4년 임기를 돌아봤다. 공약의 일부는 이뤄졌고, 일부는 이뤄지지 않은 채 앞으로의 과제로 남았다. 오세정 총장이 내세웠던 ‘위대한 전통의 새로운 시작’은 성공했을까. 그 성공의 여부는 공약이 문자 그대로 구현되는 것을 넘어, 공약의 의미를 계속해서 이뤄갈 수 있는지에 달렸다. 오세정 총장이 남긴 유산들이 앞으로도 지속될지, 그 귀추를 주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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