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헌장, 내일이 기다리고 있다

서울대학교 인권헌장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이유

  2023년은 서울대가 인권헌장 제정을 위한 논의를 시작한 지 3년째 되는 해다. 지난 3년간 인권헌장 제정을 위해 애써온 이들은 “이제는 정말로, 인권헌장을 제정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인권헌장 제정 논의를 둘러싼 지금의 풍경을 돌아보며, 인권헌장 제정으로 모든 구성원의 인권 보장이 약속된 서울대학교의 내일은 어떤 모습일지 그려봤다.

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인권헌장의 오늘

  서울대학교 인권헌장(인권헌장)은 지난 2020년 처음 제안됐으나 평의원회에도 상정되지 못한 채 여전히 ‘서울대학교 인권헌장(안)’에 머물러 있다. 인권 보장의 규범화가 어려움을 겪는 것은 서울대만의 상황은 아니다. 인권헌장과 마찬가지로 차별과 혐오로부터 구성원을 보호하고자 하는 취지를 가진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15년째 계류 중으로, 국회에서 주요 안건으로 다뤄진 적조차 없다. 작년 12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국가인권위원회와 차별금지법 관련 질의응답을 진행한 바 있지만, 정식 안건 상정도 아니거니와 여당 위원들이 전부 불참한 가운데 진행돼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국회의 미온적 태도를 드러낸 꼴이 됐다.

  지자체의 인권 관련 조례들도 폐지 위협을 받고 있다. ‘서울학생인권조례’는 지난 2월 서울시의회가 폐지를 요구하는 주민조례 청구를 수리하며 폐지 위기에 놓였다. 서울학생인권조례는 조례 속 성적 지향에 대한 차별 금지 조항이 헌법에 배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받은 바 있어 그간 다양한 인권규범의 근거가 돼 왔으나, 헌재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늘 차별 금지 조항에 대한 공격에 시달려왔다. 최근 ‘충남인권기본조례’ 역시 폐지안이 청구됐고, ‘경기도 성평등 기본 조례’ 또한 지난 2월 한차례 개악의 위기를 겪었다.

  이렇듯 우리 사회 내 인권 보장을 규범화하기 위한 여러 시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권헌장 제정을 추진하는 이들은 이런 풍경이 역설적으로 인권헌장이 제정돼야 하는 이유라면서도, 모두가 비슷한 종류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답답함과 무력함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인권규범 제정을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장예정 공동집행위원장은 “인권 의제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지형은 계속해서 변화 중”이라고 평가하며 지난 2월 동성 배우자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한 고등법원 판결을 예로 들었다. 소성욱 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행정 소송에 대해 법원이 “동성 배우자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이라는 취지로 승소 판결을 해 국내 동성 부부의 법적 지위와 권리가 유의미한 진전을 보였다.

  장예정 위원장은 판결 자체보다도 판결을 받아들이는 여론의 분위기와 언론의 보도 방향에서 변화의 가능성을 찾았다. 법원은 해당 판결이 법리적으로 동성 동거인에 대한 판단이지 동성 부부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으나, 소성욱 씨 부부와 인터뷰를 진행한 〈YTN〉을 비롯해 많은 언론은 배우자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장 위원장은 “이전까지 성소수자 인권 관련 보도에선 혐오 표현에 가까운 의견을 대등하게 싣는 것이 엄밀한 중립으로 여겨졌으나, 이번 사안에서는 해당 판결이 우리 사회 인권 문제의 중요한 진전임을 명시하는 보도가 눈에 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차별금지법 제정이 지연되는 원인을 묻자 장예정 위원장은 “그 원인은 오히려 모두에게 묻고 싶다”며 차별금지법을 비롯한 여러 인권규범이 계류 중인 상황에 뚜렷한 근거가 없는 현실을 지적했다. 장 위원장은 “차별금지법의 경우 어떤 인식조사에서도 늘 찬성 의견이 과반을 넘긴다”며, 사회적 합의의 부족은 문제가 아니라고도 설명했다. 

사진 설명 시작. 낙성대역 4번 출구 앞 5명의 활동가가 피켓을 들고 나란히 서 있다. 맨 왼쪽의 남성 활동가가 든 피켓은 흰 배경에
▲'차별금지법있는나라 만들기 유세' 관악구 유세 현장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인권헌장도 마찬가지다. 2022년 시행된 「서울대 인권헌장에 대한 미래세대 인식조사」(인권헌장 인식조사)에 따르면 인권헌장(안)의 모든 조항에 대해 구성원의 90% 이상이 찬성했다. 2020년 시행된 「서울대학교 인권규범 제정에 관한 연구(인권헌장(안) 연구)의 총책임자인 송지우 교수(정치외교학부)는 “여러 연구와 인식조사 결과에서 확인할 수 있듯 인권헌장 제정에 관한 검증과 합의가 이미 충분한데도 (인권헌장이) 제정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의아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공청회 등 학내 논의 과정에 참여해온 학내 구성원들 역시 제정이 지연될 이유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김지은 전 총학생회장(조선해양공학 18)은 “더 이상의 공론장 마련이 무의미할 정도”라고 말했다. 「인권헌장 인식조사」를 진행한 고길곤 교수(행정대학원)는 “여러 번의 공청회나 여론조사에서 동일한 결과가 확인된다”며, “새롭게 얻을 수 있는 쟁점이 없어 통합과 보완을 위한 토론이 더 이뤄질 수도 없다”고 현 상황을 분석했다. 지난 2020년 ‘서울대 인권헌장·대학원생 인권지침 제정(안)에 관한 공청회’에 참여한 전 동아리연합회장 정규성(철학 졸업) 씨는 “제정 권한을 가진 본부에서 인권헌장 제정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것은 반대 의견의 경청이 아닌 소수자 기본권에 대한 의도적인 외면과 책임 회피”라며 현 상황을 강경하게 비판했다. 

  송지우 교수는 “서울대가 높은 국제적 인지도를 가진 대학인만큼, 서울대의 움직임이 한국 사회의 비차별 규범과 평등 수준을 평가하는 척도가 되곤 한다”며 서울대학교 인권헌장이 사회 전반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을 설명했다. 송 교수는 “대학은 우리 사회에 필요한 새롭고 혁신적인 시도의 실험실”이라며 서울대가 우리 사회 인권 문제 해결에서도 일종의 실험실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양성과 포용성을 위한 KAIST 선언문」을 주도한 카이스트 포용성 위원회 류석영 교수 역시 대학이 사회와 긴밀히 맞닿아 있는 만큼 대학 내에서의 실험과 성찰이 대학 내에만 머무르지 않도록 하는 선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 모두의 안전한 평등을 약속한다는 것

  지난 2019년 서울대는 한국학 객원연구원이었던 토드 헨리 교수가 동성 배우자와 BK생활관에 거주하는 것을 불허했다. 기숙사에는 법적인 혼인 관계의 배우자와만 함께 거주할 수 있지만, 토드 교수 부부는 혼인 관계가 아니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후 토드 교수가 미국에서 혼인 신고 시에도 거주가 불가능한지를 문의하자 관악사 측은 동성 부부의 경우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며 사안의 해결을 회피했다. 동성 간의 혼인이 법제화되지 않은 한국에서는 동성 부부가 ‘법적 혼인 관계의 부부만이 기숙사에 함께 거주할 수 있다’는 규정을 충족할 방법이 없기에 서울대의 처사는 분명한 차별이다.

  만약 2019년 당시 서울대학교 인권헌장이 통과돼, ‘교육이나 연구, 업무에 있어 성적 지향 및 성별 정체성과 관계없이 동등하게 대우받아야 한다’는 조항이 인권헌장에 명시돼 있었다면 어땠을까. 인권헌장과 같은 인권규범은 이런 차별 행위가 발생했을 때 절실해진다. 인권센터 강효원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인권헌장의 중요한 의의 중 하나는 ‘언어’를 마련한다는 데 있다. 우리가 마땅히 보장받아야 할 인권을 성문화해, 학내에서 발생한 차별 행위의 시정을 요구하고 차별 행위로부터 구성원을 보호하지 못한 책임을 묻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인권규범을 통해 권리 보장에 대한 공적인 약속을 확인한다고 해서 모든 인권 침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장예정 위원장은 “어떤 공동체에서든 인권 침해 사건은 발생할 수 있으며, 인권규범은 공동체가 개별 사건을 어떤 원칙으로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약속”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장 위원장은 “인권규범은 권리 침해 사건을 겪은 당사자가 선택할 수 있는 대응의 폭을 넓힌다”며, “피해 당사자가 적극적인 문제 제기와 해결을 포기하더라도, 권리 침해 행위로부터 구성원을 보호할 것을 규범으로 약속한 곳에서의 결정과 아닌 곳에서의 결정은 매우 다르다”고 덧붙였다.

  학내 ‘여/성 이론 공부 모임 /보라(/보라)’에서 활동하는 윤도(가명) 씨는 “인권규범이 모든 차별이나 구조적인 혐오를 일소할 수 있으리라고 믿지는 않는다”면서도, 인권규범은 “나 이외의 공동체 성원들의 삶의 모양이 내 것과는 다를 수 있다는 신호, 다른 삶의 모양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보라의 보라(가명) 씨 역시 “소수자에겐 늘 자신의 삶을 과잉보호해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차별로 점철된 시선으로부터 자신의 존재 자체를 보호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인권헌장 제정으로 이러한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보라 씨는 전했다.

인권헌장, 단 한 걸음만 더

  인권헌장은 아직 제정되지 않았으나, 학내에는 이미 인권규범을 통해 안전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실천이 눈에 띈다. ‘/보라’는 부원 모집 공고에 모임이 ‘서울대학교 인권헌장(안)’을 준수한다는 사항을 기재했다. 윤도 씨는 ‘학생제안강좌: 퀴어문학’ 강의를 수강할 때 “수업에서 차별적인 언행이 수용되지 않음을 교수가 원칙으로 내세운 덕에 안전한 수업이 가능했다”며,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공부 모임도 학내 인권 현실을 반영해 우리 학교에 속한 공동체에 특히나 유효할 규범인 인권헌장을 준수하자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윤도 씨는 “첨예한 주제를 다루는 공부 모임에서 인권헌장은 타인에게 상처가 되는 언행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준거가 되는 규범”이라는 말을 덧붙이며, “인권헌장이 아직 제정되지 못한 ‘안’에 불과한 것은 아쉬울 따름”이라고 밝혔다. 

  2018년부터 진행된 동아리연합회의 세이프존 제도도 안전한 공동체를 만들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세이프존 제도란 차별과 혐오 없는 동아리 문화 조성을 위한 조건을 충족한 동아리에 인증을 부여하는 제도다. 정규성 전 동아리연합회장(철학 졸업)은 “동아리에 모인 학우들이 나이나 성별, 동아리 활동 목적과 관련된 실력 등에 따라 암묵적이거나 명시적인 배제와 차별을 겪을 수 있다”며 “세이프존 인증이 자치활동 내 위계적인 상황을 자체적으로 해결하도록 도왔다”고 설명했다. 정 씨는 “권리 보장이 약속되지 않은 공동체에서는 효율성을 명목으로 소수자의 권리가 가장 먼저, 또 쉽게 배제된다”고 분석했다. 작게는 “동아리 내에서 성공적인 공연을 위해 능력에 따라 배제적인 대우를 용인하는 모습”에서부터, “대학이 재정적 한계를 이유로 비효율적이라고 여겨지는 배리어프리나 채식 학식 제공을 등한시하는 현상”에서 인권헌장의 필요를 느꼈다고도 밝혔다. 정 씨는 “공통의 규칙을 만들고 이를 준수하는 과정 자체가 평등하고 안전한 공동체로 가는 조건”이라며 세이프존 제도의 의의를 짚었다.

사진 설명 시작. 흰 배경에 금박 테가 있는 종이에 제2018-17호 safe zone 인증서 동아리명 씨알 본 동아리는 서울대학교 동아리연합회에서 실시하는 safe zone 인증제도에 참여하여, 인권 친화적인 동아리 문화 형성에 힘쓰고 앞장설 것을 서약한 인권 친화적 동아리임을 인증합니다. 라고 써있다. 사진설명 끝.

동아리연합회 세이프존 인증서

사진 3.JPG

세이프존 인증을 받은 동아리의 세이프존 인증마크

  이와 같은 실천에 더해 동아리연합회 회칙의 차별금지조항, 학과 내규나 새내기맞이(새맞이) 내규 등 학내에는 이미 수많은 인권규범이 존재한다. 장예정 위원장은 “입법기관인 국회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담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학생사회를 포함해 크고 작은 공동체들이 스스로 인권규범을 만들고 준수하는 일의 의미는 매우 크다”고 평가했다. 더불어 장 위원장은 “학교, 회사 등 가까운 곳에 존재하는 인권 보장의 원칙들은 구성원 개개인에게 안전의 감각을 주는 것에 있어 헌법보다도 더 큰 위력이 있다”고 봤다. 개개인이 가진 정체성에 대한 차별과 혐오는 매우 가깝게 느껴지는 위협이므로 이로부터 안전함을 보장받을 근거 역시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맥락에 맞춰 제정된 그 공동체의 인권규범만이 구성원들을 지켜줄 수 있다.

인권헌장의 길 위에는

  인권헌장 제정에 단 한 걸음만이 필요한 시점, 그 한 걸음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먼저 인권헌장을 둘러싼 ‘모욕의 정치’와 마주할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장예정 위원장은 인권 관련 규범 제정에 대한 백래시가 일종의 ‘모욕의 정치’라고 설명했다. 공동체 내 다른 구성원에 대한 혐오가 특정 집단의 이득을 위한 정치적 결집의 원동력으로 이용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혐오가 다수의 의견인 양 과대 대표되고, 학생사회 내의 타당한 지위를 가진 여론으로 취급돼 혐오가 아무렇지 않은 공동체가 만들어진다. 문제의 중심은 혐오 표현을 발화하는 개개인이 아니다. 공적 공간에서 혐오 표현이 제재 없이 의견으로 대우되고, 구성원들이 혐오 표현 앞에 어떤 보호 장치도 없이 노출되도록 허용한 지금의 정치 지형 자체로 문제를 초점화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는 결국 인권헌장을 논의하는 환경 자체를 성찰해야 한다는 지적과도 이어진다. 인권헌장 제정을 지지하는 대자보를 게시한 학내 동아리 ‘관악중앙몸짓패 골패’ 남지원(사회 20) 씨는 “인권헌장 논의가 법을 제정하자는 단순한 입법 논의라고 보지 않는다”며 “더 많은 이야기, 더 많은 존재들을 수면 위로 올려 우리가 함께 살고 있었음을 확인하는 과정”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기존 공청회 등에선 혐오 표현이 난무하며 공론장 자체가 소수자를 상처 입히는 공간이 됐다는 지적이 있다. 송지우 교수는 그간 학내의 인권헌장 논의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으로 인권헌장 제정 반대를 명목으로 발화되는 혐오 표현에 대한 대항이 부족했던 점을 꼽았다. 2020년 공청회에 참여했던 김민주 당시 법학전문대학원 인권법학회장 역시 “의견 수렴 과정에 남은 과제가 있다면 혐-오 발화는 의견으로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송 교수는 “모든 구성원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서울대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식의 단호한 대항 표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권헌장 제정을 위해 본부의 의지와 추진력도 매우 중요하다. 송지우 교수는 “이제는 인권헌장이 학내에서 어떤 위치의, 어느 정도의 권한을 가지는 규정이 될 것인지를 결정하는 행정적인 절차들만 남았을 뿐”이라며 “이를 진행할 권한이 있는 본부의 의지가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전했다. 김영오 전 학생처장은 “지금까지의 논의 과정에서 본부는 의지를 갖고 임했으나 제정에 이르진 못했다”며 아쉬움을 밝혔다. 김지은 전 총학생회장은 “본부의 의지까지는 확인되더라도, 제정까지 도달할 수 있는 원동력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본부의 용기와 결단을 촉구했다. 새 임기를 시작하는 유홍림 총장 집행부가 인권헌장 제정에 보이는 의지와 구체적인 계획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인권헌장 제정을 위해 노력해온 각종 단체는 각자의 위치에서 다음 발걸음을 탐색 중이다. 인권헌장 학생추진위원회는 「인권헌장 인식조사」에서 인권헌장 개별 조항에 대한 구성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으로 높았던 데 비해 인권헌장에 대한 관심도 자체는 낮게 나타난 것에 주목해 인권헌장이 무엇이고 왜 필요한지를 구성원들에게 설득하는 여러 활동을 기획 중이라고 밝혔다. 조재현 총학생회장(자유전공 20)은 지난 2월 유홍림 총장 취임식 축사에서 인권헌장 추진에 필요한 본부의 노력을 촉구한 이후, “본부에 인권헌장 제정을 향한 학내 구성원들의 의지를 지속적으로 피력하는 등 총학생회 차원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인권헌장이 제정된 이후의 서울대는 어떤 모습일까. 인권센터 이주영 연구교수는 “학문 공동체가 나아가는 방향과 지향 속에 인권의 가치가 뿌리내릴 것”이라고, 강효원 연구원은 “어떤 억압과 위축의 경험 없이 원하는 일을 하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서울대의 모습은 언제까지 상상과 전망에만 머물러야 하나. 인권헌장을 둘러싼 풍경이 보여주는 명백한 요청 앞에서, 모든 구성원이 타당한 응답을 고민할 때다.

  서울대학교 인권헌장은 가끔은 더디게, 때로는 넘어지며 긴 길을 걸어왔다. 그리고 아주 많은 사람들이 길 위에 함께 서 있었다. 제정 바로 앞까지 논의를 끌고 오며 이 공동체는 때로 낯설어졌고 때로 친밀해졌다. 크고 작은 파도를 일으키며 달려온 인권헌장이 내일로 향하는 발걸음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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