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쇼가 예술이야?!

드론 쇼의 제작과 예술성을 논하다

  무선전파로 조종하는 무인항공기를 의미하는 드론은 처음에는 군사 용도로 탄생했으나 오늘날 고공 촬영, 배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대중화된 드론은 이제는 누구나 쉽게 구매하고 조작할 수 있어 ‘키덜트(Kidult)’의 사랑을 듬뿍 받는 기기이자, TV 프로그램에서도 유명인들이 드론을 조종하는 모습이 종종 등장할 정도로 친숙한 기기로 자리 잡았다.

 이런 드론으로 하늘을 반짝반짝 빛내는 드론 쇼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드론 쇼의 제작 과정에서부터 예술성 논의까지를 살펴봤다.

프러포즈도 드론으로

  저녁 7시, 어둠이 찾아오기 시작한다. 아침에도 붐비던 바다였지만, 저녁이 찾아오자 기다렸다는 듯 사람들이 다시 바다를 찾는다. 어린아이들부터 나이 많은 어른들까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해변을 가득 채운다.

  모두가 기다리던 드론 쇼가 시작되고 깜깜한 암흑 속 수백 대의 드론이 불을 밝히며 하늘 위로 날아오른다. 줄 맞춰 일제히 뜬 드론이 별처럼 흩어진다. 배경음악으로 깔리는 사랑 노래에 맞춰 드론이 반짝반짝 빛난다. 드론들이 합쳐지더니 ‘사랑해’라는 문구로 변한다. 프러포즈를 함께 기뻐하는 사람들의 함성이 퍼진다. 몇몇은 자기 일인 듯 설레어 한다.

  이어서 빛이 사그라들더니 프러포즈에 빠질 수 없는 빨간 장미꽃다발이 만들어진다. 광활한 하늘 위 드론이 그려내는 모습에 사람들은 눈길을 빼앗기고 빠져든다. 또다시 드론이 흩어지더니 이번엔 노래가 바뀌며 커다란 다이아몬드 반지가 그려진다. 흔치 않은 광경에 신기해하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사진 설명 시작. 부산 광안대교 위로 까만 밤하늘에 드론이 빛을 내고 있다. 남자가 무릎을 꿇고 여자에게 청혼하는 모습이다. 남자는 수트를 입고 한손에는 반지를 들고있다. 원피스와 구두를 입은 여자는 손을 입에 가져가며 놀란 듯한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 사진 설명 끝.
▲드론 쇼 프러포즈 ⓒ수영구청

  무릎을 꿇은 남자가 여자에게 반지를 들고 청혼하는 그림이 그려진다. 한쪽 손과 반지가 그려지더니 점차 약지에 반지가 끼워진다. ‘Will you marry me?’라는 문구와 하트들이 빙글빙글 돌며 하늘을 채운다. 다시 드론들이 별처럼 흩어지며 막을 내린다.

  2018년 평창 올림픽의 오륜기 퍼포먼스 시작으로 열린 드론 쇼 시대, 인기 요인은 참신함이다. 이전에 쉽게 볼 수 없었던 이색적이고 화려한 볼거리에 이목이 집중된다. 〈국제신문〉에 따르면 매주 토요일 오후 「광안리 M 드론 라이트 쇼」를 진행하는 부산 수영구에는 공연 시간마다 평소 방문객의 두 배가 몰린다. 

  최근에는 프러포즈, 새해 카운트다운, 공휴일 기념 등 다양한 목적의 드론 쇼가 열리고 있다. 2021년 7월 4일 국토교통부와 보건복지부가 공동으로 주최한 「코로나바이러스-19 극복 및 국민 희망 메시지 전달을 위한 #덕분에 챌린지 드론 플래시몹」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마스크 쓰기, 사회적 거리두기, 손씻기, ‘#덕분에 챌린지’ 등을 형상화하거나 글씨를 구현해 메시지를 전달했다. BTS, 블랙핑크 등 여러 한류 아이돌의 팬덤이 아이돌의 생일 축하 이벤트로 드론 쇼를 활용하는 등 개인 차원의 드론 쇼도 행해지는 추세다.

드론 쇼, 수많은 노력의 결실

  드론 제작과 조종을 위한 기술부터 쇼 구상까지. 화려한 드론 쇼를 위해서는 전문기술자, 조종사와 스태프까지 수많은 이들의 고민과 시간이 투입된다. 모든 것이 합쳐졌을 때 비로소 아름다운 공연을 위해 드론들이 공중으로 부양한다. 국내에서 대규모 드론 군집비행쇼를 진행하는 기업 ‘군집텍 드론서커스(군집텍)’ 서정호 대표를 통해 드론 쇼를 위해 투입되는 기술, 준비과정 등을 알아봤다. 

  드론 쇼는 위치 인식 기술, 제어 기술, 통신 기술 등 수많은 기술자의 노력이 들어간 첨단 기술의 집합체다. 안전하고 정확한 공연을 위해 드론 위치 파악은 필수적이다. GPS를 활용한 위치 인식 기술이 이에 도움을 주고 있다. 최근에는 지상에 안테나를 세워 GPS 신호를 받고 있는 드론에 계속 보정 신호를 주는 ‘실시간 이동 측위(Real Time Kinematic)’가 도입됐다. 이를 통해 고도로 인한 위치 인식 오차 범위를 센티미터 수준까지 줄여나가며 드론 쇼의 수준도 향상되고 있다.

 

  위치 인식 기술이나 드론의 성능을 구성하는 하드웨어적 기술이 있다면 소프트웨어적 기술도 있다. 제어 기술은 안전하고 오차 없는 쇼를 위해 위치 인식 기술과 함께 꼭 필요한 기술이다. 제어 기술을 통해서는 드론의 비행 위치 지정, 이착륙시간 계산이 이뤄진다. 수많은 드론의 배터리, 속도, 거리 등의 정보를 메인 컴퓨터를 통해 드론 쇼 조종 담당자에게 전송·확인시키는 것 역시 제어 기술이다. 드론 간의 통신을 위해 Wi-fi 통신 기술도 적용된다. 드론 쇼에서 사용되는 드론 간에는 공연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Wi-fi 수준으로도 충분히 통신이 가능하지만, 정찰 등 목적으로 원거리를 이동하는 드론의 경우 LTE나 5G 수준의 기술이 적용되기도 한다.

  한 번의 드론 쇼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어떤 역할을 맡아,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질까? 군집텍에 따르면 드론 쇼에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규모인 드론 300대를 기준으로 10대당 1명, 즉 30명의 스태프가 투입된다. 이들은 드론의 배터리는 충분한지, 기획한 대로 잘 비행하고 빛을 내는지, 비행을 위한 기상과 안전은 괜찮은지 등을 확인한다.

사진 설명 시작. 사람이 없는 한적한 주차장에 드론이 4줄로 정렬되어 있다. 모든 드론이 LED 등을 하단에 가지고 있고 초록빛을 내고 있다. 그 뒤로 드론을 통제하기 위한 제어콘솔이 있다. 컴퓨터와 다양한 장치들이 설치되어 있다. 사진설명 끝.
▲드론의 비행 전 준비 모습 ⓒ군집텍

  직접 드론 조종을 하며 드론 쇼의 핵심을 담당하는 메인 스태프들도 있다. 보통 2명으로 투입되는 이들은 드론 전체를 볼 수 있는 공연 장소 중심에 설치된 제어 콘솔에서 각각 드론 전체를 제어하고 통제하는 메인 컴퓨터와, 긴급상황을 통제하는 서브 컴퓨터를 담당한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관제 콘솔에 2명의 스태프가 추가로 배치된다. 그 밖에도 드론 쇼 비행경로 패턴을 설계하는 디자인팀, 비행 전 전반적인 환경을 관찰하는 시뮬레이션기술팀 등 여러 부서의 사람들과 기술자들이 드론 쇼를 함께 만들어간다. 

  실제 공연으로 올리기까지 드론 쇼는 꼼꼼한 기획, 점검 단계를 거친다. 첫 단계는 ‘형상화 패턴 설계’다. 영화의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것처럼 드론의 경로(Path File)를 3D로 설계하는 과정이다. 디자인팀은 정해진 드론 대수를 바탕으로 드론의 속도와 디자인 색상을 정한다. 일반적으로 드론의 속도는 4m/s, 상호 간 거리는 3m 유지를 기준으로 설정된다. 다음 단계는 가상 시뮬레이션이다. 가상 프로그램 내에서 드론이 서로 부딪치거나 경로를 이탈하는 이상이 없으면 실제 비행 테스트를 진행한다. 드론 쇼는 보통 밤에 진행되지만, 테스트는 비행 승인을 허가받고 낮에 진행한다. 밝은 곳에서 드론의 모습을 제대로 확인하기 위함이다. 이후에는 30여 명의 드론 쇼 스태프들의 손에 넘겨져 최종 리허설을 진행하고 실제 공연이 펼쳐진다. 완성된 드론 쇼에서 보이는 것은 드론과 빛뿐이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드론 쇼를 빛내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도 함께 존재한다.

이것도 예술인가요?

  첨단 기술의 총체인 드론 쇼지만 예술로도 분류될 수 있을까. 드론 쇼의 예술성과 관련된 논의는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다양한 의견이 있다. 예술이라는 개념이 여러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미와 예술을 탐구하는 미학적 측면에서 드론 쇼의 예술 가능성을 바라보는 관점이 있다. ‘테크네(Techne)’는 지금의 ‘기술(Technique)’과 ‘예술(Art)’의 공통 어원이 되는 고대 철학 용어로, 기술, 능숙함 혹은 ‘예술’을 의미한다. 오랜 기간 과학기술과 문화예술은 하나로 이해돼 왔다. 현대 문화예술은 과학기술과 떼어 놓고 상상할 수 없다. 키네틱아트와 비디오아트 등 과학기술이 예술 창작에 직접 관여하게 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해완 교수(미학과)는 “첨단 기술이 예술적 매체로 만들어진다는 지점에서 드론도 테크네로 이해할 수 있다”며 드론 쇼 예술성 논의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드론의 실용적·효율적 사용에 더해 예술적 사용의 가능성도 사유해본다면, 드론 쇼에 예술을 접목해 바라보려는 시도가 무의미한 것은 아니라는 의견이다.

  그러나 이 교수는 드론 쇼가 예술적 가능성은 가졌어도 아직은 예술이라 판단하기에 섣부르다는 입장이다. 이 교수는 “기존에 예술이라고 불려온 ‘형식의 구현’ 측면에서는 드론 쇼가 예술이 될 수도” 있으나, “진정한 예술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의미를 전달하고 새로운 차원을 생각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현재의 드론 쇼는 상업적인 단계라는 의견을 표했다. 예술은 세상을 보는 방식이고, 기술은 이를 구현하는 수단이 될 수는 있다. 이 교수는 “예술작품에서 느껴지는 고상하고 독특한 분위기, 즉 ‘아우라’가 없으면 상업적인 측면에 그친다”며 “아직은 다른 매체가 줄 수 없는 의미를 드론이 준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드론만이 할 수 있는 예술의 특징을 잘 활용했을 때 새로운 예술 매체가 될 수 있다”며 예술성을 논의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예술 경영의 관점으로 드론 쇼의 예술성을 바라보는 관점도 있다. 드론의 예술성에 관해 여러 글을 기고한 홍익대학원 김선영 교수(문화예술경영학과)는 “드론은 장소적 제약이 없어 공연 예술 플랫폼의 확장을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예술은 창작과 유통, 소비의 단계를 거친다”며 “예술의 창작은 많고 소비는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비행으로 장소적 제약이 적은 드론은 예술 유통 확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드론 쇼는 정규공연장이 아닌 장소에서도 좌석 제한 없이 더 많은 관람객이 감상할 수 있는 공연이다. 그는 이러한 드론 쇼의 특성이 “순수예술에서 말하는 정규공연장 내의 갖춰진 구조 속 예술을 감상하는 방식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드론 쇼 자체가 가진 예술성에도 주목하면서 “정규공연장을 벗어난 드론 쇼는 공중과 자연을 배경으로 한다는 측면에서 대지예술과 비슷한 점이 있다”고 언급했다. 땅을 대상으로 한 대지예술처럼 드론이 공중을 대상으로 하는 예술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일정 시간 동안만 지속 가능한 대지예술과는 달리 드론 쇼는 공연을 반복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매번 다른 배경, 다른 공간, 다른 음악과 융합해 모든 쇼가 다른 퍼포먼스와 매력을 보여줄 수도 있다. 드론으로 라이트아트 쇼를 구현해내는 형식 자체도 새로운 표현 방식이 될 수 있다. 김 교수는 “드론 쇼는 하늘이 캔버스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을 가진다”며 새로운 기술을 통해 기존의 예술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밝혔다. 아직은 희망 사항의 측면이 강하지만, 예술 경영적 측면에서 드론 쇼의 충분한 가능성을 얘기한 것이다.

경계 없는 하늘처럼 무한한 가능성

  드론 쇼가 예술로 인정받는 미래는 과연 도래할까. 그 자체로도 예술일 수도 있고, 예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 가능성을 지닌 드론 쇼지만 아직 기술력 홍보 차원에서만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이 계속해서 지적되고 있다. 김선영 교수는 “현재 행해지는 드론 쇼는 짧은 시간에 얼마나 많은 드론을 띄우는지만 중요하게 고려한다”며 “기술력 홍보 차원에 그치는 드론 쇼 활용은 새로운 활용 방안에 대한 모색 없이 드론 쇼를 획일화한다”고 우려했다. 차별성 없는 예술 공연을 굳이 즐기려는 사람은 없다. 계속해서 획일화된 방식으로 꾸려진다면 드론 쇼는 예술성의 발전 없이 쇠퇴할 수밖에 없다.

사진 설명 시작. 사진의 왼쪽 위에 방송 프로그램의 로고가 있다. 우주소녀 멤버인 설아가 무대 중앙에서 공연하고 있는 모습이다. 머리 위로 드론들이 행성처럼 떠 다닌다. 무대 중앙을 기준으로 왼쪽에는 파란색을 띠는 드론이, 오른쪽에는 핑크색을 띠는 드론이 날아다닌다. 무대 아래에는 팬들이 응원봉을 가지고 무대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의 왼쪽 아래에 노래의 가사가 적혀 있다. 사진 설명 끝.
▲〈Mnet〉 프로그램 《퀸덤2》 ‘우주소녀’의 ‘AURA’ 무대 ⓒMnet

  드론 쇼의 미래를 위해선 드론만이 실현할 수 있는 예술성과 활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공연 예술을 중심으로 드론을 결합해 예술성을 모색하고 상호보완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Mnet〉 프로그램 《퀸덤2》에서는 ‘우주소녀’가 파이널 경연에서 ‘AURA’ 무대에 드론을 무대 연출 효과로 활용해 관객을 우주 행성에 초대하는 것 같은 모습을 연출했다. 드론의 기술력이 음악의 스토리텔링에 있어 분위기와 전달력을 높이는 예술적 측면으로 활용된 것이다.

사진 설명 시작. 하늘하늘한 옷을 입고 무용수가 웃으며 춤을 추고 있다. 한쪽 팔은 위로 올리고 한쪽 팔은 허리에 올린다. 무용수의 옆으로 꽃 모양을 한 드론이 떠다니며 무대를 함께하고 있다. 바닥에는 파란 배경에 꽃과 잎들이 떠다니는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 사진 설명 끝.
▲융합 미디어아트 쇼 「꽃심, 나르샤」의 한 장면 ⓒ전주시 공식 블로그

  전주에서 열린 융합 미디어아트 쇼「꽃심, 나르샤」에서는 무용수의 움직임에 맞춰 드론이 함께 이동한다. 무용은 신체의 움직임만으로 작품세계를 표현해야 한다. 그만큼 관객들에게 무용수의 아우라가 중요하다는 것인데, 김선영 교수는 “그 정도의 아우라를 가진 무용수는 많지 않다”며 “드론이 무용수의 아우라를 보완하면서 신체의 확장을 가져와 무용수의 움직임에 대한 이해를 향상한다”고 예술성과 전달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드론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사진 설명 시작. 무대 위에 여자와 남자가 한쪽 손을 맞잡고 춤을 추며 노래하고 있다. 깜깜한 밤하늘 같은 배경이 주인공들의 뒤에 깔리고 머리 위에는 빨강, 노랑, 파랑, 보라를 비롯하여 여러 색의 등으로 변신한 드론이 떠다닌다. 사진 설명 끝.
▲브로드웨이 뮤지컬 「파라무어」에 활용된 드론 ⓒCirque du Soleil Theatrical Photo by Richard Termine 

  김 교수는 드론을 통해 예술적 효과를 극대화한 또 다른 예시로, 세계 최고의 서커스단으로 인정받는 ‘태양의 서커스단’의 뮤지컬 「파라무어(Paramour)」를 들었다. 「파라무어」에는 전등 갓을 단 드론이 등장한다. 공연하는 사람들의 위에서 함께 빙글빙글 도는 드론의 모습은 작은 요정들이 춤추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김 교수는 “배우의 몸짓과 눈짓에 따라 움직이는 드론이 연출하는 극의 분위기는 단순한 공연보다 역동적이고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드론으로만 꾸려진 공연 작품들은 아니기에 드론 쇼의 예술성을 지지하는 근거로는 부족하지만, 드론을 통한 예술세계의 확장과 발전 가능성을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사례들이다.

  군집텍 서정호 대표는 드론 쇼가 미디어아트의 매체로 분류될 수 있다는 의견을 표했다. 제주 커피박물관에서 진행한 예술과 음악, 미디어 기술을 결합한 몰입형 예술 전시 「빛의 벙커」에서는 건물 내부 벽면을 스크린 삼아 LED 조명으로 거장들의 작품을 송출했다. 서 대표는 빛을 송출할 수 있는 드론의 특성을 들며 “빛이 예술 일부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미디어아트의 한 부분으로 드론 쇼가 활용될 가능성이 충분한 예시”라고 주장했다. 서 대표가 몸담은 군집텍은 AR 드론 쇼를 출시 예정이다. 주로 실외 관람으로 이뤄지는 드론 쇼를 실내에서도 볼 수 있게 하는 시도다. 드론 쇼를 통한 예술의 지평을 확장할 뿐만 아니라 예술을 관람하는 방식에 대한 다양한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을 가진 드론 쇼가 많은 사람에게 더 사랑받는 예술이 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도와 관점들이 필요하다. 누군가에게는 예술일 수도, 누군가에게는 예술이 아닐 수도 있는 그 모호함을 고민해보는 시점에서 드론 쇼의 예술성 논의는 이미 출발했다. 이 논의에 함께하는 이들이 많아질수록, 드론 쇼는 단순히 화려한 볼거리를 넘어서는 의미를 지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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