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야말로 길이 없다. 오늘날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여성이 삶의 경로를 결정하려 할 때, 어떤 길도 괜찮아 보이지가 않는다. 결혼하지 않는 것도, 결혼하는 것도, 아이 낳지 않는 것도, 아이 낳는 것도 그저 모두 고되기만 해 보인다. 그러는 동안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아이의 숫자는 단 0.78명이 됐다.
‘인구절벽’이라 불리는 시대, 여성들이 마주한 현실이야말로 절벽이다. 오늘도 여성들은 어떤 고민을 떠안고 있을까. 재생산에 관한 이 모든 문제가 권리의 문제임은 제대로 이해되고 있을까. 그 권리 보장의 수준이 무척 미비한 오늘, 유난히 더 취약해지며 바깥으로 밀려나는 사람들은 없을까.
여성이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을 스스로 자유롭게 결정하고, 국가로부터 그 결정을 존중받고, 또 지지받을 권리인 재생산 권리가 충분히 보장되고 있는지를 점검할 때다. 그저 여성에게 아이를 더 많이 낳으라 압박하는 취지의 조급하고 단순한 대책 들은 해답이 못 된다. 아이 낳는 기계는 어디에도 없다. <서울대저널>이 오늘날 재생산권을 둘러싼 한국 사회 앞에 놓인 수많은 갈림길과 그 끝의 가파른 절벽들을 살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