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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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로 ‘나락 보내는’ 사회다. 나락은 불교에서 유래한 말로, 지옥을 뜻한다. 그러나 오늘날 ‘나락 보내기’는 특정 인물의 결함을 빌미로 재기할 수 없게끔 매장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의 ‘나락 퀴즈쇼’는 ‘당신도 나락에 갈 수 있다’라는 표어를 내걸고 유명인에게 첨예한 듯 보이는 질문을 던져 인기를 끌었다. 나락이 하나의 유희로 소비되는 시대다.

  하지만 나락에 갔다고 해서 모든 게 끝나는 건 아니다. 불교의 나락은 사후 세계지만, 현실의 나락에선 여전히 삶이 이어진다. 자본과 쾌락으로 얼룩진 나락의 메커니즘을 파헤쳐야 할 이유다.

  너 나 할 것 없이 나락에 가고 또 보내지는 사회에서 묻는다. 나락에 간 이는 과연 나락을 가 마땅했는가. 단지 정치적 견해나 사상이 다르단 이유로 부당하게 캔슬(cancel)되진 않았나. 또 나락을 보낸 이들에겐 그럴 만한 권리와 정당성이 있었나. 만약 없었다면, 그들은 무엇에 힘입어 타인을 나락으로 보낼 수 있었나. 

  나의 나락이 곧 너의 오락인 시대, 이대로 괜찮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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