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20시 40분, 서울대학교 아크로폴리스 광장에서 12.5 전체학생총회(학생총회)가 열렸다. 갑작스러운 강우로 인해 17시 30분부터 소집이 시작된 학생총회는 재학생 2,449명, 휴학생 258명으로 총 2,707명이 참여해, 17.457%의 참여율로 정족수 조건을 충족하며 개회했다.

학생총회에 참여한 학생들은 다양한 참여 사유와 기대를 밝혔다. 이여은(사회교육 21) 씨는 “나라의 수장이라는 사람이 민주주의를 시험하고 헌법 질서를 어지럽혔다”고 언급하며 “대학생으로서 침묵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 씨는 또한 학생총회가 “서울대 학생들이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단 걸 사회가 아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는 기대를 말했다. 원승욱(철학 20) 씨는 이번 총회에 대해 “당연히 성사될 것이라 생각했다”며 “이번 학생총회는 우리 학생사회가 죽지 않았음을, 사회의 혼란 속에서도 서울대라는 등불이 꺼지지 않았음을 방증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번 학생총회에서는 ‘윤석열 퇴진 요구’의 한 가지 의안을 다뤘다. 지난 3일 선포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을 규탄하며 학생사회 대응 목적으로 소집된 학생총회는 ▲민중의례 ▲찬반 발언 ▲자유발언 ▲표결 ▲행진 순으로 진행됐다. 김민규 총학생회장(조선해양공학 21)의 개회 선언 이후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과 함께 민중의례가 마무리됐고, 뒤이어 회순 안내와 의안 발제가 이뤄졌다.

의안에는 지난 3일 기습적으로 선포된 비상계엄이 위헌적 행위이며, 대학의 학문적 자율성과 민주적 가치를 심각하게 위협했다는 점을 강조하는 내용이 담겼다. 본 의안에 대해 총학생회(총학) 측에서 지명한 세 명의 발언자가 찬반 발언에 나섰다. 가장 먼저 윤종민 전 연석회의 의장(생물교육 21)의 발언이 시작을 열었다. “선배가 후안무치한 행보를 보인다면 치부를 밖으로 새겨 한목소리로 지탄해야 한다”고 강하게 목소리 낸 윤 전 의장은 “윤석열의 퇴진을 가결시켜 민주주의의 불꽃이 관악의 중심에서 타오르고 있음을 보이자”는 말로 찬성 발언을 마무리했다.

자유전공학부 백장운 학생회장(자유전공 23)과 사회과학대학 김민성 학생회장(정치외교 23)의 찬성 발언이 뒤를 이었다. 백 학생회장은 “비상계엄과 포고령을 통해 국회의 기능을 위헌적으로 저지하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든” 윤석열의 퇴진을 요구하는 것이 “시민의 책임”이라고 발언했다. 김 학생회장은 “서울대 이름으로 퇴진을 요구하는 것이야말로 야당에 힘을 실어줘 탄핵을 가져올 것”이라 주장했다.
찬반 발언이 종료된 후 각 단과대학별 한 명씩 2분의 자유발언 시간을 가졌다. 본래 제3차 임시 총운영위원회 회의에서 의결된 기존 학생총회 식순에는 자유발언이 포함되지 않았지만, 학생총회가 시작되기 직전 20시 임시 총운영위원회 소집과 함께 단과대학별 한 명을 지정해 자유발언을 보장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급작스러운 변경이었음에도 총 16명의 학생이 자유발언에 나섰다.
자유발언에서는 각 단과대학의 특색을 살린 다양한 발언이 이뤄졌다. 음악대학 발언자 문영원(관현악 23) 씨는 “민주주의의 음악은 계속돼야 하고, 표현의 자유 없인 음악도 없다”고 말했다. 사범대학 발언자 박훈기(역사교육 23) 씨는 “조선의 폭군 연산군은 자신이 두려워할 것은 역사뿐이라고 말했다”며 “윤석열 씨, 부디 두려워하길 바란다”고 강한 어조로 의견을 피력했다.
자유발언이 모두 끝난 이후 의안 ‘윤석열 퇴진 요구’에 대한 표결이 진행됐다. 표결 방식은 거수투표로, 찬성·반대·기권 세 번에 걸쳐 투표가 이뤄졌다. 투표는 투표함이 이동하는 동안 거수 상태로 대기하다가, 자신이 지지하는 의견의 투표함이 도착하면 표를 넣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22시경 개표가 완료됐고, 찬성 2,516표로 의안이 가결됐다.

의안 가결 이후 22시 36분, 약 5시간 가까이 진행됐던 학생총회가 막을 내렸다. 폐회 이후 참여자들은 서울대학교 정문까지 행진을 이어나갔다. 단과대학별, 반별, 단위별 깃발을 휘날리며 학생들은 ‘윤석열은 퇴진하라!’는 구호를 목청껏 외쳤다. 정문에 도착한 이후로도 학생들은 정문 아래 모여 23시까지 계속해서 구호를 외쳤다.

행진이 끝난 이후, 여전히 열기가 남은 자리에서 학생들은 총회에 대한 소감을 나누기도 했다. 자유전공학부 A씨는 “이 사태에 대해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학우들이 이렇게 목소리 내줘서 고맙다”는 소감을 밝혔다. 사회학과 B씨는 “비슷한 발언이 반복된다고 느꼈다”며 “윤석열을 몰아내야 하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어떻게 윤석열 같은 사람이 대통령이 될 수 있었는지도 성찰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B씨는 “당분간은 민주주의를 논하는 것이 탄핵, 정권 교체와 같은 제도정치의 문제로만 한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짚으며 “지금까지 외쳐온 여성, 장애인, 퀴어, 노동, 기후 정의 같은 문제들이 도외시되기 쉬울 것 같다”는 우려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