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MG_0### |
| 박연 씨(위)와 이재훈 씨(아래)는 레소토 사람들과 교감하며 노래를 만들었다. |
아직까지 우리에게 ‘아프리카’는 미지의 공간이라는 이미지로 다가온다. 바로 그 곳에 음악 하나 바라보고 용감무쌍하게 달려간 이들이 있다. 박연(정치 08) 씨와 이재훈(지구과학교육 02) 씨다. 이 둘은 지난 8월 24일, EBS ‘리얼실험프로젝트 X’를 찍기 위해 아프리카의 낯선 나라 레소토로 날아갔다. 상상만 해보던 일을 직접 해본다는 취지를 가진 이 프로그램의 이번 목표는 ‘음악을 통해 기부하기’였다. 레소토라는 나라를 탐방하며 아이디어를 얻은 뒤, 음반을 만들고 판매해 그 수익금으로 아이들에게 악기를 사주자는 것. 언뜻 보기 무모한 미션에 둘이 달려든 것은 우연한 기회였다. 음악적 취향을 공유하고 노래를 만드는 모임인 ‘꿈에 카메라를 가져올 걸(꿈카)’에서 활동하던 재훈 씨는 출연자를 모집하는 광고를 보고 아프리카에 대한 막연한 동경으로 지원했다. “생각지도 않게 연락이 왔고, 같이 갈 사람을 구해야 한다기에 ‘꿈카’에서 같이 활동하던 연이에게 연락해서 같이 가게 된 거죠.”레소토로 도착한 그들은 오지로 가서 현지 사람들과 함께 지냈다. “현지 사람들이 음악을 정말 좋아해서 가져간 악기로 연주를 해주면 전통춤을 춰줬고, 집에 있는 악기로 전통적인 멜로디도 연주해줬어요”라고 박연 씨는 말했다. 재훈 씨는 인상 깊은 사건을 전해줬다. “계곡에서 쉬는데 건너편에서 북소리가 났어요. 저도 북을 꺼내 따라쳤죠. 한참을 소리가 오갔어요. 궁금해져서 계곡을 건넜더니 한 아이가 플라스틱통을 나뭇가지로 북처럼 치고 있는 거에요. 아이가 북을 잘 쳐서 헤어질 때 제가 가져간 북을 그 아이에게 줬어요. 자리를 뜨고 저녁에 가보니 계곡 건너편이 요란하더군요. 그 북을 치며 동네 아이들이 신나서 놀고 있는 거에요. 북 하나로 아이들에게 즐거운 저녁을 선사했다는 게 아주 행복했어요.” 재훈 씨는 이 경험을 가사로 쓰고, 그 아이들의 목소리를 담아 노래를 만들었다고 한다.레소토 사람들과 교감을 나눈 이들은 남아공으로 가서 음반을 만들었다. 재훈 씨는 “현지의 북소리나 애들이 부르는 멜로디, 전통적인 박자를 삽입했다”고 과정을 전했다. 박연 씨는 “대책 없이 간 까닭에 주말이 되면 모든 가게가 문 닫는 것을 몰랐어요. 직접 공시디에 곡을 넣고, 손으로 그린 자켓을 복사하고 끼워넣어 밤새 음반을 만들었어요”라며 겪은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A boy in Lesotho’라는 타이틀을 단 음반은 10월 첫 주부터 디지털음원 판매를 시작했다.박연 씨는 “압축적이고 농도 짙은 경험이었고, 사람이 커진 느낌”이라며 자신의 경험을 회상했다. 재훈 씨는 “제 나이 또래면 취업이다 뭐다 사람이 각박해지기 쉬운데, 이 일로 다시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이 강해졌어요”라고 얘기했다. 두 사람은 결성한지 얼마 되지 않은 ‘꿈카’ 활동도 활발히 이어나갈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