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단: 가출을 결심하기까지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에서 2007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가출청소년은 보통 14~16세에 처음 가출을 한다. 최장으로 오래 가출한 기간은 남자가 평균 185.7일 여자는 평균 150일이다. 6개월 이상 가출하면 ‘장기 가출’이라고 부르는데, 27.8%의 가출청소년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들이 가출을 하게 되는 이유로는 가정적인 요인이 63%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부모간의 불화, 자녀에 대한 부모의 지나친 간섭이나 무관심, 폭행, 의견차이가 주요한 가출의 원인이다. 가출청소년들의 가족적인 출신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 중에서 친부모와 함께 살았던 아이들은 26%에 지나지 않았다. 나머지는 편부모와 살았거나(35.1%) 계모나 계부와 함께 살았던 청소년(17.5%)이거나 부모가 아닌 다른 사람과 살았다고(25%) 답했다. 대부분 해체가정 출신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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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출 청소년들의 출신 가정을 보여주는 도표. 편부모 가정 출신이 많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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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출의 동기를 보여주는 도표. 가족적 요인이 대부분이다. |
진미정(아동가족학과) 교수는 “편부모 가족이나 조손가정이라고 해서 다 청소년 보호에 문제가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런 가정에선, 한 사람이 부양자이자 양육자이기 때문에 부담이 가중돼 청소년들에 대한 관심과 보호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가출을 선택한 청소년들도 막상 가출이 문제를 해결해 줄지에 대해서는 회의를 가진다. 쉼터 이용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이들 중 11.8%만이 가출이 문제 해결에 유용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가출은 현재로서는 불가피한 수단이라거나, 가출이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킨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에는 경제위기로 인해 가출청소년의 수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진 교수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가족에서는 가정불화가 청소년의 가출로 이어진다”며 경제적 어려움이 가족 내의 갈등으로 작용하면서 청소년 가출이 늘어날 수 있음을 경고했다. 거리의 청소년들을 찾아다니며 상담서비스를 하는 이동청소년쉼터의 김기남 팀장은 “작년까지는 한 달에 평균 8~9명의 가출한 아이들이 이동쉼터를 찾았다. 그런데 올해는 3월 들어서만 20명을 만났다”면서 “올해엔 가출한 아이들의 수가 작년에 비해 늘어날 것 같다”고 예측했다. 위기 : 집 떠나면 고생이다그러나 위기는 가출과 동시에 찾아온다. 당장 가출청소년들에게는 기본적인 의식주가 보장되지 않는다. 한터협의 2007년 조사에 따르면, 가출청소년들은 가출을 해서 가장 어려움을 느꼈을 때로 잠잘 곳이 없었을 때(31.6%)를 1순위로 꼽았다.이들 가출청소년들은 주로 어디서 잠을 잘까? 쉼터 이용 청소년들은 쉼터에 입소하기 전에 친구나 아는 사람의 집(47.5%)에서 주로 잠을 해결했고, 다음으로 찜질방, 여관 등 숙박시설을 이용했다고 응답했다. 심지어 아파트 계단이나, 옥상, 지하실, 놀이터나 공원(11.4%)을 이용한 청소년들도 있었다. 이런 곳에서 가출청소년들이 잠을 제대로 잔다고 보기는 힘들다. 용돈이 없다는 것을 어려움으로 꼽은 청소년도 24.6%나 됐다. 보통 이런 경우 가출청소년들은 용돈이나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한다. 하지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가출청소년들은 쉽게 위험에 노출된다. 가출청소년들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다치거나, 사장이나 손님에게 구타 폭행을 당하거나, 심지어는 성폭행을 당하기도 한다. 가출 중에 청소년들은 주로 음식점(35.2%)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 외에도 주유소, 피시방, 편의점, 노래방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성심디딤돌센터의 김정미 수녀는 “거리에서 아이들이 손쉽게 들어갈 수 있는 아르바이트는 주유소나, 음식점 서빙이다. 그런데 악덥 업주를 만나면 일을 시키다가 임금을 줄 때가 되면 애들에게 심하게 대한다. 임금을 요구하면 업주는 ‘너희들 가출했지’하면서 겁을 준다. 결국 아이들은 돈도 못 받고 도망간다”고 말한다. 보수를 받는다 하더라도 대부분 낮은 시급을 받는다. 평균 아르바이트 시급은 4000원 이하가 43.8%로 가장 높았다. 3000원 이하의 시급을 받는 특히 열악한 경우도 28.3%로 높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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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출청소년들의 아르바이트 시급. |
가출로 인해 규칙적으로 영양 섭취를 하지 못하는 가출청소년들은 건강에도 이상이 올 수 있다. 한국청소년개발원이 2006년, 500명의 가출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31.5%에 달하는 아이들은 하루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 경험을 했으며, 18.5%만이 규칙적으로 식사를 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가출청소년 불규칙한 식사는 성장기의 청소년의 발달에 악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성인이 되어서까지도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문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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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출을 전후한 가출 청소년의 비행 변화. |
절정 : 가출 이후로 바뀌는 청소년들의 삶
가출은 비단 밖에서 산다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가출 이후 아이들의 삶은 급격히 바뀐다. 이동쉼터의 김기남 팀장은 “가출이라는 통로를 지나고 나면, 비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대부분의 문제행동과 비행은 가출 전후를 기점으로 늘어난다. 한터협의 2007년 조사에 따르면 폭력, 흡연, 음주, 성경험뿐만 아니라 환각제와 약물 복용을 경험했다는 응답이 가출 후에 더 높아졌다. 어린나이에 가출한 가출청소년들은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지 않아서 성적인 문제를 경험하기도 한다. 가출 후에 성병에 걸린 경험은 6.6%에서 11.3%로 증가하였고, 임신을 하거나 시킨 경험은 5.4%에서 가출 후 9.9%로 증가하였다.왜 가출 후에 비행이 증가하는 것일까. 가출청소년들은 주로 일행들과 공동생활을 한다. 가출청소년들끼리 뭉쳐 다니는 이런 특성 때문에 가출청소년들이 폭력과 같은 비행을 쉽게 저지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기남 팀장은 “가출한 아이들이 가장 많이 하는 것이 동행을 찾는 것이다. 같이 방도 구하고, 돈 버는 방법도 같이 찾는다. 문제는 이 아이들이 같이 다니면서 범죄에 대한 죄책감이 줄어든다는 것이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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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출을 전후한 가출 청소년의 비행 변화. |
가출한 청소년들은 인터넷을 통해 쉽게 성매매나 성범죄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서울YMCA청소년쉼터 이윤정 실장은 “가출해서 많은 돈이 필요한 여자 청소년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성매매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2008년 조사에 따르면, 470건의 성매매 범죄에서 성범죄자와 대상청소년은 거의 대부분 인터넷(93.6%)을 통해서 만난 것으로 나타났다. 가출청소년이 인터넷을 통해 쉽게 성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기 때문이다. 한터협의 조사에 따르면, 돈을 받고 이성과 성관계를 한 번이라도 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가출 전에 5.7%인데 반해, 가출 후에는 11.3%로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상당수의 가출청소년들이 가출 이후 너무나도 쉽게 성매매에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가출청소년들의 심리건강 또한 염려할 만하다. 대부분의 조사에서 가출청소년이 느끼는 자존감, 행복도, 스트레스, 우울감은 일반 청소년이 느끼는 것에 비해서 더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출청소년들은 자살을 생각하기도 한다. 국가청소년위원회의 2007년 가출청소년 건강실태조사연구에 따르면, 가출청소년의 44.1%가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응답해 일반청소년(23%)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자살을 시도해 본적이 있다고 응답한 가출청소년은 24.2%로, 일반청소년(5.4%)에 비해 4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말: 과연 그들은 집으로 돌아갈 것인가사실 가출청소년들 중 상당수는 집으로 돌아가려 하지 않는다. 쉼터를 이용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전혀 귀가를 원하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응답은 31.6%로 높게 나왔다. 이들을 포함한 58%정도가 귀가를 원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사 가출청소년이 집으로 돌아간다 해도 아직 해피엔딩은 아니다. 첫 가출 이후엔 반복적으로 가출이 이루어진다. 한터협의 조사에 따르면 남자 가출 청소년은 평균 9.6회, 여자 가출 청소년은 평균 8.0회 가출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정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청소년은 집으로 돌아갔어도 다시 가출을 선택할지 모른다. 스스로 쉼터에 입소하는 청소년들도 있다. 단기쉼터인 서울YMCA청소년쉼터의 이윤정 실장은 “경찰에게 인도되어 오는 아이들도 있지만, 본인이 힘들다고 생각해서 스스로 연락해서 오는 경우가 제일 많다. 성폭력에 의해서 가출에 회의를 갖게 되거나, 가출한 아이들끼리 모인 그룹에서 갈등이 생겼을 때 쉼터에 들어온다”고 밝혔다. 그러나 장기쉼터라 해도 규정상 2년 이상 지낼 수는 없다. 쉼터가 언제까지나 그들의 보금자리가 될 수는 없다. 그 누구도 한 가출청소년이 집으로 돌아갈 것인지, 아니면 계속 거리의 청소년으로 남을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가출청소년 문제는 그래서 열린 결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