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공주는 여왕이 되고 싶었답니다. 추한 얼굴을 한 마녀가 찾아와 백설공주에게 투표도장이 찍힌 사과를 내밀며 “여왕이 되고 싶다면 그걸 먹으라”는 말만 남기고 사라졌습니다. 난쟁이들은 투표를 조작하고 백설공주는 마녀가 준 사과를 먹었어요. 마침내 백설공주는 여왕이 됐지만 백성들이 투표조작에 대해 수군대자 보도를 막고 TV에 자신에 대한 좋은 이야기만 내보냈어요. 어느 날 백설공주는 말하는 거울을 불러 자신의 모습을 보려고 했지만 웬걸! 거울엔 사과를 건넸던 추한 마녀의 얼굴만 비쳤답니다.
벌거벗은 임금님이 다스리는 나라의 한 도시엔 40년 전부터 ‘FORYOU 발전소’가 있었는데 이곳이 갑자기 ‘NOTFORYOU’가 될 수도 있다는 소문이 돌았어요. 그러나 임금님은 관리들에게 뇌물을 받으며 모른 척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발전소가 터지고 말았습니다. 벌거벗은 임금님은 “별 일 아니고 금방 원상태로 돌아올테니 걱정말라”며 20km내의 사람들만 피난시킨 후 20km 밖 주민들은 내버려뒀답니다. 임금님은 고농도의 독이 섞인 물을 발전소 앞 바다에 몰래 계속 버렸어요. 어부들은 더 이상 바다에서 어업을 하지 못하게 돼 시름이 깊어가고 있답니다.
도로시는 ‘환상의 도시’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무더운 날씨 속에 낙동강으로 떠났어요. 한참을 걸어 낙동강에 도착해 같이 갈 친구들을 찾았지만 친구들은 보이지 않았고 강에는 놀랍게도 엄청난 양의 녹차라떼가 흐르고 있었어요. 도로시는 뭔가 이상하다 여겼지만 녹차라떼를 공짜로 원 없이 마실 수 있는 걸 기뻐하며 강물을 꿀꺽꿀꺽 마셨습니다. 아뿔싸. 강에 흐르는 물은 녹차라떼가 아니라 ‘녹조라떼’였어요~
세 동화는 최근에 있었던 국정원 선거 개입,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근황, 4대강 사업으로 망가진 생태계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각색해봤습니다. 슬픈 동화인가요? 이 이야기를 읽으며 각자 느끼는 바는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 인간의 상상력이 결여됐기 때문에 일어난 사태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눈앞에 있는 당장의 이익만 생각하고 쫓아갔기 때문에 곪았던 부분이 터져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점에서 저는 ‘상상력이 결여된 것’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후쿠시마의 가설주택에선 일주일에 다섯 명 가량의 어린아이들이 피폭으로 죽어가고, 18명의 아이들이 갑상선 암에 걸렸다는 믿기 힘든 소식이 들려옵니다. 이미 원전사고는 전 지구가 고민해야 할 문제가 됐습니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과 조작, 그걸 보도하지 않는 언론들과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현 정부의 모습은 이탈리아나 러시아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습니다. 4대강 보 공사로 훼손된 생태계는 회복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며 썩어가는 물은 인근지역 주민 건강에 위협을 가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보면 세상은 왜 이러나 싶을 정도로 진절머리도 나겠지만 질리고 피곤하다며 관심을 끊는 것이 능사는 아닌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는 ‘무지개 저 편’으로 건너가기 위해 상상력을 발휘할 때가 됐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상상력이란 ‘어떤 사건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관심을 갖고 어디까지 깊이 있게 내다볼 수 있는가’를 말합니다. 그 상상력이 하나 둘 씩 모여 아직 가보지 못한 무지개 저 편에 가볼 수 있지 않을까요? 후쿠시마 사고로 일본에선 시위에 무관심하던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꾸준히 반원전 집회를 열고 있으며, 한국에선 국정원의 선거개입 은폐시도에 맞서 서울시청광장에서 계속 촛불이 타오르고 있는 것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