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씨에도 관악의 학생사회를 3주 간 뜨겁게 달구었던 52대 총학선거가 그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번 총학선거는 총 14일간의 유세, 7일의 투표기간, 11시간의 개표과정을 거쳤다. 개표 결과 선본의 박진혁(경제 05) 정후보와 김진섭(전기 06) 부후보가 학생들의 폭넓은 지지를 기반으로 당선됐다.다섯 선본이 2만 학우와 함께한 3주 간의 대장정52대 총학선거에는 모두 다섯 선본이 출마의 변을 올렸다. 학생사회주의정치연대를 바탕으로 한 , 51대 총학생회를 잇는 , 민주노동당학생위원회에서 나온 , 전국학생행진 계열의 , 그리고 615연석회의와 뜻을 같이 하는 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지난달 3일 아크로에서 공동선본발족식을 가지며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11일과 17일에는 역시 아크로에서 선본들의 1·2차 유세가 열렸으며, 그 사이 13일에는 28동에서 공동정책간담회가 개최됐다. 2주간의 유세 대장정을 마친 뒤, 18일부터 21일까지 총 4일동안 정규투표가 이뤄졌다. 그러나 끝내 투표율 50%를 달성하지 못해 24일부터 26일까지 연장투표가 실시됐다. 다행히도 연장투표 끝에 선거가 성사돼, 26일 밤부터 개표가 진행됐다.개표 결과 총 16,004명의 유권자 중에서 8,514명이 투표에 참여해 53.2%의 투표율(실투표수 기준)을 기록했으며, 이 가운데 3,852명의 학생들로부터 지지를 받은 선본의 박진혁·김진섭 후보가 45.2%의 득표율을 보이며 당선됐다. 선본이 2,633표(30.9%)를 얻으며 2위를 기록했다. 그리고 (895표, 10.5%), (537표, 6.3%), (382표, 4.5%)가 그 뒤를 이었다.사실상의 재신임 거쳐 압도적 표차로 당선된 이번 선거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선본이 51대 총학에 이어 52대 총학에도 당선됐다는 사실이다. 이른바 2기가 출범한 것이다. 은 지난해 51대 총학선거에서 30.2%로 당선됐지만, 올해는 45.2%라는 훨씬 더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2위 과는 14.3%의 격차를 보였다. 많은 우여곡절과 논란이 있었지만, 지난 51대 총학의 1년간의 행보에 유권자들이 지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실제로 이 , 과 연합해 발행한 에 실린 유권자 설문조사 결과는 이를 뒷받침한다.(표본 315명, 단과대·학년·성별 고려한 할당추출법 사용, 오차한계 신뢰도 95% 수준에서 ±5.49%) ‘51대 총학이 수행한 정책·공약들은 학생들의 이해와 관심사를 적절히 대변했나?’라는 문항에 45.5%의 응답자가 ‘매우 그렇다’ 혹은 ‘대체로 그렇다’고 답했다. 51대 총학의 전반적인 활동을 평가하는 문항에서도 46.0%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번 52대 총학선거에서 선본이 기록한 45.2%의 득표율과 매우 근접한 수치다. 따라서 선본의 당선은 지난 51대 총학을 학생들이 사실상 재신임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선본의 승리가 압도적이라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비록 과반수의 지지를 얻는데는 실패했으나, 은 45.2%라는 상당히 높은 득표를 거뒀다. 특히 관악·연건캠퍼스 곳곳에 설치된 총 38개의 투표소 중에서 선본은 단 6군데를 제외한 32개 투표소에서 최다득표를 기록했다. 학생들이 반드시 자신의 단과대에서 투표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선본은 전체 학생들에게 폭넓은 지지를 받은 것이다. 선본이 지난해에 이어 높은 지지를 받으며 당선된 까닭은 이 제시한 복지정책이 학생들의 요구에 부응했고 그 실천가능성에 대한 신뢰가 뒷받침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보경(법학 08)씨는 “요즘 시대의 흐름에 부합하게 학생복지에 가장 신경을 써준 선본이라고 생각돼 가장 마음에 들었다. 또한, 지난 51대 총학의 활동을 지켜보니 이번 공약 역시 실제로 이행될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고 말했다.당당한 목소리로 51대 총학과 대립각 세운 선본의 부상도 이번 선거의 관전 포인트다. 과거 민주노동당학생위원회 계열의 선본은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지 못했다. 정후보 임대환 씨가 역시 정후보로 출마했던 50대 총학선거의 선본도 5.9%의 득표율을 기록해 가까스로 꼴등을 면하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이번 선본은 30.9%의 높은 지지율을 보이며 다섯 선본 중 2위로 선전했다. 선본이 기존에 출마했던 같은 계열의 선본과는 달리 많은 학생들의 표를 얻은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차원의 분석이 나오고 있다. 첫째는 비권인 선본과 뚜렷한 대립각을 세운 것이 유효했다는 분석이다. 이번 선거에는 비권 선본 한 곳과 학생정치조직 계열 선본 네 곳이 출마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선본은 유세 초기부터 선본을 강력히 비판했다. 일부는 네거티브 공세라며 이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봤지만, 지난 총학에 대해 수위 높은 비판은 타 학생정치조직 계열 선본과 차별화됐다. 따라서 선본은 ‘실천가능’한 복지 현안에만 몰두했던 지난 총학의 모습에 반감을 느낀 유권자들의 표심을 사로잡았다. 즉, ‘할 말은 하는 당당한 운동권 선본’이라는 이미지메이킹에 성공한 것이다.선거 막판에 논란이 됐던 ‘학점포기제’ 공약도 어느 정도 학생들의 지지를 얻어내는데 기여를 한 것으로 보인다. 이 공약은 학생들 스스로 자신이 수강한 강의 중에서 일부의 이수기록을 삭제할 수 있게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에 대해 상당수 학생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학점포기제의 정당성과 실현가능성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이는 ‘빵을 먹어가며 학점을 올려야 현실’을 비판하던 선본의 총론과는 다른 각론이라며, 단순히 표를 얻기 위한 공약에 불과하다는 비난이 일었다.이효준(전기 06) 씨는 “원론적인 얘기지만 학점포기제는 취업을 위해 학점을 이른바 ‘세탁’하기 위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수업에 열심히 참여해 충분히 배웠다면, 학점이 어떻게 나오느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이런 학점포기제는 운동권들이 평상시 주장하는 바와 모순되는 것이지 않은가”라며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스누라이프에서도 선본의 ‘학점포기제’ 공약 발표 이후 많은 논란이 있었다. 그럼에도 이 공약이 선본에게 실보다는 득을 가져다줬다는 평이다.불리한 선거구도와 학생들과의 소통 실패, 의 부진그러나 어쩌면 앞의 두 사건보다 충격적인 사실은 총학선거에서 꾸준하게 강세를 보여오던 전국학생행진 계열의 선본이 기대에 못 미치는 부진을 보였다는 것이다. 전국학생행진은 50대 총학선거에서 31.6%의 득표율로 당선된 @SPOTLIGHT@ 선본을 배출한 학생정치조직이다. 지난 51대 총학선거에서도 이 계열의 선본은 3위(2위와 오차범위 내)에 그치기는 했지만 22.7%라는 상당한 지지를 확인했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선본은 지난 총학선거에 받았던 득표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0.5%를 기록했다.저조한 득표율의 원인으로는 학생들과의 소통에 실패했다는 점이 가장 먼저 꼽히고 있다. 선본의 담론과 정책이 학생들의 삶에 직접적으로 와 닿지 못했다는 것이다. 고아무개(사회 07) 씨는 “학생정치조직 계열임에도 정치적 방향성이 뚜렷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복지정책이 뛰어나지도 않았다. 펀드브레이크와 같은 정책보다는 학생들에게 보다 근본적이고 직접적인 등록금 문제 등을 말해야 했다. 또 엄마와의 하루, 0학점 강의 등은 학생들의 생활에 밀접하게 다가가지 못했고 어필이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전국학생행진 계열의 선본이 당선되거나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 선거에서 해당 선본은 학점취소제(48대), 대학국어 S/U제(50대) 등의 수업권 정책으로 학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선본장 장호(서양사 05) 씨도 개표현장에서 “우리가 주도적으로 발언했던 금융화에 대한 문제제기, 페미니즘 정책 등이 보다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고 인정하면서 “학우들에게 좀 더 다가가지 못했다면 반성할 부분은 반성해야겠다”라며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발언을 했다.그러나 선본의 부진이 단순히 그 내부적 요인 때문만은 아니라는 이야기도 있다. 비권 선본 한 곳과 학생정치조직 계열 선본 네 곳이라는 구도로부터 기인한 구조적 요인이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번 선거의 특징인 ‘1대 4’의 구도는 학생정치조직 계열 선본에게는 상당히 불리한 요소로 작용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지난 51대 총학선거에서는 비권 두 곳과 학생정치조직 계열 선본 네 곳이 나와 ‘2대 4’의 구도를 보였고, 50대 총학선거에서도 ‘3대 4’의 구도가 나타났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는 특이하게도 ‘1대 4’의 구도가 형성됐고, 이런 구도가 ‘비권 지지표’의 결집과 ‘학생정치조직 지지표’의 분산을 불러왔다는 분석이다.한 자리수 득표율 기록한 와 한편 선본과 선본은 다른 세 선본에 비해 많은 표를 얻지는 못했다. 선본의 황덕일(사복 04) 정후보는 개표 당일 과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내용이 부족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단지 재원이나 규모 면에서 미흡한 점이 있어 학우들에게 다가가는 데 있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며 타 선본에 비해 적은 선거자금과 인력을 낮은 지지율의 원인으로 꼽았다. 선본의 경우 구체적인 공약이 없었다는 점이 학우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 이유로 분석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생(사회교육 06)은 “ 선본은 정책이 없다. 당선이 되려고 출마했다기보다는 자신들의 정치적 입장을 알리려고 나왔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을 위한 정책이 없었기 때문에 뽑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선본의 김휘동(지학교육 05) 정후보는 와의 인터뷰에서 “총학선거라는 것이 세부적인 공약을 내놓고 그것으로 표를 유도하는 그런 것은 아니라고 본다. 총학은 큰 기조를 제시하고, 그에 대한 학생들의 지지를 받아 활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무산 우려에도 불구하고 높은 투표율 기록한 52대 총학선거이번 52대 총학선거는 초반부터 무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가득했다. 그러나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규투표 4일에 연장투표 3일을 포함한 총 7일간의 투표 끝에 53.2%의 투표율을 기록하며 성사됐다. 53.2%의 투표율은 최근 5년의 기록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그러나 여전히 정규투표기간에 선거 성사의 기준선인 투표율 50%를 넘지 못해 연장투표를 진행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번에도 정규투표 마지막 날이었던 21일까지의 투표율이 43.0%에 그쳐, 3일간 연장투표가 시행됐다.이는 학생사회의 주체인 학생들 사이에 여전히 정치적 무관심이 팽배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생(소비자 03)은 “선본들이 자신들의 유세에만 신경쓸 뿐 학생들에게 왜 투표를 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심어주는데 소홀했다고 생각한다. 투표를 해야 선출이 이뤄지는 것이 아닌가”라며 선본들이 지나치게 자신들을 홍보하는 데만 치우친 점을 비판했다. 학생들의 선거참여가 저조하다는 것은 곧 ‘자치’의 쇠락을 의미한다. 전창열 선관위원장도 개표 당일 과의 인터뷰에서 “다음 총학에게 무너져가는 학생자치를 살려달라고 말하고 싶다. 그것이 총학이 해야 할 일이며, 관악의 화두”라며 학생자치의 활성화를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