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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지 분리수거 작업을 하고 있는 미화 노동자들. 그들은 작업 환경에 대한 고통을 토로했다. |
407명. 2010년 현재 연건을 포함한 학내에서 일하고 있는 용역 노동자의 수다. 그 중에서도 청소에 배치된 용역 인원은 248명에 달한다. 이들에게는 노동조합이 있고, 정년이 있다. 혹자는 “타 대학에 비해 서울대 미화 노동자는 대우가 낫다”고 말한다. 하지만 1998년 용역 회사들이 서울대학교에 들어오면서부터 그들에게는 꾸준히 산적해왔던 문제들이 있다. 고용불안과 과다한 업무량, 그리고 어용 노조 논란까지… 평범한 청소 아주머니인 그들에게 도대체 어떤 고민이 있는 걸까?일은 많고, 작업 환경도 낙후되고 미화 노동자들에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과다한 업무량이다. 물론 이는 근무지에 따라 다르기는 하다. 농대의 경우 익명을 요청한 한 미화 노동자는 “평 수를 따지면 청소 면적은 그렇게 과다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사회대의 경우 사정은 다르다. 사회대 학생회의 조사에 따르면 미화 노동자의 업무량은 결코 적당하지 않다. 사회대 도서관은 그 층 수만도 4층인데, 청소 인원은 단 한 명이 배정돼 있다. 단적으로 사회대 도서관 내 430개 의자를 단 한 사람이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대 학생회장 지윤(사회 07) 씨는 “이전에 사회대 홈페이지를 통해 서명운동을 받기도 했다. 당시 사회대 행정실에서 위기감을 느끼고 내놓은 해결책은 업무 분담 등 원론적인 답변에 그쳤다”고 말했다. 여러 단과대에서 가장 큰 골칫거리는 분리수거 문제다. 미화 노동자들이 전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분리수거의 경우 근무 시간 내에 처리하기도 힘들어 주말에 나와서 일을 미리 해놓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무급이었다. 특히 책의 경우는 일일이 몇 장 단위로 찢어서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손이 더 간다. 취재 중 만난 한 미화 노동자는 “이렇게 찢어도 담뱃값도 안 나온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업무는 많은데 비해, 미화 노동자들이 머무는 휴식실 등의 환경은 그다지 좋지 못하다. 지하주차장 한 켠을 미화 노동자들 방으로 조성된 것이 단적인 사례다. 이 공간을 사용하는 노동자가 “차라리 컨테이너 박스에 휴게실을 옮기자”고 말 할 정도다.본부는 문제 없다지만 사정은 이렇지만, 본부에서는 미화 노동자들이 별 문제 없이 일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타 학교에 비해 서울대 미화 노동자들은 그나마 나은 편이긴 하다. 고용승계가 일반적으로 보장되는 데다가,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만 65세까지 정년도 보장된다. 본부 관리과 관계자는 “아무래도 공립 기관이다 보니 사립 기관보다는 대우가 낫다”고 말했다. 또한 해고와 관련해서도 “적어도 본부에서 아는 한 해고 사례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취재 결과 2010년 들어서 총 7명의 학내 용역 노동자가 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65세 정년과 고용승계는 1년 단위 계약과 일부 대학 행정실 직원의 횡포로 인해 빚 좋은 개살구로 전락했다. 권태례 씨와 방인휘 씨는 미대 행정실 모 직원의 횡포로 지난 1월 직장을 잃었다. 1년 단위 계약에서 용역 회사 측에 자료를 제출하는데 이들이 제출한 자료를 미대 모 행정 직원이 빼고 회사에 넘긴 것이다.노동자 임금 착복 의혹에 어용 노조 논란까지 미대에서 일어났던 일은 이 뿐만이 아니다. 미술 제전 등의 행사가 있을 때 마다 초과 업무를 해서 받아야 할 임금을 미대 행정실의 모 직원이 착복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권태례 씨는 “행정실이 노동자들에게 줘야 할 수당을 의례적으로 착복해왔다”고 주장하면서 자신의 통장 거래 내역을 증거로 제시했다. 문제가 된 행정실 직원이 “입금하면 다시 돌려줘야 하는 돈”이라고 말한 것이 사실은 미화 노동자들의 추가 수당이었던 것이다. 학내 시설물 관리 노조(시설 노조)가 새로운 노조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어용 노조로 변했다는 논란도 있다. 서울대 시설 노조의 경우 2000년에 설립됐다. 당시 최저임금이 보장되지 않고 각종 부당한 대우가 계속된 것이 설립 계기였다. 시설 노조의 노력으로 2006년경에야 최저임금을 보장받게 된 것이다. 그러나 5대 노조위원장으로 노원균 씨가 취임하자 상황은 달라졌다. 노 위원장은 서울대 기성회에서 근무했었으며, 행정 공무원이 주축인 대학노조에서도 관련이 있던 인사다. 즉 본부나 행정실과 관계가 깊은 터라 이전 시설 노조처럼 행정 직원들에게 적극적인 요구를 못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는 노 위원장이 이전의 4대 노조 집행부들과 갈등관계에 놓이게 되면서 가시화되기도 했다. 작년까지 공대에서 일했던 함송자 씨와 최분조 씨도 이러한 갈등관계로 인해 노조에서 제명당했고 현재도 해직 상태다. 특히 함 씨와 최 씨가 해고된 배경에는 노 위원장의 입김이 컸다. 노 위원장은 노조 규약을 개정해서 노조에서 제명당할 경우 노조 명의로 용역 회사와 본부 측에 해임을 건의하도록 한 것이다. 더구나 노 위원장은 대의원들을 선거로 뽑지 않고 기존 청소 반장들을 임의로 대의원에 임명하는 등의 편법을 저지르기도 했다.진퇴양난에 빠진 미화 노동자…대책은?현재 학내 미화 노동자들은 본부나 대학 행정실 측의 선처도 기대할 수도 없고, 노조의 보호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화여대 등 타 대학의 경우 학생회가 나서서 미화 노동자들을 지지하기도 했다. 서울대에서도 단과대 별로 미화 노동자 관련 사업을 준비 중이기는 하지만 사회대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노조의 어용화와 행정실의 부정인 만큼 현재 명확한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