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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영화배우 그리고 상식적인 사람
세상밖으로 나온 만화야, 놀자!

작가, 영화배우 그리고 상식적인 사람

독자와의 만남을 마친 김연수 작가를 홍대에서 만났다.고등학교 시절, 한 순간이라도 의미 있게 살지 않으면 자살하겠다는 조건부 자살 동의서를 가방에 넣고 다니던 비장한 소년은 대학 졸업 후에 취직도 못한 채 집에서 책만 읽으며 오랜 세월을 보냈다.천문학자가 되기 위해 천문학과에 지원했다 떨어지자, 영문학과를 들어가 하루에 한 편씩 시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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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와의 만남을 마친 김연수 작가를 홍대에서 만났다.

고등학교 시절, 한 순간이라도 의미 있게 살지 않으면 자살하겠다는 조건부 자살 동의서를 가방에 넣고 다니던 비장한 소년은 대학 졸업 후에 취직도 못한 채 집에서 책만 읽으며 오랜 세월을 보냈다. 천문학자가 되기 위해 천문학과에 지원했다 떨어지자, 영문학과를 들어가 하루에 한 편씩 시를 썼다. 대학에서 시인으로 등단했으나 소설가가 되기로 마음먹은 그는 졸업 후 평범한 회사원 생활을 하며 퇴근 후 틈틈이 소설을 썼다. 소설을 쓴지 십 년, 김연수는 동서 문학상, 동인 문학상, 대산 문학상, 황순원 문학상, 이상 문학상 등 굵직한 문학상들을 수상한 작가이자 얼마전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한 신인 배우가 됐다. 우연히 시작된 평범한 이과생의 문학도 인생영화 이야기를 꺼내자, 김연수 씨는 다시 영화를 찍을 일은 없을 것이라며 웃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과 차이가 없었다는 평범한 어린 시절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줬다. “집도 가난하지 않았고, 주변에 가난한 사람도 없었고, 풍족하게 잘 큰 경우였어요”라며 그는 유년시절이 작품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고 했다. 고독하거나 가난하지 않은 평범한 유년시절은 도리어 그가 독자와 소통하는데 도움을 줬다. 천문학자가 되겠다는 꿈은 천문학과에 낙방하면서 어그러졌다. 그래서 책 읽기라는 평소의 취미를 살려 영문학과에 갔다. 이 변화에 대해 그는 “내가 원서 내고 시험을 쳤는데도, 뜻밖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문학에 종사하겠단 마음으로 들어간 영문학과는 아니었다. 1, 2학년에는 당연히 남들처럼 열심히 데모했고, 들어가지 않아도 성적이 나오는 전공 수업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그 대신 도서관에서 하루 종일 앉아서 하루에 많을 때는 두, 세권씩 책을 읽었다. 궁금한 게 많고, 알고 싶은 것도 많고, 읽지 못한 책도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다. 20대에 가치 있는 책을 읽는다는 것은 평생동안 자기만의 문학을 갖고 살아갈 수 있음을 의미한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요즘 대학생들이 독서보다는 취업 준비에 골몰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는 그는 “고전과 같은 명작은 나이가 들어 읽어보면 내용이 새롭게 이해되면서 자신이 얼마나 변해왔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잣대가 된다”며 20대들에게 좋은 책을 읽을 것을 강조했다. 시인으로 등단, 이후 소설가가 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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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김연수씨가 발표한 책들. 그는 “소설은 자신이 잘 하고 싶은 일 가운데 가장 첫번째 일이자 외로움을 잊게 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시절에 그는 시인이 되고 싶다는 목표를 찾았다. 그는 “지금 대학생들 누구나 열망은 대단한데, 열망의 대상이 무엇인지 찾는 것이 힘들어서 열심히 살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라고 말한다. 대학생 김연수는 당시 목표가 분명했기 때문에 자신을 의심하지 않았고, 하루 한 편의 시를 쓰겠다는 결심을 지키는 데에도 지치거나 힘들지 않았다고 했다. “열심히 할 수 있는 일을 찾기만 하면, 노력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그리고 그는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인으로 등단한 이유는 그냥 “그 당시에는 모두가 시를 썼기 때문이었을 뿐”이었다. 그는 자신이 시, 소설, 평론 중 어디에 적합한 인간인지 알 수 없었다고 그 당시를 회고했다. 그가 소설가가 되겠다고 결심한 것은 서른 살이 넘어서였다. 직장을 다니고 있던 그는 퇴근 후 집에 와서 소설을 쓰다 직장도 그만두고 소설 쓰기에 몰두했다. 고정적인 수입이 보장되지 않는 소설가를 직업으로 삼는 것은 불안한 일이었고, 아르바이트도 병행해야만 했다. 그럼에도 소설을 쓴 이유는 그것이 스트레스를 가장 덜 받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내 일이 아니라는 기분에 억지로 가던 회사와는 다르게 소설은 힘들지도 않았고, 쓰고 나면 돈을 벌지 않아도 그저 행복했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재능에 대한 의심이 들었던 적은 없었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그는 재능이라는 것에 대한 자신만의 견해를 피력했다. 그에게 재능이란 한 마디로 스트레스를 견디는 것이었다. “어떤 일에 대한 비슷한 열망을 가지고 있는 사람 중에서 한 번 더 시도할 수 있는 사람이나, 그 일을 하는 과정이 덜 괴로운 사람이야 말로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고 정의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10년 정도는 열심히 해야 되요. 지금 25살이라고 해도, 35세까지 뭐가 이루어질 수 있겠어요? 아무것도 이뤄질 수 없어요. 단지 10년 동안 내가 어떤 일에 빠져있었다, 이 기억만 남겠죠. 그 과정 자체가 성공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아요. 그리고 10년을 회의나 포기 없이 그 일을 반복적으로 꾸준히 하면 결국 거기에서 재능을 발견하게 됩니다. 한 두 번 하다 포기하면, 그건 재능도 없는 거고 자기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지도 못한 거지.”역사의 진실, 그리고 타인과의 소통 가능성 90년대 운동권 학생들의 삶에 집중한 이나 북간도에서의 반민생단 투쟁을 소재로 한 와 같이 김연수 씨는 작품에서 늘 어떤 역사적 사실을 재조명한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소설을 역사소설로 생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공식적인 역사에도 관심이 없다고 했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어떤 역사적 사건에 의해 삶에 큰 변화가 생긴 사람들의 경험 그 자체다.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역사적 사건에 의해서 삶이 바뀌었을 때, 그것을 납득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고 억울하기도 해요. 제가 주목하는 것은 납득하는 과정에 사람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경험을 하기에 갑자기 인생에 끼어든 역사적 사실도 자신의 인생이라고 인정하게 되는지에요. 한국 현대사에는 갑작스러운 사건들이 많았고, 그래서 한국인들은 인생의 변화에 대한 숙명론적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 제 이야기는 한국인을 이해하는 데 어울려요.” 그에게 개인의 역사와 공식적인 역사, 그 어느 쪽도 사실은 아니다. 그는 모든 역사란 누군가의 필요에 의해서 재구성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한국사란 전쟁 이후 38선 이남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이야기가 재구성된 것이고, 누군가의 역사 회고담 역시 특정인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완전히 진실로 믿을 수 없어요. 역사에는 말하는 사람의 입장이 반영돼 있어요. 따라서 역사는 하나의 진실을 보여주는 것이 불가능하죠.” 그렇기 때문에 그도 소설을 통해서 특정 개인의 역사를 재구성한다. 그는 개개인이 자신이 처했던 상황과 위치에 따라서 충분히 자신의 역사를 재구성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 “정권이 현대사를 재구성한 것을 진실로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이 아니에요, 내가 말하는 이야기, 개인들이 재구성한 역사들도 모두 진실로 주장될 수 있죠.” 그렇게 재구성된 이야기가 모여 겹쳐지면, 진실은 아니더라도 진실에 가까운 역사의 모습을 추측할 수 있게 된다. 어디에도 완전한 역사의 진실은 없다는 작가의 문제의식은 타인과의 이해, 소통이라는 주제의식에도 반영된다. 작가는 타인과의 이해와 소통이 불가능하다는 주제의식을 드러내 왔으나, 최신작 에서는 타인과의 소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역사의 완전한 진실을 알 수 없듯이 타인에 대한 완전한 이해에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기본 입장이다. “이전까지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은 절대 안된다, 의미는 전달될 수 없다는 지점에 집중했다면, 요즘에는 그렇다면 우리는 소통에 근접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해야 하는가에 집중하고 있어요.”그에게 소설이 갖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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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우리가 커서 무엇이 되느냐 하면, 자기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요. 어차피 커서 못하게 될 것, 어려서나 더 열심히 해보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

김연수 씨는 소설이 사회를 바꾸는 힘을 가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도리어 “사회를 바꾸라는 건, 소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거죠”라고 말한다. 그가 생각하는 소설 읽기란 읽는 동안에 잠시 타인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개인적인 경험에 불과하다. 그는 “사회는 몇 명 읽지도 않는 소설로 바꿀 게 아니라 상식의 힘으로 바꿔야지요. 소설은 그냥 기록을 남겨서 그 사건의 존재를 알리는 의미뿐”이라며 소설의 힘보다는 ‘상식의 힘’을 강조했다. 그는 얼마 전 용산참사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작가선언’에 참여했다. 두 사건이 너무나 비상식적이라고 생각했다는 그는 “사회는 이미 상식적이고 상식의 힘으로 더 나아질 것이지만,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비상식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소설의 사회적 힘을 부정한 김연수 작가에게 소설 쓰기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그는 예전에는 소설을 왜 쓰는지에 대한 이유를 찾으려고 노력했으나, 요즘에는 소설을 쓰는 것이 자신의 인생의 의미를 찾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소설은 잘 하고 싶은 일 가운데 가장 첫 번째 일이고, 외로움을 잊게 하는 과정이에요. 내 이야기를 들려주고, 독자의 감상을 듣는 관계에서 나는 내가 어디에 있는지 계속 확인할 수 있죠. 그래서 평생 소설을 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공부를 너무 많이 하는 것 같아 요즘 대학생들이 안쓰럽다는 김연수 씨는 자신이 다시 대학생이 된다면 책을 정말로 열심히 읽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독서였기 때문에, 좋아하는 일에만 몰두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는 것이다. “너무 좋아하는 일만 하지 말고 해야 되는 일을 해라, 좋아하는 일만 하면 뭐가 되겠느냐는 타박을 많이 하잖아요. 그렇지만 어차피 우리가 커서 무엇이 되냐면, 자기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을 못하는 사람이 되요. 대부분이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어차피 커서 못하게 될 것, 어려서나 더 열심히 해보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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