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9년 상반기 글로벌 금융위기의 한파 속에서도, 웃고 있는 기업들이 있으니 바로 유통업계다. 훼미리마트, GS25 등 24시 편의점 업계는 2009년 1분기 카드매출지수 상승률의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려놨고, 대형 유통업체들은 이른바 SSM(기업형 슈퍼마켓)으로 골목 시장을 누볐다. SSM의 경우 지역 상인들의 반발 속에 증가세를 멈췄지만 편의점 업계는 사업의 ‘문어발식 확장’을 통해 그 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러한 대자본 유통업계의 진출에 집단행동도 불사하며 저항했지만, 서울대 주변은 조용한 듯하다. 2009년 들어 GS리테일은 낙성대에 GS슈퍼마켓 낙성대점을 새로 개점했다. 2008년 이후 녹두 지역에서는 새로운 편의점들이 속속들이 생기기 시작했지만, 지역상인들의 저항은 보이지 않았다. 조용한 서울대 주변의 유통시장, 과연 문제는 없는 걸까?
편의점과 SSM, 서울대 주변을 잠식하다 작년부터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은 편의점이다. 하나 둘씩 늘어난 편의점들이 이제는 상당한 수에 이르렀다. 녹두거리의 경우 롯데리아 신림녹두점으로부터 반경 550m 이내에 편의점이 15개가 있다. 이는 훼미리마트, GS25, 바이더웨이, 미니스톱 등 주요 업체의 편의점 수만 계산한 것으로 만일 개인이 운영하는 편의점까지 합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나게 된다. 서울대입구역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서울대입구역에서 반경 550m 이내에 편의점의 수는 21개다. 이는 관악캠퍼스 면적의 약 1/5정도 되는 면적에 편의점이 15~21개 정도가 있는 셈이다.


문제는 관악캠퍼스 1/5 면적 안에 기존에 있던 중·소 슈퍼마켓이 공존한다는 사실이다. 녹두의 한 소형 슈퍼마켓의 경우 도보로 1분 거리 안에 4개의 편의점이 존재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중·소 슈퍼마켓까지 합할 경우, 녹두거리의 유통시장은 그야말로 ‘전쟁’ 상태에 있는 것이다. 조용히 세를 확장한 것은 SSM도 마찬가지다. GS리테일의 경우 서울대입구역과 낙성대역 근처에 GS슈퍼마켓을 개점했다. 특히 GS리테일의 경우 GS25 점포의 수를 합치면, 소비자들은 서울대입구역에서 ‘GS’라는 명칭을 가진 간판만 9개 이상을 보게 되는 것이다.기존 상인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존 상인들에게 피해가 없을 리가 없다. 자신의 점포에서 가시권 내에 편의점이나 SSM이 들어서서 매출이 주는 것도 원인이지만, 특히 영세한 사업 규모 때문에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녹두거리에서 20여 년간 우리슈퍼를 운영해온 주인은 요즘 주변에 편의점들이 늘어나서 걱정이다. 이 주인은 “50m 안에 편의점이 개업한다는데, 우리가 힘이 없으니까 항의도 못한다”고 말한다. 주인의 말에 의하면, 영세 업체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카드’와 ‘물건 떼어오기’라고 한다. 카드결제를 받아줄 경우 편의점에 비해 카드 수수료를 약 3.5배를 더 물어야 하는 것도 그렇지만, 정작 자신은 카드를 이용해 물건을 떼어올 수 없다는 것도 문제다. 상대적으로 편의점의 인기가 높다보니, 물건 떼어오는 일도 예전처럼 녹록지 않다. 우리슈퍼 주인은 “요즘은 아이스크림 회사나 음료 회사에서 할인해서 물건을 주지도 않는다. 예전에는 매출액도 많아서 단가를 낮춰주기도 했는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SSM이 생긴 서울대입구와 낙성대의 상인들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8월 4일 연합뉴스 보도자료에 따르면 SSM이 하나 생길 때마다 소매점 매출은 평균 82%가 줄고, 1km 이내 슈퍼마켓은 1년에 20%씩 폐업한다고 한다. 이러한 어려움은 서울대 주변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었다. GS슈퍼마켓이 생긴 곳의 바로 길 건너 20여 년간 청과점을 운영중인 정칠남(53) 씨는 특히 SSM의 긴 영업시간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정 씨는 “밤 12시까지 해버리니까, 따라가기가 힘들다. 차라리 10시까지만 했으면 그나마 나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 밖에도 정 씨는 SSM의 청과의 품질이나 가격에 대해서 “질도 낮고, 1개당 무개를 작은 것으로 묶어서 파는 등 교묘하게 팔아먹는다”며 비판했다. 또 정 씨는 SSM이 ‘희귀한 과일’에 대해서 높은 가격을 책정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실제로 사과의 경우 SSM과 청과점의 가격 차이가 별로 없었지만, 그린키위와 같은 과일에서는 SSM이 5개에 3980원인 반면 청과점에서는 5개에 2500원에 팔고 있었다. 하지만 정 씨는 “소비자들도 물건 차이를 잘 모르고, 젊은 학생들이 가격차이를 잘 따지겠냐”며 어려움을 내비쳤다. 낙성대의 GS슈퍼마켓에서 20초 남짓한 거리에 있는 매일슈퍼마켓 주인은 “정부에서 SSM을 규제할 거라 들었는데… 어차피 우리는 피해자에 불과한 거 아니냐”라며 허탈한 심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밖에 SSM 주변의 여러 상인들을 만나봤지만, 대부분은 매출액의 공개에 대한 부담 때문에 발언을 자제하는 경우가 많았다.“문제없다”는 업계들, 방관하는 관악구청 기존 상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반면, 업계에서는 별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편의점 업계 1위의 훼미리마트 본사 홍보팀 이석춘 주임은 “일본, 대만에서는 한 골목에 편의점이 4~5개가 있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이 주임은 “상권을 기준으로 보고, 좋은 상권이면 타사 편의점이 있더라도 개점을 검토 해 본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GS리테일 업무홍보팀 관계자도 “GS슈퍼마켓 관악점 주위의 경우 주택가도 있고, 유동 고객 수가 많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러한 업계의 반응은 기존 상인들의 존재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정칠남 씨는 “그 사람(대기업)들이 우리들을 생각이나 하고 들어오냐”는 반응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관악구청은 이렇다 할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관악구청 담당자들은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다”고 답했다. 편의점의 경우 담배판매권이 개점의 핵심이다. 담배판매의 경우 50m 거리 내에 다른 담배판매권을 주지 않는다는 규정에 제한을 받고 있다. 즉 새로운 편의점이 생기려면 최소한 기존에 있던 슈퍼나 편의점으로부터 50m 이상은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러한 규정이 실제로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녹두 셔틀버스 정류장 근처에서 바이더웨이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는 “우리 점포에서 42m 거리에 있는 곳에 담배판매권을 내줬다”며 관악구청에 불만을 제기했다. 이 점주의 말에 의하면 새로운 편의점이 입구를 변경하고, 공간을 조정하는 등의 행위를 통해 꼼수를 써서 50m의 거리를 만들어 냈음에도, 관악구청이 담배판매권을 내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관악구청 생활경제과 한인수 씨는 “법률이 지정 안하고 있는 것을 임의로 판단해서 판매권을 안 내줄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한 씨는 “50m 거리제한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거리제한을 회피할 목적으로 부정을 저질렀을 지 모르나, 이 경우 서류가 갖춰져 있다”며 별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즉 위 경우에 대해서 관악구청이 직접 시찰을 하지 않은 채, 서류에 의해 판매권을 내 준 셈이다. 늘어나는 편의점과 SSM에 대해서도 관악구청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다. 관악구청 생활경제과의 한 담당자는 “3000㎡ 이하면 관리대상이 아니다. 편의점이나 SSM이나 신고대상이 아니고 매출에 관해서도 관리 대상이 아닌 건 매한가지다”고 답하기도 했다. 즉 관악구청에서 편의점과 SSM에 대해서 정확한 자료를 가지고 있는 상황도 아닌 것이다.서울대 주변, 유통자본의 각축장 되나?
늘어나는 편의점과 SSM들에 의해 이제는 서울대 주변이 유통자본의 싸움터가 돼가고 있다. 편의점의 경우 점차 ‘슈퍼마켓형 편의점’으로 변모하고 있는 반면 SSM은 ‘편의점형 슈퍼마켓’으로 변모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보면, 불황의 영향으로 청과나 신선식품도 판매하는 이른바 ‘슈퍼형 편의점’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마트 에브리데이의 경우는 편의점형 슈퍼마켓을 타겟으로 삼기도 한다. 때문에 편의점과 SSM 간의 힘겨루기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녹두거리의 경우는 이제 편의점 대 영세 슈퍼마켓의 경쟁이 아니라, 편의점 간의 힘겨루기로 경쟁 양상이 재편되고 있다. 바이더웨이 신림법학원점 점주는 “이제는 다른 편의점이 우리의 경쟁대상”이라고 말한다. 편의점에게는 불행 중 다행인지, 이마트 에브리데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롯데 슈퍼마켓 등 3사는 녹두지역에 진출할 계획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관악구청의 방관과 유통재벌들의 진출 상황 속에서 서울대 주변은 이미 ‘고래들의 싸움터’가 되고 있다.

그런데, 편의점 주인들도 숨은 피해자라고? 그런데 ‘잘나가는’ 편의점 주인들도 피해자라는 말도 쏠쏠하게 들려온다. 특히 높은 지대와 생각보다 남지 않는 이윤에 속앓이를 하고 있는 중이다. 바이더웨이 신림법학원점 점주는 “결국 살찌우는 건 편의점 본사들”이라고 토로한다. 바이더웨이의 경우 순 이윤을 7:3으로 나눠서 각각을 점주와 본사가 가져간다. 하지만 지대와 인건비 등을 제하면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바이더웨이 신림법학원점의 경우 월세가 약 370만원 정도이다. 통상적으로 하루 이윤이 24만 3천원인 상황에서 본사 몫을 떼고 점주가 손에 쥐는 것은 하루 14만 4천원이다. 하지만 지대 370만원을 30일로 나누면 12만 3천원이므로 점주가 하루에 집에 가져갈 수 있는 돈은 2만원 남짓이다. 이러한 현실은 담배 판매의 사례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편의점의 경우 총 매출에서 담배의 비중이 44% 정도다. 하지만 2000원인 담배 한 갑을 카드 계산으로 판매할 경우, 점주가 손에 쥐는 돈은 72원에 불과하다. 기존 슈퍼마켓에서 편의점으로 전환하려는 상인들에게는 위약금이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우리수퍼 주인은 “전환을 위해 여러 업체에 문의해봤지만 위약금이 많더라”고 말한다. 바이더웨이 신림법학원점 점주도 “말이 좋아 상호대등 계약이지 일방적 계약”이라며 “위약금의 경우 순 이윤에서 회사가 가져가던 몫을 5년 계약기간 중 남은 기간을 곱해서 내야 한다”는 설명과 함께 부당한 위약금 제도를 비판했다. 하지만 편의점 업체 본사 관계자들은 “합리적인 계약”이라며 이 논란에 대해서 일축하고 있는 상황이다. |
[부록] , 관악 유통 시장의 실황을 살펴보다 오늘도 GS슈퍼마켓을 찾는 A씨. ‘SSM이 물건이 정말 쌉니까?’라는 질문에 A씨는 “그렇지 않을까요?”라는 자신 없게 대답한다. SSM이 쌀 거라는 말, 편의점이 비쌀 거라는 말, 사실일까? 그리고 사실이라면 왜 그럴까? 이 관악의 물가와 그 문제점을 짚어봤다. SSM이 관악의 한 마트보다 비싸… 하지만? 서울대입구역의 한 SSM과, 녹두의 D마트의 물가를 비교해보니, 오히려 SSM의 가격이 더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L사에서 나온 캔커피 175ml의 경우 SSM이 380원인 반면, D마트는 350원이었다. 하지만 SSM은 자체브랜드 상품의 경우 1캔에 270원까지 가격을 낮춰서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 공산품의 경우도 동일 브랜드 제품의 경우 D마트가 싼 경우가 많았지만, 자체브랜드 상품은 SSM에서 오히려 더 싼 가격으로 책정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청과의 경우 비슷하거나 일부 품목에서는 SSM이 훨씬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바나나 1봉의 경우 D마트에서 3000원이었으나, SSM에서는 3000원에서 심지어 5000원 대까지 책정된 경우도 있었다. 이외에 H사의 500ml 캔맥주의 경우 D마트가 1720원, SSM이 1930원이라는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편의점, 할인전략으로 동네 슈퍼 압박해 편의점의 경우 슈퍼마켓에 비해 대부분의 품목이 비싼 가격을 달고 있었다. L사 캔커피 175ml 1캔의 경우 슈퍼마켓이 500원, 편의점이 650원에 팔리고 있고, 권장소비자가격 800원인 과자류도 슈퍼마켓에서 740원인 반면 편의점에서는 정가에 팔리고 있다. 하지만 일부 편의점의 경우 통신사나 카드사와 연계한 할인전략으로 최대 15%까지 할인을 해주고 있다. 또한 일부 품목의 경우 ‘같이 구매할 경우’ 할인 혜택을 주는 전략 등으로 슈퍼마켓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