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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세훈 서울시장은 “비현실적이라는 현 정치자금법 하에서도 지난해 국회의원 후원금 모금액은 634억에 달했다”며 정치자금법을 완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에 반박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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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에 대한 불신은 한국 정치의 유산”이라고 말한 임성학 교수는 “그렇지만 정말 열심히 하는 정치인이 더 많다. 그들에게 적정한 후원을 해줘야 한다”고 얘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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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혁재 교수는 투명성을 보장한 규제 완화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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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대선 후 국민들을 경악과 분노에 빠뜨렸던 ‘차떼기’ 사태를 풍자한 한겨레 신문의 만평. |
*해당 기사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중앙선관위) 김신기 서기관의 의견은 중앙선관위의 공식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최근 ‘박연차 게이트’로 인해 정치권이 뒤숭숭하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해 여당·야당 의원 상당수가 이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져 그 파장이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지난 14일 친박연대 소속 의원 3명이 이른바 ‘공천헌금’으로 인해 징역형이 확정됨에 따라 의원직을 상실했다. 이로써 18대 국회의원 중 정치자금법·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당한 의원은 무려 9명에 달하게 됐다. 다른 7명의 의원들도 현재 선거법·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의원직 상실의 위기에 놓여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일부 의원들은 “현 정치자금법이 지나치게 엄격해 현실과 맞지 않는다. 이는 오히려 불법·음성 정치자금을 양성하게 된다”면서 정치자금법의 규제 완화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 4월 발족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에서도 앞으로의 활동에서 정치자금법 개정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정치는 돈 먹는 하마?정치에는 돈이 든다. 자신이 맡은 활동은 기본이고, 유권자와의 지속적인 접촉·전문가 자문·공청회 개최 등 돈 쓸 일이 한둘이 아니다. 대선·총선 등의 선거를 치루는 해에는 더 많은 돈이 든다. 지금은 많이 개선됐지만, 90년대 당시 대선에는 수천억 원이 선거자금으로 사용됐다. 국회의원선거에서도 몇 해 전까지는 20억을 쓰면 떨어지고 30억을 쓰면 당선된다는 ‘20낙30당’이라는 조어가 있을 정도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치인 개인역량으로는 정치자금을 충당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개개인으로부터 후원을 받거나 국가로부터 보조금을 받아 정치자금으로 사용한다.이렇듯 정치에 돈이 많이 들다 보니, 정치에는 항상 ‘돈’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유력 정치인들과 재계 인사 사이에서는 소위 ‘검은 돈’이 오갔다. 정경유착으로 얼룩진 권위주의 시대를 종식하고 민주화를 이룩한 이후에도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인 김현철 씨와 당시 재계 14위였던 한보그룹 정태수 회장이 연루된 ‘정태수 게이트’,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들이 연루된 ‘홍삼트리오 게이트’ 등 정치권에서는 여러 불법정치자금 사건들이 터져 나왔다. 특히 지난 2002년 16대 대선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진영에서 이른바 ‘차떼기’라는 방법을 통해 수 백억 원의 정치자금을 불법적으로 수수해서 큰 사회적 논란이 일었다. 썩은 정치에 메스를 대다, 정치자금법‘정태수 게이트’와 ‘차떼기’에 대한 국민의 분노와 정치권의 자성은, 2004년 이른바 ‘오세훈법’이라고 불리는 정치자금법의 재탄생을 가져왔다. 정치자금법은 정치자금의 적정한 제공과 수입·지출내역의 공개 등을 통해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부정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제정된 법안이다. 제정된 것은 196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오랜 기간동안 제 역할을 해오지 못했다. 그런데 2004년 개정을 통해서 정치자금법은 기존 고비용의 한국 정치구조를 저비용의 정치구조로 탈바꿈시키는 획기적인 변화의 원동력이 됐다. 당시 주요 개정 내용은 ▲실명 후원 원칙 확립 ▲개인의 후원액 모금한도 절반 감축 ▲다액소수 후원제도에서 소수다액 후원제도로의 전환 ▲법인·단체의 후원 전면 금지 ▲고액 기부자의 명단 공개를 통한 후원의 투명성 확보 등이었다. 또한, 이와 함께 많은 비용을 필요로 했던 지구당 제도를 정당법에서 폐지함으로써 정치활동에 소요되는 비용을 삭감했다.서울시립대 임성학 교수(국제관계학과)는 “2004년 개정된 정치자금법은 그 동안 한국정치 저발전의 고질병이자 핵심뿌리였던 고비용 정치구조를 타파하려는 노력이었고, 상당히 큰 효과를 거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2004년 정치자금법 개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했던 오세훈 서울시장은 “당시 정치자금법 하에서는 정치자금 모금능력이 곧 정치인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재는 척도”였다고 당시 상황을 이야기했다. 그는 이어서 “후원금제도를 소액다수제로 바꾸고 기업의 후원을 금지함으로써 개인이나 기업이 돈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살 가능성을 막고, 정치인들이 재력가가 아닌 국민들에게 신세지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끔 하려는 것”이었다며 2004년 정치자금법 개정의 취지를 설명했다. 실제로 2004년 정치자금법 개정은 큰 개선효과를 보였다. 16대 총선에서 선거자금이 평균 5억원 사용된 것에 반해, 법 개정 이후 치뤄진 17대 총선에서는 1억 4천만 원으로 1/3 이하로 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17대 총선 이후 중앙선관위에서 실시한 유권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의 85.1%가 선거가 ‘깨끗했다’라고 응답했다. 정치인들도 마찬가지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8대 국회에 당선되는 초선의원들을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만났는데, 정치자금법·선거법 개정 덕분에 돈 안쓰고도 당선될 수 있었다는 말씀을 하셨다”면서 법 개정의 효과가 실제로 나타났음을 설명했다.필요한 정치자금 액수가 줄고 제도가 투명해지자 정치자금을 가장한 뇌물비리도 줄었다. 박철한 진보신당 정책실장은 “현 정치자금법이 권력을 둘러싼 ‘검은 돈’의 거래를 방지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중앙선관위 정치자금과를 맡고 있는 김신기 서기관 역시 “300만 원 이상의 정치자금 기부자 명단을 공개하는 등의 현 제도 하에서 정치자금의 투명성은 거의 완벽하다. 되레 정치인들이 힘들어할 정도다”라며 ‘오세훈법’의 성과를 평가했다.다시 도마 위에 놓인 정치자금법그런데 최근 국회의원이 잇따라 정치자금법·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거나 형을 선고받아 의원직을 상실하자 일각에서는 현 정치자금법의 내용이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것이 아니냐며 법 개정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치자금법의 엄격한 규제를 현실에 맞게끔 완화하자는 것이다. 허태열,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 등은 이미 외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자금법 개정의 목소리를 낸 바 있고, 오는 정개특위에서도 이 문제를 짚고 넘어갈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현재 개정 대상으로 주목되고 있는 것은 ▲후원금 모금 한도 증액 ▲후원회 행사 허용 ▲법인·단체 후원 금지 완화 등이며, 관련법이 정당법에서는 2004년 폐지됐던 지구당을 다시 부활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한국NGO학회장인 손혁재 교수는 “정치를 고비용·저비용이라는 효율성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은 옳지 않다. 후원금 행사를 허용하고 후원금 한도액을 늘려서 정치인들이 정치활동에 더 충실해진다면 그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은가”며 정치자금법의 개정을 지지했다. 임성학 교수 역시 “‘오세훈법’처럼 고비용 구조를 저비용 구조를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국민이 정치활동에 접근, 참여해 자신들의 의사를 표출할 통로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는 이어서 시민들이 참여하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역마다 시민과 정치인이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지구당 부활이 필요하며, 이 경우 정치자금에 대한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므로 정치자금의 조달 창구를 현재보다 완화돼야 함을 피력했다. 심상정 진보신당 전 대표는 “현재의 정치자금법 하에서는 현역이 아닌 의원은 후원을 받을 수 없다. 이는 오히려 돈 없는 사람은 정치에 참여할 수 없게 한다”며 현 정치자금법 하에서 원외 정치인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오세훈법이 부패방지에 너무 신경을 쓰다보니 신진세력의 정치적 성장을 위한 재원 조달 창구가 막힌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후원액 한도를 제한하는 것은 유권자의 정치적 열망을 제한하는 것에 다름없다. 모금액 한도가 아닌 모금방식과 사용내역을 제한해야 한다”며 역시 어느 정도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필요함을 시사했다한편, 정경유착의 고리 역할을 했던 법인·단체의 후원 금지에 대해서 임성학 교수는 “자동차 산업에 관심을 보이는 의원에게 자동차 업계가 후원을 하고, 노동자를 대변하는 의원에게 노조가 후원을 하는 것은 당연한게 아닌가. 한도액을 정해둔다면 정경유착 등의 우려하는 문제는 생기지 않을 것이다”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김신기 서기관 역시 “유력 정당과 재벌의 커넥션의 여전히 문제가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도액을 낮추고 후원을 직접 정당에게 하는 것이 아니라 선관위에 기탁하는 방법으로 한다면 법인·단체 후원도 허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조심스레 기업 후원을 허용하자는 의견을 냈다.정치자금 규제 완화, 과거로의 회귀가 될 수 있어정치자금법의 규제 완화에 대한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현 정치자금법 하에서 허용하는 정치자금으로도 충분히 정치활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민주당 정세균 의원은 “연간 1억 5천만원, 선거가 있는 해에는 3억원까지 후원금을 모금할 수 있는데, 이 정도면 정치활동을 하는데 지장이 없다. 이상과 현실 운운하며 투명성을 훼손하려 해서는 안 된다”며 후원액 한도 증액에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돈이 부족해 정치를 못하겠다는 것은 과도한 표현이라는 것이다. 법인·단체의 후원 허용 여부에 대해서도 박철한 진보신당 정책실장은 “기업의 정치자금 기부가 전면화될 경우, 그렇지 않아도 공고화된 정경유착이 훨씬 강화될 것이다. 현재처럼 소액다수의 기부를 바탕으로 정치인의 정치활동이 실천돼야 정치인들이 유권자의 힘을 알게 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예전 제도로 돌아가서) 누구든 특정기업과 업종으로부터 기부금을 받는다면, 그 마음의 빚에서 벗어나기 힘들다고 본다. 점심 한 끼를 얻어먹어도 빚진 마음이 드는 것이 인지상정인 한국문화 아닌가”라며 법인·단체의 기부와 후원회 행사 허용에 대해 걱정담긴 말을 건냈다.또한, 개정을 반대하는 측은 국민 여론과 정치인들의 윤리의식을 고려했을 때 정치자금법 완화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평가다. “현재 법은 투명한 정치자금 문화를 정착하라는 국민의 요구에 의한 것”이라고 말문을 연 민주당 정세균 의원은 국민들의 신뢰가 쌓이지 않은 상태에서 정치자금법 개정을 논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고 설명했다. 진보신당 박철한 정책실장은 “한국정치의 지난 관행과 대통령·국회의원·고위관료 등의 부정부패가 커다란 사회적 문제로 수없이 불거졌던 경험을 비추어 볼 때 심각한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정치적 양극화를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표류하는 정치자금법은 어디로 가는가이렇듯 찬반논의가 격렬한 가운데, 오세훈 서울시장은 “정치자금법 개정 당시 이 법으로 두 번 정도 선거를 치르면 대한민국 정치 풍토가 완전히 바뀔 것으로 생각했다. 이제 두 번의 선거가 지나갔고 어떤 제도든지 시간이 흐르면서 수정보완은 필요하다”면서 현 정치자금법의 부족한 점에 대한 손질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그는 “현재 우리나라의 정치자금제도는 어느 나라와 제도적인 비교를 해보아도 가장 앞서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현 정치자금법의 핵심 내용마저 개정 논의에 휩쓸리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았다. 4월 국회에서 구성된 정개특위는 민주당 김충조 의원을 위원장으로 삼아 곧 활동에 들어간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부작용이 생긴다면 법을 개정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이 법의 개정인지 훼손인지는 찬찬히 생각해 볼 일이다. 손혁재 교수는 “현 정치자금법의 투명성은 더욱 강화하되 비현실적인 부분을 일부 수정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개정의 결과는 ‘buy the people’이 아닌 ‘by the people’”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향이 돼야 할 것”이라며 개정에 신중을 기할 것을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