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근로자 43만7천727명. 지난 2008년 7월 행정안전부가 내놓은 통계자료다. 다문화가정, 이주여성, 이주노동자들의 수가 늘어나면서 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전반적으로 높아져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대다수 한국인들이 이주노동자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불법체류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이주노동자들 뿐 아니라, 이주여성 등 이주민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언론은 아직도 변변치 못한 실정이다. 그러나 여기 크게 주목받지는 않지만 앞으로 활동이 기대되는 이주노동자 전문 인터넷 대안언론이 있다. 독립 미디어를 표방하는 ‘이주노동자방송국(www.migrantsinkorea.net)’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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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신설동에 위치한 이주노동자방송국. |
비영리 독립방송국의 탄생
이주노동자방송국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인터넷방송국으로 현재 비영리로 운영되고 있는 예비 사회적 기업이다. 이주노동자방송국의 홈페이지(www.migrantsinkorea.net)에서는 인터넷 뉴스는 물론이고 라디오 방송과, 영상 방송도 제공한다. 2005년 5월에 처음 개국했을 때는 한국어 사이트만 운영 됐지만, 2007년에 7개 국어로 다국어 사이트를 개편해서 지금은 여러 언어로 뉴스와 방송을 볼 수 있다. 이 사이트를 통해 이주민과 이주노동자들의 문제를 이주민 스스로의 목소리를 통해 전문적으로 다루는 것이 이 방송국의 설립 취지이다.예술가로 활동하던 박경주 대표가 이주노동자 방송국을 개국한 것은 2005년이다. 그녀는 이주노동자를 주제로 사진전을 열었는데, 이나 나 이주노동자 문제에 대해서 내는 목소리에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주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낼 대안언론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뜻이 통하는 몇 사람과 방송국을 만들었다”고 개국과정을 소개했다. 하지만 아직 방송국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이주노동자방송국의 규모는 작은 실정이다. 작은 사무실 하나와 그 안에 있는 대표실, 녹음실, 회의실이 방송국의 전부고, 건물 밖에는 제대로 된 간판조차 없어서 밖에서는 이런 곳에 방송국이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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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노동자방송국의 박경주 대표. |
지원 없이 운영하느라 어려운 실정
이 방송국은 한번도 직접적인 정부지원을 받은 적이 없다. 이는 정부가 직접 지원을 하지 않아서만은 아니다. 박경주 대표는 “이주노동자방송국이 정부의 직접 지원을 받는다면,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게도 관심을 쏟게 될지 의문이다. 국가에서 인정하는 등록 이주민만을 다룬다면 이주노동자 문제를 포괄적으로 볼 수 없을 것이다”라며 회의를 나타냈다. 불법체류 비율이 높은 이주노동자들의 실태를 좀 더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서는 독립 미디어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비영리 예비 사회적 기업인 이주노동자 방송국에서 시민기자로 활동하는 자원봉사자들은 꼭 필요하다. 방송국에서는 이주민을 대상으로 미디어 교육을 하면서 꾸준히 시민기자들을 양성하고 있다. 현재 15명 정도의 시민기자가 활동하고 있고 전부 이주민으로 구성돼 있다. 미디어 교육의 비용은 보조를 받기 때문에 운영에도 부담이 덜한 편이다. 그러나 시민기자들은 모두 다른 직업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기자 활동이 불규칙적이라는 난점이 있다. 방송국은 올해 1월 처음으로 정식 직원 16명을 채용했다. 직원 중 4명은 이주민이다. 박경주 대표는 “직원 채용이 처음인지라 아직 이주노동자 문제의 특수성에 대해 잘 몰라서 미숙한 면들이 많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얼마간 교육을 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방송국 직원들은 ‘이주여성 긴급지원센터’와 같은 이주민 관련 단체에서 교육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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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국 직원들이 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를 찾아 교육을 받고 있다. |
어떤 언론보다 깊이있고 전문적인 뉴스
이주노동자 방송국은 많은 기사를 작성하기 보다는 다른 언론에서는 할 수 없는 깊이 있는 보도를 지향한다. 그래서 지난 2007년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화재 사고로 10명이 죽고 10여명이 다쳤을 때는 두 달 동안 기자들이 합동 분향소에 가서 살았다. 다른 언론들이 이런 사건이 생기면 그 당시에만 관심을 갖는 것과는 달리, 이주노동자 방송국은 후속보도를 중요시한다. 지금도 이주노동자방송국 홈페이지에는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 화재 관련 후속보도가 꾸준히 올라오고 있어서 관련 기사만 해도 50여개에 달한다. 얼마나 여수 화재 보도에 집중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박경주 이주노동자방송국 대표는 “기자들이 두 달 동안 분향소에 살면서 밀착보도를 하니깐, 출입국사무소에서 이주노동자 방송국이 그날 기사 몇 개 쓰는지 다른 곳에 보고하기까지 했었다”는 당시 상황을 전했다.이주민들의 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이주민 시민기자들이 직접 자신의 언어로 뉴스를 만드는 것도 이주노동자 방송국의 특징이다. 15명의 시민기자가 쓴 뉴스와 방송을 네팔어, 러시아어, 베트남어, 영어, 중국어, 태국어, 한국어로 운영되는 7종류의 웹페이지를 통해 볼 수 있어서 이주노동자들의 반응도 괜찮다. 특히 네팔어 페이지는 편집장을 맡고 있는 마드하피 바타 씨가 네팔 신문사의 편집장이었던 경험도 갖고 있어서 기사의 질부터 다르다는 평을 듣고 있다. 샐러드TV의 개국과 더불어 다양한 문화사업도이주노동자 방송국의 앞으로의 계획은 구체적이다. 당장 3월에는 이주노동자방송국에서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샐러드TV’가 열릴 예정이다. 샐러드TV는 영상과 라디오를 강화한 ‘다문화 방송국’을 표방하는 이주민 전문 채널이다. 기존의 미비했던 영상 방송을 보완하고, 라디오 방송도 실시간으로 운영하면서 전반적으로 방송의 질을 제고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박경주 대표의 설명이다. 그녀는 “앞으로 다루는 이슈를 점차 넓히면서, 영상과 라디오를 강화시킨다면 우리 방송국이 대중에게 좀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의 사업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TV채널이나, 라디오 전파도 가지고 있는 방송국으로 만들어나가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추기도 했다. 또한 이주여성이 직접 참여하는 극단도 준비 중에 있다. 박경주 대표가 2년 전부터 구상해온 사업이다. 이주여성들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연기 워크샵을 하고 있고, 8주 과정이 끝나면 오디션을 봐서 늦어도 9월부터는 실제 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이주노동자 방송국의 출판부에서는 출판 사업도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이미 2007년에는 네팔의 내전을 주제로 한 이라는 동화를 출간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네팔인 노동자 2명과 함께 2년 동안 기획해서 책을 만들었다. 처음 시도하는 일이라 생각보다 실망스러운 점도 있었지만 앞으로도 출판 사업은 계속할 것”이라며, 이런 문화 사업의 확장을 통해 대중성을 확보하고, 방송국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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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노동자 방송국에서는 극단과 출판 등 각종 문화사업도 한다. 2007년 발행한 <돌깨는 아이들>. |
홈페이지 소개에서 이주노동자방송국은 시민참여를 환영하는 열린 방송을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독립 미디어를 스스로 꾸려갈 만큼 충분한 상황은 아니다. 이주노동자방송국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서 일반인들도 후원 계좌나, 시민기자를 신청할 수 있지만 참여가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박경주 대표는 “후원 계좌가 있어도 이주노동자방송국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며 “자원봉사의 경우에는 특히 대학생들의 참여가 절실하다. 서울대생의 자원봉사를 기다리겠다”며 대학생들의 참여를 독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