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65%. 총 7일간의 투표 끝에 성사된 투표율이다. 제51대 서울대 총학생회 선거는 결국 4일간의 본 투표와 3일간의 연장 투표 끝에 30.2%의 득표율을 기록한 ‘실천가능’ 선거운동본부(선본)의 당선으로 종결됐다. 투표 첫째날은 투표율 15.08%로 무난하게 출발했음에도 너무나 힘들게 성사된 선거였다.매년 가을 선거가 그렇듯이, 이번 선거 역시 악천후로 투표소 운영에 어려움이 있었다. 일일 투표율 역시 급격히 떨어지는 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날씨만을 탓할 수는 없었다. 강한 비바람이 몰아쳤던 본투표 마지막 날(23일 5.81%)과 연장투표 첫날(26일 2.96%) 투표율도 낮았지만, 화창하게 하늘이 갠 연장 둘째 날 투표율은 더 떨어졌기 때문이다(2.68%). 연장투표 마지막 날 가까스로 5.94%의 투표율을 기록해 무산의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선거 성사는 왜 그리 힘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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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하연 오거리 투표소를 지키는 관리위원들의 모습. |
연장 마지막 날까지 무산 위기를 겪게 되는 원인은, 이제 충분히 식상하지만, 역시 학우들의 무관심으로 돌릴 수 밖에 없다. 총학생회 선거 투표를 했냐는 물음에 자연대의 한 학생은 “솔직히 총학생회에 관심이 없다. 전혀 신경을 쓰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한 사회대 생은 “홍보 전단지를 안 나눠줬으면 좋겠다. 안 뽑으면 귀찮게 할 듯해서 어쩔 수 없이 뽑기야 하겠지만…” 이라며 말을 흐렸다. 이 학생은 “학생회가 없으면 없는대로 불편하다”며 애써 발언을 무마했다.‘학생들이 총학생회의 필요성을 못 느끼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이번 선거 기간 동안, 스누라이프에는 투표를 호소하는 글들에 맞서 “총학생회의 필요성을 못 느끼기 때문에 ‘안’ 하는 거지, 무지해서 ‘못’ 하는게 아니다”라는 글들도 많이 올라왔다. 이 주장의 기저에는 기존 학생회가 ‘운동권/비권’으로 나뉘어 싸움만을 거듭할 뿐, 실제로 와닿는 활동을 펼치지 못했기 때문에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논리가 있다. 공적 담론으로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익명 공간인 스누라이프에서는 상당한 지지를 받았다.공약의 큰 얼개가 보이지 않아 선본을 결정하지 못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유진(심리 06) 씨는 “딱히 정치적 성향이 없는 내게 운동권/비권 나누는 싸움은 식상하다”며 “선본별로 마음에 드는 공약이 달라 선택이 어려워 결정을 보류했다”는 의견을 밝혔다. 조현석(사회과학 07) 씨는 “공약이 자잘해서 좁은 선택권을 제공할 뿐”이라며 “총학생회라면 큰 사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미지 선거 논란 속 1강 2중 3약 구도이번 선거는 유독 ‘이미지 선거’ 논란이 분분했다. 선거 과정에서 ‘서울대 2.0’ 선본 강해리 부후보의 외모가 부각되면서 등 기성 언론에 의해 ‘미스 서울’ 논란에 휩싸였고, 이에 대해 선본 측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실제로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공공연하게 후보의 외모를 거론하며 지지 의사를 표명하는 모습이 학내 곳곳에서 보였다. 이 외에도 공동선본발족식이나 유세 등에서 ‘서울대 20000 학생회장 만들기’ 선본이 최신 인기곡인 원더걸스의 ‘텔 미’를 개사해 보여준 마임과 ‘Vita Activa’ 선본의 창의적인 문예활동은 내실에 비해 외양만 꾸몄다는 비판도 있었다.이번 선거는 1강 2중 3약 구도로 드러났다. ‘실천가능’ 선본이 30.2%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1위를 달렸고, ‘서울대 2.0’ 선본과 ‘스윙바이’ 선본이 오차범위 내에서 치열한 2위 싸움을 벌이며 2중을 형성했다. 나머지 세 선본은 비슷한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번 선거의 득표율을 갖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전반적인 흐름을 볼 때 이번 선거에서는 ‘실천 가능’한 복지와 ‘서울대 2.0’ 선본에서 내세웠던 ‘자기 성장’이 학생들의 ‘불안’을 공략한 것으로 보인다. 모처럼 11월 선거로 성사된 제51대 ‘실천가능’ 총학생회가 얼마나 많은 공약들을 실천할지 주목된다. 이제는 ‘실천’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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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선된 전창열 · 박진혁 후보가 당선 소감을 말하고 있다. |
‘실천가능’ 선본은 공약마다 ‘실현 가능성’과 ‘기한’을 명시하는 신선한 선거 운동을 보여줬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남휴 신설’과 이에 대응하는 ‘여학생을 위한 발마사지기 설치’ 등으로 나타나 학외 언론의 비판을 받고, 학내에서도 반발을 낳았다. 이 외에도 녹두 배달 업체 및 고시 식당에 대한 위생 점검 공약도 법적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논란이 일었다.한 해가 저물어가는 시점에서 당선된 51대 총학생회에는 등록금 문제가 먼저 닥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전창열(동생공 04) 씨는 “학우들이 납득할 수 있는 원칙을 세우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하며, 더 많은 소통의 기회를 갖고 토론과 합의를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가장 이상적인 학생회가 언제였냐는 질문에 “저희가 만들겠다”고 했던 ‘실천가능’ 선본, 이제는 ‘실천’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