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실, 언제쯤 지어주실 건가요?

‘싱글맘’ 선언이 이어 지고 있는 요즈음, 그와는 한참 다른 방향으로 또 하나의 용감한 선택을 한 이들이 있다.캠퍼스 내의 ‘리틀맘’들.아기를 키우는 것만도 쉽지 않은 일인데, 엄마로서 학업을 해 나간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그리고 서울대에서 그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관악 캠퍼스의 ‘리틀맘’, 이수정(국문 04) 씨는 지난 학기 그것을 절실히 느꼈다.

‘싱글맘’ 선언이 이어 지고 있는 요즈음, 그와는 한참 다른 방향으로 또 하나의 용감한 선택을 한 이들이 있다. 캠퍼스 내의 ‘리틀맘’들. 아기를 키우는 것만도 쉽지 않은 일인데, 엄마로서 학업을 해 나간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서울대에서 그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관악 캠퍼스의 ‘리틀맘’, 이수정(국문 04) 씨는 지난 학기 그것을 절실히 느꼈다. 수유 공간 조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엄마라는 이름으로 선 학교 안에서 이수정 씨가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크게 부딪힌 문제는 다름 아닌 수유였다. 복학 후 교내에 수유공간이 없는지 처음 학교 행정실에 문의한 이 씨에게 돌아온 답변은, “교내에 수유공간이 단 한군데도 없다”는 것이었다. 이 씨가 급한 대로 양해를 구하고 마련한 공간은 인문대 여자휴게실. 휴게실 내 보관함에 유축기를 보관할 수 있었고, 다른 여학생들 틈에서 유축을 했다. “간이 칸막이나 커튼이라도 좀 설치해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다른 사람들 시선이 신경쓰일 수밖에 없었다. 내가 지금 뭘하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사람들 틈에서 민망했다”는 이 씨는 “하긴 다른 사람들도 의아했을 것”이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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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이름으로 복학한 후 그 어느 때보다도 벅찬 학교생활을 하고있는 이수정 씨.

중간 중간 틈을 내서 유축을 해야 하는 까닭에 이수정 씨는 수업 시간표를 짤 때도 강의실 위치, 수업과 수업 사이의 간격 등 세세한 것들에 모든 신경을 써야했다. 인문대 여자 휴게실에서 유축을 했던 터라 사회대 수업이라도 있는 날은 여간 곤란하지 않았다고. 이 씨는 조금 더 욕심을 부리자면 작은 냉장고 같은 것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상온에 모유를 두면 상하기 때문에 지난 학기 내내 학교에 아이스박스를 들고 다녔다.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었다.” 분명 수유실 같은 공간이 마련만 된다면 유축하는 것이 더 편해지는 것은 물론 자연스레 비슷한 학생들끼리 모이게 될 테고 고충도 서로 털어놓을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친한 친구 사이라고 해도 내 상황에 대한 100%의 공감을 이끌어내기는 힘들다”며 이수정 씨는 “아기 엄마로서의 동질감에 주렸다”고 털어 놓았다. “아가씨들이 아기 엄마 생각을 어떻게 알 수 있겠나”고 웃음을 터뜨리는 이수정 씨. 그래서 혹 비슷한 상황의 학생들이 있다면 알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고 한다. 서로 정보도 공유할 수 있고, 여러모로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다. “대학국어 시간에 결혼생활과 아이에 대한 발표를 했었는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그 시간을 통해서 다른 학과에 비슷한 사람이 있다는 것도 우연찮게 알게 됐다. 그 분은 학교를 못 다니고 있다고 했다. 학교 내 육아 여건이나 현실이 열악하다는 게 적지 않게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싶어 안타깝기도 했고, 반가운 마음도 들었다.” 암담한 교내 육아시설 현황실질적으로 학교 내에서 육아·보육시설이라 할 수 있을 만한 곳은 생활과학대학 부설 어린이집이 유일하다. 복지과 관계자는 교내에 “현재 어린이집을 제외하고는 수유실을 비롯한 여타의 육아보조 시설이 단 한군데도 설치돼있지 않다”고 확인했다. 그나마 어린이집 입소도 생후 12개월 이상 영·유아부터 가능하기 때문에 그 이하의 소위 갓난아기는 맡길 수 없다. 입소자격을 충족시키는 영·유아들도 대기자가 많아 입소가 쉽지 않은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교직원들도 육아에 어려움을 겪는다. 현재 학교 내 여성 교직원들은 3개월간의 출산휴가를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한 인사과 관계자는 “아기가 있는 주변의 여성교직원 대부분이 아이를 시댁에 맡기거나 외부시설을 통해 양육문제를 해결하고 출근하는 상황”이라며 “교내에 육아시설의 부재가 이러한 상황을 유발하는데 한 몫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체 뭘 기다리고 있으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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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지만 방글방글 웃는 아기 얼굴때문에 힘이 난다”는 이수정 씨. 그녀와 그녀의 아이다.

복지과 관계자는 “보건복지부에서 일부를 지원해주는 방침에 따라 현재 교내 수유실 설치를 신청해 놓은 상태”라며 “보건복지부의 승인 후에는 시설도 일부 지원 받을 수 있으므로 응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정확한 설치시기는 복지부의 응답이 있어야 알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 출산지원팀 관계자의 설명은 달랐다. 수유실 설치와 관련하여 보건복지부에서 해줄 수 있는 일은 단지 수유실 내에 모자간의 사랑 등에 관한 포스터, 판넬 등을 부착해주는 일 정도라는 것이다. 이 업무마저도 사실은 ‘인구보건복지협회’에 위탁된 업무다. 결국 수유실의 주된 시설과 도구, 공간, 이 모든 것들은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수유실 설치에 대한 열쇠는 전적으로 학교가 쥐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복지과의 다른 관계자는 “보건복지부가 아니라 관악구에 시설을 신청한 것”이라 해명했다. 관악구 측에서도 여성단체에 위탁해 유축기 등의 시설을 지원해준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언제 지원이 실현될지는 알 수 없다. 학교 측의 더 적극적인 태도가 절실생활과학대학 부설 어린이집 원장인 이순형 교수(아동학과)는 “학교 측에서 수유실 설치와 관련해 보건복지부의 지원 허가 운운하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공간을 따로 마련하는 것이 어렵다면 단대별로 여자휴게실도 있다. 학부생 사용 수요가 미미하다면 교직원 겸용으로라도 얼마든지 설치해줄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한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언제 허가를 받을 수 있는지 조차 불분명한 일을 기다리며 시간을 허비할 바에야 차라리 학교 내에서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게 더 빠를 것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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