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생대 라운지에 외부 업체가 입점하는 문제를 놓고 학생회·동아리와 학교 측이 정면 대립 양상을 보였던 농생대 자치공간 문제는, 학교 측의 전격적인 양보로 논의를 원점부터 다시 시작하게 됐다. 양측은 신뢰회복을 위해 진지한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문제는 일단락됐지만, 그간의 사정은 학교 행정에서 학생이 배제될 때 어떤 문제가 나타나는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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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과업체 입점이 진행되던 농생대 1층 라운지 옆 공간 |
빵집이 될 뻔한 동아리방
지난 3월 농업생명과학대 행정실은 농생대와 SPC그룹간 산학협동연구용 건물 건립기부에 대한 양해각서 체결과 함께 농생대 1층의 라운지를 학생휴게실로 개편하는 계획안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주요 내용은 라운지 옆 공간에 SPC그룹의 산하 제과업체 ‘벨에삐’를 들여오면서 새로운 학생 편의공간을 만드는 것. 7월에 공사를 시작해 8월 16일에 업체가 들어올 예정이었다. 하지만 사업은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추진 과정서 학생들과의 협의가 빠졌기 때문이다. 업체가 들어올 공간은 고전음악감상실 동아리가 사용하고 있었기에 라운지를 에워싸고 학생들과 행정실은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워왔다. 지난 5월 말 고전음악감상실 동아리 실장 최광환(동물생명 06) 씨는 동아리방에 들어가려 했지만 자물쇠가 바뀌어 있었다. 동아리실 자리에 빵집이 들어오게 됐다는게 행정실측 설명이었다. 최 씨는 “작년까지만 해도 농생대 라운지는 공사를 하느라 모습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기에, 음악을 들을 공간이 있어야 하는 우리 동아리는 활동을 제대로 못했었다. 올해에야 비로소 스피커를 설치하는 등 활동을 준비했는데 난감했다”고 당시의 심정을 밝혔다.실상 2003년 농생대가 수원에서 관악으로 이전하며 지은 200동 건물의 설계도면에 ‘학생 자치 공간’은 한 군데도 없었다. 라운지 또한 없었다. 농생대 김지윤 학생회장(동물생명 03)은 “현재 라운지 자리에는 동아리방을 얻지 못한 몇몇 동아리들이 간이 칸막이를 세우고 활동했었다”고 말했다. 관악 이전 이후 3년간 학생들과 학생회가 요구한 결과, 현재 각 층의 휴게실을 과방으로 이용하게 됐고, 75동, 농생대 1층과 지하층에 동아리방을 마련할 수 있었다. 농생대 학생들은 올해에 이르러서야 라운지를 갖게 됐다. 농생대 학생회는 새로 생긴 라운지의 이용 방안을 놓고 수차례 설문조사를 실시한 끝에 라운지를 학생 자치문화공간으로 만들기로 결정했고, 일부 공간에 고전음악감상실을 배치했다. 정수기 설치, 세미나실 신설 계획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때 외부 업체가 입주한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다. 학생회는 자체적인 라운지 이용 계획서를 행정실에 다시 제출했으나, 돌아온 답변은 ‘그 곳에는 업체가 들어올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김지윤 회장은 “업체가 들어오게 되면 라운지는 학생자치공간이 아닌 소비 공간으로 바뀌어 버리고 만다.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무슨 복지가 있냐”고 반문했다.당시 서무행정실 관계자는는 “업체는 중저가이면서 질 좋은 빵을 파는 업체로 선정했다. 수익금의 일부는 장학금으로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연구공간이 부족한 마당에 SPC서 건물을 기부한 점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빵집을 원하는 학생들도 많다. 그들의 생각도 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긴 논의 끝에 논의는 원점으로… 진정한 소통 이뤄질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생회와 행정실은 몇 번의 면담을 가졌다. 행정실측은 조모임 활동을 위한 대체 공간으로 강의실 몇 개를 24시간 개방하고, 고전음악감상실에는 농생대 1층 서쪽의 공간과 31동에 농생대가 확보할 예정인 공간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최 씨는 “1층 서쪽의 아크릴판으로 만들어질 공간에 들어갈 생각은 없다. 대책이 무성의하다”고 비판했다. 또 31동은 2009년부터 농생대에서 쓰기로 한 것으로 당장 공간이 필요한 동아리에게는 의미가 없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사업은 계속 추진됐다. 학교측은 “이미 결정된 일이라 백지화 할 수 없다”라며 사업을 강행했다. 지난 7월 23일에는 행정실측에서 동아리방을 개조하기 위해 동아리 물건을 옮기다 학생회와 부딪히기도 했다. 학생행정실 관계자는 “물품을 옮길 때 동아리 실장이 아닌 예전 실장에게 연락해 생긴 오해로 마찰이 있었다”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고전음악감상실의스피커와 LP판 등 다수물품은 당분간 학교측이 맡아두고 있는 상태다.해법을 찾을 수 없었을 것 같던 농생대 자치 공간 문제는 지난 7월 말 신임 학장·부학장이 취임하면서 실마리가 풀렸다. 학생행정실 관계자는 “부학장님은 학생들과 학교와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 여유를 가지고 진행하자는 뜻을 밝혔다”며 “사업이 사실상 무기한 연기됐다”고 전했다. 모든 사항에 대해 충분한 대화를 거쳐 학생들도 동의할 때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학생행정실 관계자는 “이전에 사업 진행 결정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듣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이번에는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지윤 회장은 “학장단이 문제를 잘 해결하고 싶은 의지를 가지고 있다. 힘을 모아 과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면담은 거의 매주 시행할 예정으로, 밀도 있는 의사소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원점으로 돌아오기 위해 양측은 소모적인 시간을 보낸 셈이다. 사직은 이제부터다. 과거와 같은 갈등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모두의 여론을 보다 폭넓게 수렴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