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본부, 투쟁과 대화 사이에서
총학 재선거, 결국 SUPRISE 선본 당선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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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학 재선거, 결국 SUPRISE 선본 당선으로 마무리

4월 4일부터 6일까지의 투표와 4월 7, 10, 11일에 걸친 연장투표까지, 장장 6일 동안의 총학 재선거 투표 결과 승리는 결국 ‘We give you SUPRISE’ 선본(이하 SUPRISE)에게 돌아갔다.지난해 11월 연장투표와 결선투표까지 갔으나 무산되었던 총학생회 선거가 드디어 마무리된 것이다.

4월 4일부터 6일까지의 투표와 4월 7, 10, 11일에 걸친 연장투표까지, 장장 6일 동안의 총학 재선거 투표 결과 승리는 결국 ‘We give you SUPRISE’ 선본(이하 SUPRISE)에게 돌아갔다. 지난해 11월 연장투표와 결선투표까지 갔으나 무산되었던 총학생회 선거가 드디어 마무리된 것이다. 최종 투표율 50.62%, 지난 선거에서 2위를 했던 ‘PLAY’ 선본이 불출마하고 세 선본이 출마한 가운데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 각 선본은 SUPRISE 선본 45.75%, ‘서울대, 국립일 때 의미가 있다! Nu’ 선본(Nu) 29.29%, ‘正道, 더 큰 세상으로’ 선본(정도) 20.87%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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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로에서의 2차 유세 모습. 선본원들 외에는 보는 이가 별로 없어서 한산했다.

새내기들의 참여에도 결국 연장투표로

이번 선거의 주요 변수는 새내기 06학번들이 유권자로 참여한 것이었다. 졸업을 앞두고 있어 선거에 관심이 별로 없는 4학년들이 유권자에 포함돼 있는 11월 선거와 달리 대학에서 처음 선거를 치르는 새내기들의 참여로 이번 선거는 무난히 투표율 50%를 넘을 거라는 전망이 가능했다. 그러나 선거 마지막 날인 4월 6일에 집계된 총학 선거 누적 투표율은 37.27%에 그쳤다. 연장투표 기간 동안에도 투표율 50% 달성은 장담하기 힘들었다. 연장투표 첫날 투표율이 39.24%, 둘째 날 43.88%에 머물러 마지막 날에 7%, 적어도 1148명이 더 투표를 해야 성사 가능한 상황이었다. 연장투표 마지막 날에는 투표소 앞을 지나치는 사람들을 일일이 붙잡고 투표 여부를 물으며 ‘투표가 달성되려면 800표가 모자랍니다!’, ‘아직 300표가 모자랍니다!’라고 외치는 선거 관리위원들을 볼 수 있었다. 실제 투표에 참여한 새내기들은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 투표에 참여했다는 현성수(인문 06) 씨는 “대학에 들어와 학생으로서 권리를 행사하고 싶어서 투표에 참여했다”며 “하지만 대부분 친구들은 별로 선거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강아지 등을 할 때도 별로 호응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준석(법 06) 씨는 “일률적으로 투표를 해야 하는 고등학교 학생회장 선거와 달리 투표를 학생들 자율에 완전히 맡기는 것이 신기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최다희(인문 06) 씨를 비롯한 많은 새내기들은 “각 선본이 지향하는 바, 정책 등에 대해서 잘 몰라서 그냥 찍고 나왔다”고 고백했다. 낮은 투표율, 학생들의 무관심 때문으로만 돌리기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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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연장 투표가 실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47, 48, 49대 총학 선거 모두 연장 투표까지 가서 겨우 투표율 50%를 넘겨 왔다. 이제 정해진 투표 기간 동안 달성되기 힘든 수치가 된 것이다. 학생들의 정치적 무관심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며 이제는 총학 선거에서 연장 투표는 거의 당연시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투표율이 낮았던 원인을 학생들의 정치적 무관심 탓으로만 돌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일단 선거 분위기가 지난 11월 선거에 비해 다소 가라앉아 있었다. 리플렛, 자보, 강아지(강의실 아지테이션 : 강의실 홍보) 등이 수적, 양적으로 줄어들어 선거 운동 기간의 분위기가 덜 전달됐다. 각 선본들이 작년 선거 무산 이후 다소 힘이 빠진 것 같고, 이런 침체된 분위기는 유력한 후보였던 PLAY 선본이 불참한 데 따른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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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렛을 나눠주는 선본원들.

조금 다른 시각에서 낮은 투표율을 설명하는 의견도 있다. 선거에 무관심한 것은 아니지만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편이 더 낫다는 판단을 내린 학생들도 상당수 있다는 것이다. PLAY 선본의 불출마와도 연결되지만, NL 계열인 두 선본(Nu, 정도), 비권 선본 하나(SUPRISE)만 출마한 상태에서 특별히 지지하는 선본이 없는 학생들이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선본이 총학이 되는 것보다 연석회의 체제 유지가 낫다고 판단해 의도적으로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라는 해석이다.지난 선거와 동일하거나 혹은 보완된 공약들이 쏟아져 전반적으로 다소 가라앉은 분위기이긴 했지만 이번 선거에서도 지난 선거와 비슷하거나 혹은 약간 보완된 다양한 공약들이 쏟아져 나왔다. 일단 선본명까지 국립대(National university)를 의미하는 Nu로 바꾼 Nu 선본의 슬로건이 눈에 띈다. Nu 선본은 지난 선거에서 HUB 학생회 실현을 전면에 내세웠던 것과 달리 국립대 법인화 반대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이에 대해 Nu의 정후보 최유진 씨는 “현 학생사회에 중요하고 시기상 학생회가 시급히 나서서 해결해야할 현안이기 때문에 국립대 법인화 반대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라며 “HUB 학생회를 만들겠다는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Nu 선본은 기성회 이사회 민주화, HUB형 학생회 구축, 총장 선거에 학생 참여 요구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정도 선본은 필요에 의한 장학금 수여 제도, 우리 손으로 만드는 총학생회 현대사 강좌 개최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와 더불어 대추리 문제, FTA 문제 등 학외 문제에 대해서도 리플렛, 자보 등을 통해 꾸준히 분명한 입장 표명을 했다. 정도 선본의 정후보 김태경 씨는 “총학과 학생들이 소통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고 학생들이 시대와 겨레의 아픔을 함께 하도록 노력 하겠다”고 말했다. SUPRISE 선본은 총학의 한총련 탈퇴, 공약 불이행시 졸업 거부, 아크로 집회 금지 등 색다른 공약들을 내 놓았다. 지난 선거에서 공약 불이행시 자퇴하겠다고 선언해 ‘자퇴 선본’이라고 불리기도 했던 SUPRISE 선본은 정책 자료집을 통해 자퇴가 아니라 끝까지 책임을 지는 것이 옳은 자세라고 비판했던 타 선본들을 겨냥해 ‘약속한 모든 말들을 지킬 때까지 졸업을 하지 않고 학교에 남아서 책임을 지겠다’고 선언했다. SUPRISE의 정후보 황라열 씨는 “무엇보다 ‘나는 서울대학교 학생이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자랑스러운 학교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선거의 전초전 격이었던 총학 게시판에서의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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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비방과 폭로전으로 얼룩졌던 총학생회 게시판.

이번 선거에는 유난히 인터넷 게시판, 자보 등을 통해 각 선본들, 지지자들 간의 논쟁이 많이 벌어졌는데, 지난해 다른 미래 선본 부후보였던 김가람 씨, SUPRISE 선본의 정후보 황라열 씨 간의 대립은 그 전초전 격이었다. 지난해 2월 SUPRISE 선본의 황라열 씨, 다른 미래 선본의 김가람 씨, 그리고 각 선본의 지지자들은 총학 게시판에서 정책에 관련해 논쟁을 벌여왔다. 그러다 김가람 씨가 ‘사회에 대한 책임의식을 지닌 서울대인이 되자’는 자보를 학내에 붙이자 자보의 SUPRISE 선본 비방 내용과 관련해 지난 3월 황라열 씨가 김 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것이다. 황 씨는 자보 내용 중 ‘지난 49대 서울대 총학생회 선거에서는 공약도 정책도 없이 “사기치지마라”는 선정적 구호 하나로 선거를 치러 1위를 차지한 (SUPRISE 선본)’, ‘황우석, 황라열 후보와 서프라이즈 선본, S-Party를 통해 보여진 서울대의 모습에게서 과연 국민들은 한국사회의 미래를 볼 수 있을 것인가?’ 등의 구절을 문제 삼았다. 학생 사회 안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굳이 고소할 필요까지 있었냐는 질문에 대해 황라열 씨는 “몇 년 동안 ‘학생’이라는 가면을 쓰고 자행되어왔던, 전혀 ‘학생’답지 않은 행위들에 대한 응징의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그 후 총학 게시판은 SUPRISE 선본 지지자들, 황라열 씨 그리고 Nu 지지자들 간의 상호 비방글과 리플들로 넘쳐났으며 비방에 이어 폭로전도 벌어져 게시판을 보는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정책과 관련된 생산적 논쟁이라면 충분히 의미 있어 김가람 씨와 황라열 씨의 논쟁은 총학 게시판을 넘어 실제 선거 과정에서 Nu 선본과 SUPRISE 선본 간의 논쟁으로 번졌다. Nu 선본은 ‘suprise, 사립 서울대를 원한다면 혼자 떠나라’라고 적힌 리플렛을 배포, SUPRISE 선본을 정면 공격했다. 같은 리플렛에서 ‘재수강 제한에 대해 찬성한다’는 황라열 후보의 말을 인용, 반박하며 재수강 제한 방침을 반대한다는 뜻을 내세웠다. 이에 SUPRISE 선본은 ‘이제 네거티브, 비방 선거는 그만!!’이라는 자보를 통해 Nu 선본이 선거를 네거티브 양상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러한 두 선본간의 논쟁을 지켜보는 학우들의 시선은 따가웠다. SNULife의 한 학우는 ‘Nu의 유인물을 보고 이런 흑색선전이 학교 선거에 나온다는 게 부끄러웠다’고 털어놨다. 반면 이를 다르게 해석하는 견해도 있었다. 사회대의 한 학우는 “물론 리플렛을 통한 정면 공격이라는 방법은 옳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리플렛을 보기 전까지는 법인화 문제, 재수강 제한 방침 등에 대해 후보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잘 몰랐는데, 리플렛을 보고 나서 알게 되었고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고 말했다. 한편 여성주의 자치언론 쥬이쌍스는 선거 신문을 통해 이번 선거에서 나온 공약들이 여성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고 후보자들도 남성적 이미지로 승부를 걸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SUPRISE 선본 황라열 후보는 총학 게시판에서 ‘우리를 마초라고 주장한 근거가 무엇인가. 작년 포스터 약력의 해병대 만기 전역/육군 만기 전역 기재 때문만이라면 사과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쥬이쌍스 측은 ‘SUPRISE 선본을 마초라고 명명한 적 없으며 마초라고 명명하는 것과 어떤 행동에서 마초성이 드러나는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이며 ‘그 글은 SUPRISE 선본 뿐만 아니라 다른 선본 모두에게 향해 있으며 여성주의 담론에 대한 성찰이 없는 선거 문화에 대해 비판하고자 쓴 글’이라며 사과를 거부했다. 우리가 기성의 정치판에서 목격해왔던, 정책과 상관없이 근거 없는 비난 혹은 감정적 싸움이 난무하는 선거라면 이는 마땅히 비판받아야 한다. 선거에 무관심한 학우들이 보았을 때는 이번 선거가 상호 비방과 대립으로 얼룩진 부정적인 것으로 비쳤을 여지도 있다. 하지만 정책 혹은 이와 관련한 후보들의 생각과 관련해 논쟁이 오가고 생산적인 논의가 이루어진다면 이는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이번 선거에서 나왔던 국립대 법인화 관련 SUPRISE-Nu 논쟁, 선거의 여성주의 담론 배제성에 관한 SUPRISE-쥬이쌍스 논쟁 등은 그 방법이나 정도에는 문제가 있었지만 그런 면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번 선거에서 조금이나마 보였던 논쟁적인 모습들이 좀더 건전한 모습으로 새로운 총학이 들어선 후에도 계속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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