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에 시작된 ‘걷고 싶은 거리’ 1단계 공사가 10월 25일에 마무리됐다. 이는 2003년 제 57주년 개교기념식에서 정운찬 총장이 관악캠퍼스를 환경친화적 캠퍼스(eco-campus)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한지 2년 만에 맺어진 첫 번째 결실이다. 공사 초기부터 있었던 ‘걷고 싶은 거리’에 대한 잡음은 현재까지도 계속 되고 있다.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많은 학생들이 소음과 먼지에 시달렸고, 자주 이용하던 길을 이용할 수 없게 되어 큰 불편을 겪었다. 또한 장애인의 이동권도 문제가 되었다. 걷고 싶은 거리를 통해 이제 막 첫 걸음을 뗀 서울대학교의 에코캠퍼스 사업의 문제점과 이어질 에코캠퍼스 사업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가를 짚어보았다.친환경 캠퍼스에 대한 총제적인 고찰의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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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수성 보도블럭이 깔려있는 걷고 싶은 거리 |
친환경 캠퍼스란,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개발이 실현되는 대학 공간이다. 그런데 ‘걷고 싶은 거리’ 공사를 통해 윤곽을 드러낸 에코 캠퍼스 사업은 친환경 캠퍼스에 대한 총체적인 고찰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로, 걷고 싶은 거리 조성 사업 추진 위원회 위원장인 건축학과 김진균 교수는 ”걷고 싶은 거리는 구성원들을 위한 쾌적한 환경을 만드는 것에 더 의의가 있다. 거기에 요즘 추세인 친환경적 요소를 가미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친환경캠퍼스에 대한 총체적 고찰이 부족한 것은 캠퍼스 내 물순환에 대한 당국의 태도에도 나타난다. 걷고 싶은 거리가 친환경적이지 못하는 비판에 대해, 학교 당국은 투수성 보도블록을 사용하여 물 순환을 원활하게 하였다는 점을 반박의 근거로 들고 있다. 그러나 투수성 보도블록을 깔면서, 상당 부분 콘크리트를 제거하지 않아 물 순환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는 당국이 캠퍼스 전체를 위한 장기적인 철학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친환경 캠퍼스를 위한 의미있는 변화들하지만 걷고 싶은 거리가 그동안 개발 논리 때문에 뒷전으로 밀려 있던 환경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점에서는 유의미하다. 먼저, 차를 83동까지만 들어오게 하여, 캠퍼스 내로 들어오는 차를 최대한 줄이려고 시도했다. 이를 통해, 캠퍼스내의 소음과 대기 오염이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또, 걷고 싶은 거리 조성에 친환경적 소재를 사용한 점도 변화의 한부분이라 할 수 있다. 자하연 계단에는 나무가 쓰였고, 보행자 도로에는 물의 침투와 배수가 탁월한 흙블록이 덮혔다. 이러한 변화들은 친환경 캠퍼스에 대한 가능성을 조금이나마 보여준 사례이다.국민대학교의 녹색 캠퍼스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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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대학교의 녹색캠퍼스 운동은 친환경 캠퍼스 사업의 모범이 되고 있다. |
국민대학교의 녹색 캠퍼스 운동은 캠퍼스를 깨끗하게 바꾸겠다는 외형적 변화 뿐만 아니라 대학 구성원들의 교육과 인식변화까지 포괄했다는 점에서 친환경 캠퍼스 사업의 모범이 되고 있다. 국민대는 2001년부터 학교차원에서 ‘그린캠퍼스 마스터 플랜’을 세우면서 친환경 캠퍼스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재작년에 이창현 교수(국민대 언론정보학부)가 국민대 신문사 주간을 맡으면서 시작한 연중 공익캠페인에서 녹색캠퍼스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후에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6명의 교수들이 모여 운영위원회를 결성하여 그린 캠퍼스 운동을 전개해 나갔다. 국민대 학보를 통해 ‘차 없는 캠퍼스’, ‘숲과 함께하는 캠퍼스’ 등을 지면화하면서 학내 구성원들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고, 그것들을 실제로 이루어 냈다. 또, 2003년 2학기 부터는 운영위원회의 교수들이 주축이 되어 ‘북한산과 녹색캠퍼스’라는 환경 관련 수업을 시작하기도 했다. 국민대학교는 친환경적 캠퍼스의 의미에 가장 가까운 예이자, 서울대학교처럼 산(북한산)에 둘러 쌓여 있다는 점에서 이제 막 친환경 캠퍼스 사업을 시작한 서울대학교에 많은 시사점을 안겨준다.제기되고 있는 다른 문제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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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학우들의 이동권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자하연 계단 |
서울대 환경동아리 씨알의 김민재 씨는 “걷고 싶은 거리 공사”를 비롯한 에코 캠퍼스 사업의 가장 큰 문제는 소통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일이 진행되었다는 사실이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걷고 싶은 거리가 완성되기 까지, 학교 당국은 공모전 이외에는 학생, 지역사회와 아무런 소통 없이 사업을 시작하였다. 원래, 에코 캠퍼스 사업은 캠퍼를 이용하는 학내 구성원들이 그에 대한 필요성을 느껴 자발적으로 참여해야 하는데, 학교당국의 정책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이는 최근에 음·미대 교수와 학생들이 반발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음·미대까지 차를 들어갈 수 없게 하면서, 이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이들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러한 반발이 일어났다. 장애인권 문제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자하연 옆의 경사로를 계단으로 바꾸는 공사를 하면서, 학교 당국은 장애인권연대사업팀을 비롯한 학내관련단체와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 장애인권연대사업팀 김원영씨(사회 03)는 “2차 공사 때는 다른 여러 사람들과 이동권 합의가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앞으로 걷고 싶은 거리와 친환경 캠퍼스는 걷고 싶은 거리 2차 공사를 포함한 에코캠퍼스 사업은 앞으로 계속될 것이다. 관악캠퍼스가 진정한 에코 캠퍼스가 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두 가지 문제의 해결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먼저, 에코 캠퍼스라는 개념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국내의 모범적인 사례와 하버드의 HGCI(Harvard Green Campus Initiative)같은 외국의 사례를 참고하여, 서울대학교만의 특수한 환경에 맞는 에코캠퍼스의 상을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소통의 창구가 마련해 학생과 지역 공동체가 캠퍼스 내의 환경 문제에 대한 의식을 공유하고 모두가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에코 캠퍼스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에코캠퍼스 사업을 통해 난개발로 고통받고 있는 관악캠퍼스가 진정한 의미의 친환경적 공간이 되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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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걷고 싶은 거리(SNU VALLEY)의 모식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