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치면 죽고, 분리하면 산다

“쓰레기는 죽지 않는다.다만 재활용될 뿐이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한 공익광고의 카피이다.맥아더 장군의 “노병은 죽지 않는다.다만 사라져갈 뿐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패러디한 이 카피는 아직까지는 안타깝게도 관악의 현실과는 사뭇 다른 것으로 보인다.관악, 분리수거의 현주소 photo1중도3열 입구에 위치한 쓰레기통을 유심히 살펴보면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쓰레기는 죽지 않는다. 다만 재활용될 뿐이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한 공익광고의 카피이다. 맥아더 장군의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져갈 뿐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패러디한 이 카피는 아직까지는 안타깝게도 관악의 현실과는 사뭇 다른 것으로 보인다. 관악, 분리수거의 현주소 photo1중도3열 입구에 위치한 쓰레기통을 유심히 살펴보면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중도에 있는 쓰레기통은 두 곳만 빼면 모두 쓰레기/ 재활용품(깡통, 종이, 병)의 두 종류이다. 현재 중도 3열 입구 앞에는 6개의 쓰레기통이 있는데, 종종 그 종류가 바뀌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쓰레기통 3개에 재활용품통 3개가 있는 날이 있는가 하면, 쓰레기통만 6개가 있고 재활용품통은 전혀 없는 날이 있다. 결국 재활용품통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 이름만 존재할 뿐 분리수거는 형식적으로만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바로 중도 3열로 들어가 보자. 들어서자마자 남자화장실 옆에 5개의 쓰레기통이 있다. 이 곳의 쓰레기통은 기타, 일반쓰레기/ 신문, 잡지, 종이류의 두 종류로 분류되어있다. 이 분류에 따르면 캔류, 플라스틱류, 유리병류는 모두 기타에 포함되어 일반쓰레기와 섞여 버려지게 되어 있다. 그러나 중도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를 유심히 살펴보면, 종이류 못지않게 캔류와 페트병 또한 많다. 분류표시 아래 화살표도 정확히 어느 통을 가리키고 있는지 모호하다. 결국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은 애매한 화살표를 보며 고민하기보다는 아무 곳에나 버리고 가기가 더 쉽다. 이쯤 되면 쓰레기통이 체계적으로 분류되지 않았기 때문에 분리수거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쓰레기통이 비교적 체계적으로 분류된 해방터와 후생관 앞을 살펴보자. 후생관 앞의 쓰레기통은 일반쓰레기/고철, 캔류/플라스틱류/유리병의 4종류로 나뉘어져있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고철, 캔류통에도 그 외의 쓰레기가 반을 차지하고 있고, 다른 칸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는 않다. 이곳은 앞서 본 곳들에 비해서는 비교적 자세한 분류체계를 가지고 있지만, 종이류와 우유팩 등을 따로 분리해서 버릴 곳까지는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이것이 분리수거가 안 되는 전적인 이유가 될 수 있을까? 해방터를 살펴보자. 이곳은 캔류/ 종이컵류, 우유팩/매립용/유리병류,플라스틱류/ 종이류로 분류된다. 자세하게 분류해 놓아서인지 그래도 이곳은 앞서 살펴본 다른 곳들 보다는 분리수거가 비교적 잘 지켜지고 있었으나 우유팩, 캔, 유리병들은 내용물이 제거되지 않은 채 버려지고 있었으며, 한 통에 20%정도는 잘못 버려진 쓰레기들로 채워져 있었다. 분리수거, 알면서도 왜 잘 안 되는 걸까? photo2학교 내 쓰레기통 분류체계는 다양하다. 오히려 각 단대, 건물마다 같은 곳이 없을 정도이다. 다양하면 좋은 것들도 많지만, 다양한 쓰레기통 분류체계는 원활한 분리수거에 방해가 될 뿐이다. 쓰레기를 버릴 때 애매한 분류 때문에 어느 통에 버려야 할지 종종 난감함을 느껴보았을 것이다. 분리수거를 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 할지라도 지금처럼 분리수거를 위한 쓰레기통조차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는 그 마음을 실천에 옮기기가 쉽지 않다. 만약에 관악캠퍼스 내 모든 쓰레기통이 단일하게 캔류/유리병류/플라스틱류/우유팩류/종이류/매립용으로 나뉘어져 있고, 멀리서도 알아보기 쉽게 각각 다른 색으로 되어 있다고 가정해보자. 버리는 사람 입장에서도 이 색깔 통에는 이 종류의 쓰레기를 버려야 한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인식되어, 분리수거 참여가 지금보다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문제점이 있다. 바로 새롭게 쓰레기통을 설치하는데 드는 비용 문제이다. 현재 학관 앞과 후생관 앞, 셔틀버스 정류장 앞에 배치된 KT&G마크가 있는 분리수거 쓰레기통(일반쓰레기/고철, 캔류/플라스틱류/유리병)은 하나당 가격이 약 60만원 정도이다. 어림짐작으로 계산해 봐도 개당 이정도 비용을 들여 현재 관악 캠퍼스 내에 있는 쓰레기통을 전부 바꾸는 데는 꽤 많은 비용이 들것으로 생각된다. 게다가 현재 쓰레기통 분류체계가 비교적 잘 되어있는 곳에서 조차 학생들의 분리수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학교 측에서는 분리수거를 위해서 새로이 쓰레기통을 단일화하는 것에 대해 “지금도 분리수거를 하지 않는다. 분리수거 통으로 바꾼다하더라도 별 성과 없으리라고 본다”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어차피 많은 비용을 들여 새로 쓰레기통을 설치한다하더라도, 분리수거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것이 뻔하기 때문에 일단 그냥 버리게 하고 나중에 한꺼번에 분리하는 것이 낫다는 입장이다. 현재 연건과 관악을 합친 전 캠퍼스에서 용역비용으로 1년에 42억이 소요되고 있으며, 전체 용역 335명 중 반 이상인 197명이 청소를 담당하고 있다. 즉 연간 약21억 이상이 청소를 위한 인력고용에 사용되고 있는 셈이다. 학교 측에서는 이 인력들을 통해 결과적으로 분리수거가 이루어지고 있으니 문제없지 않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분리수거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마구잡이로 섞여 있는 쓰레기를 다시 분리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며, 완벽하게 이루어지기 또한 거의 불가능하다. 현재 관악캠퍼스 내에서 청소부들에 의해 최종적으로 분리되는 쓰레기의 종류는 플라스틱/ 캔/ 종이류/ 우유팩과 종이컵/ 일반쓰레기로 다섯 종류다. 일반쓰레기를 제외한 나머지 재활용품은 민간수집상에게 품목당 각각 다른 가격으로 팔며, 일반쓰레기는 쓰레기봉투를 판매하는 회사에서 일괄적으로 수거해간다. 재활용품 분리수거는 비용과 연관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청소부들에 의해 비교적 철저하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애매한 쓰레기통 분류와 학생들의 무관심으로 인해 처음부터 분리수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나중에 애써서 분류를 한다고 하더라도 아직도 상당수의 재활용품목이 쓰레기와 섞여 버려지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 학생들이 분리수거를 잘 하지 않기 때문에 굳이 분리수거함을 새로 만드는 것은 비용만 더 들 뿐이라는 학교 측의 말은 일견 합리적으로 들린다. 하지만 대학 본연의 임무가 교육임을 생각해 볼 때, 대학에서 말뿐인 교육이 아니라 실제 눈으로 보여주고 실천하게끔 이끌어 줄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충분히 가치 있다. 지금 새로 만드나 마나 어차피 안 되는 거 의미 없다는 말은 ‘잘 안되네. 그래 그냥 하지말자.’는 식의 태도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아 보인다. 비록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철저한 분리수거 분류 체계를 마련하여 학생들에게 생활 속의 작은 실천으로부터 환경적인 마인드를 키워주는 것, 그것 또한 의미 있는 교육이 될 것이다. 비용 상의 문제로 당장 한꺼번에 모든 쓰레기통을 바꿀 수 없다면, 서서히 일부부터라도 바꾸어 나가면 될 일이다. 문제는 결국 바꾸고자하는, 실천하고자하는 의지의 부족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학교 측의 안일한 환경의식 탓만으로 돌리기엔 학생들의 책임도 크다. 현재 있는 분리수거함에서조차 분리수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쓰레기, 무심코 휙 버리기 전에 10초만 더 생각해보자. 내가 분리수거 잘한 캔 하나가 새로 제조하는데 드는 에너지 소비량의 70∼90%를, 대기오염 발생량의 85%를 줄일 수 있다면 그 10초가 그리 아까운 시간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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