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륜차 통행, 한발씩 물러선다면…

지난 4월 25일, 서울대 교수 161명이 대학본부에 ‘교내 이륜자동차(오토바이) 통행 전면금지’ 건의안을 제출했다.이를 긍정적으로 수용한 대학본부가 5월 20일 15개 외부 음식업소에 대해 ‘교내 출입 금지’조치를 취하면서 이와 관련된 논쟁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교수들과 학생들 사이에서 매우 다양한 의견이 나오자 본부 학생과와 총학이 함께 문제해결을 위한 대안모색에 나섰다.

지난 4월 25일, 서울대 교수 161명이 대학본부에 ‘교내 이륜자동차(오토바이) 통행 전면금지’ 건의안을 제출했다. 이를 긍정적으로 수용한 대학본부가 5월 20일 15개 외부 음식업소에 대해 ‘교내 출입 금지’조치를 취하면서 이와 관련된 논쟁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교수들과 학생들 사이에서 매우 다양한 의견이 나오자 본부 학생과와 총학이 함께 문제해결을 위한 대안모색에 나섰다. 일차적으로 학생들의 의견수렴을 위해 9월 1일부터 11일까지 정보화 포탈을 통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표본 집단이 기준에 미치지 못해 재조사가 실시될 예정이긴 하지만 1차 설문의 결과는, 규제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더 많을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을 뒤엎고 이륜차의 출입 금지에 찬성한 학생이 약 70%에 달했다. 찬.반을 달리하는 각 입장들과 논쟁점을 들여다보기로 하자. 라운드 1.오토바이 통행 관련 교수들은 지난 4월 대학본부에 제출한 건의안에서 학생들이 통학을 위해 이용하는 오토바이와 음식배달 업체의 오토바이를 함께 출입금지조치 대상에 포함시켰다. 또 오토바이 운전자와 보행자의 안전문제, 매연과 소음공해로 인한 교내 환경오염을 그 이유로 들었다. 안전사고 위험과 공해유발 photo1오토바이 규제를 주장하는 이들은 안전문제를 우선으로 꼽는다. 일반도로와 달리 대학 캠퍼스 도로는 도로교통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 결과, 제한속도를 지키지 않고 헬멧을 쓰지 않거나 심지어 무면허 운전을 하는 오토바이 이용자들이 있다. 오토바이 운전자뿐만 아니라 보행자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위험요소들이 캠퍼스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는 말이다. -기숙사 삼거리를 지나는 이륜차들을 1시간여 동안 관찰한 결과 학생 11명과 배달원 8명, 총 19명의 오토바이 이용자중 헬멧을 착용한 사람은 4명의 학생과 2명의 배달원, 6명이 고작이었다- 실제로 오토바이로 인해 발생하는 안전사고는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데, 많은 경우 가벼운 부상에 그치지만 심할 경우 사고로 인해 장애를 갖게 되거나 사망하는 안타까운 경우도 없지 않다. 남승윤 학우(원자핵공학과 99)는 “우리대학은 교내로 시내버스와 마을버스가 들어오며 셔틀버스도 운행되기 때문에 오토바이 사고의 위험이 더 크다. 실제로 과 게시판에 종종 사고 소식들이 오르는데 헬멧을 쓰지 않았을 경우 부상의 정도는 더 심각하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또한 중국음식 배달원 김모씨(53)도 “배달원 중 일부 나이가 어린 청년들은 멋을 부린다거나 귀찮다고 해서 헬멧을 착용하지 않고 고속질주를 하기도 하는데.. 타일러도 그때뿐”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이처럼 운전자 자신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경우 보행자의 안전도 예외일 수 없다. 도영아 학우(영어영문학과 02)는 “미처 피할 겨를도 없이 빠른 속도로 곁을 스쳐 지나는 오토바이 때문에 가슴을 쓸어내린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라며 보행자로서 느끼는 위험을 말한다. 안전문제 다음으로, 오토바이로 인한 매연과 소음공해문제도 가볍지 않다. 순환도로나 주요 통행로 옆에 위치한 강의동에서 수업이 있을 경우 쌩쌩 달리는 소리나 경적소리로 적잖이 수업진행에 방해를 받는다. 인문대 5동에서 수업을 듣는 박상보 학우(사회대 04)는 “수업시간, 밖에서 굉음을 내며 달리는 오토바이로 인해 집중이 흐트러지고 수업의 맥이 끊기는 경우가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또한 중앙도서관 제 3열람실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도서관 옆에 마련된 오토바이 전용 주차장을 이용하거나 중도 터널을 가로지르는 오토바이로 소음공해가 심각하다”며 주차장 이전과 터널 내부 오토바이 통행금지를 건의한다. 또한 오토바이가 순환도로 내부로 진입해 사람들이 많은 곳을 지나며 내뿜는 매연도 달갑지는 않다는 의견도 있다. 넓은 캠퍼스를 감안해야 하지만 이에 대한 반대 여론도 거세다. 학생들의 입장은 ‘안전문제나 공해문제에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학생들의 처지에 대한고려 없이 무조건적인 통행금지를 요청한 교수들의 문제해결방식은 비합리적’이라는 것이다. 남승윤 학우는 “다른 학교와 비교했을 때 캠퍼스가 굉장히 넓어 등하교 때는 물론이고 멀리 떨어진 강의동과 강의동 사이를 오갈 때는 오토바이만큼 편리한게 없죠. 또 오토바이 한달 유지비는 2-3만원 정도면 해결되거든요”라며 그 필요성을 주장했다. 또 그는 교내 셔틀버스 운행간격이 7-8분이며 한 방향으로 순환하기 때문에 쉬는 시간 15분 안에 301동에서 교양수업을 듣기위해 자연대로 출발해 제시간에 도착한다는 것은 무리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버스를 이용하자니 한달에 4-5만원 드는 교통비가 만만치 않고, 자전거를 이용하자니 오르막길이 만만치 않아 안전사고의 위험을 감수하고 오토바이를 이용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음식 배달원으로 일하고 있는 이주형 (28)씨는 “대학 캠퍼스가 워낙 넓고 강의동이 많아서 배달 시간이 긴 편이다. 식사시간, 학생들이 주문한 곳으로 신속한 배달을 하기 위해서는 속도를 내거나 순환도로 내부로 진입해 배달시간을 최대한 단축할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겨울철 교내 오토바이 통행이 위험할 때에는 가파른 경사들이 있는 순환도로 내부로는 진입하지 않는다며 배달원들도 안전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해명했다. 라운드2. 외부음식 배달문제 교수들이 오토바이의 교내 진입금지를 건의하면서 라운드 1에서 다룬 오토바이 통행 자체와 관련된 안전. 공해 문제와 함께 언급한 것이 바로 외부음식 배달이다. 교내 오토바이 통행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음식 배달로 인해 교내 곳곳이 음식물 쓰레기와 빈그릇으로 오염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교내 환경을 해는 외부음식의 배달 및 지정장소 외에서의 매식, 취식을 금지할 것을 요구했다. 교내 환경 훼손과 전단지 공해 photo2점심, 저녁 식사시간이 지나고 나면 단대 라운지, 과반방, 동아리방, 기숙사 세탁장에서 잔디밭에 이르기까지 남은 음식과 수거되기 전의 빈그릇들이 난무한 실정이다. 박사과정에 있는 정미연(26) 씨는 “여름에는 특히 악취가 심하고 수거가 바로바로 되지 않아 보기에도 좋지 않다”는 의견과 함께 또 한 가지 문제가 되는 것이 배달이 성행하자 음식배달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생긴 광고전단지 공해라고 말했다. “라운지처럼 개방된 공간에 있는 테이블에 전단지를 여러 장 붙인다거나 경쟁 업체의 전단지를 수거하는 것은 그나마 낫다. 연구실, 과반방, 동아리방, 여학생 휴게실 등의 문을 기척도 없이 불쑥불쑥 열고는 전단지를 몇 장씩 붙여두고 가는 행동들은 지나치다”고 말하는 정미연 씨. 그는 하룻동안 쌓이는 전단지만 십수 장에서 많을 경우 수십 장에 이른다며 이는 연구에 방해가 되기 일쑤라고 덧붙였다. 교내식당부터 개선되어야 그러나 현 상황에서 외부음식 반입은 불가피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일단 현재 교내 식당의 수급 불균형을 그 근거로 든다. “학생수에 비해 식당이 부족해 점식, 저녁식사 시간이 되면 줄이 길게 늘어선다. 11시 45분에 수업이 끝나고 1시에 다음 수업이 있는 경우 배식을 기다리는 시간이 늘어 지각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학생회관 식당을 제외하고는 배식 시간을 따로 두고 있어서 끼니때가 아니면 교내 식당을 이용하기 어렵고, 공휴일의 경우 자하연과 학관식당 두 곳만 운영하기 때문에 외부음식을 배달시킬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있다. 또 “식당의 메뉴가 비슷비슷해 기호에 따라 외부음식을 먹는다” 는 의견도 있다. 학부생과 대학원생 교직원에 이르기까지 약 3만 명이 생활하는 관악 캠퍼스에 식당은 공급이 부족하고 배식시간이 특정시간으로 고정되어 있으며 유사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어서 외부음식 반입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외부음식 반입으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 해결을 위해 대책과 함께 식당 수급문제와 메뉴 다양화 같은 장기적인 개선안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찬성, 반대 입장 한발씩 물러선다면 교내 오토바이 통행과 관련해 찬성과 반대, 양측의 논거를 알아보았다. 이 논쟁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각 입장이 내세우는 논거가 어긋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photo3교수들을 주축으로 교내 오토바이 통행 금지를 주장하는 이들은 현재 오토바이 통행으로 인한 문제점 – 안전사고위험, 교내 환경훼손 – 이 발생하고 있으니 원인인 오토바이 통행과 외부음식배달을 금지해야 한다고 한다. 여기서 오토바이 통행 및 외부 음식배달 규제에 반대하는 이들은 “자동차 사고가 있고 공해를 유발시킨다고 해서 자동차통행을 금지할 수 없는 것처럼 오토바이의 부작용 때문에 통행금지 조치를 내린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현재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그와 관련해 실천적인 내규를 만드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 주장한다. 덧붙여 교수들이 출,퇴근시 이용하는 승용차도 오토바이와 마찬가지로 문제점들을 안고 있는데 오토바이에만 규제를 가한다는 것은 교수들의 이기적인 생각이라며 반박했다. 그렇다면 두 입장은 대립할 수밖에 없을까? 대학 본부와 총학이 실시한 설문조사 내용에 덧붙인 가정을 통해 타협점을 찾아보도록 하자. 학생 통학용 오토바이와 관련한 1번 문항에는 ‘오토바이 통행에 따른 소음피해 및 교통사고 위험을 해결하는 방편으로 순환도로 내부에 학생 통학용 오토바이 운행을 금지(08:00~18:00)하며, 순환도로 주변 여러 지점에 오토바이 전용 주차장을 마련한다.(장애인은 예외)’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설문 결과 학생들은 교내출입 금지가 아니라 순환도로내부 출입제한이라면 찬성한다고 밝혔다. 교내 지형과 면적을 감안할 때 오토바이 출입은 허용하되,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순환도로내부 통행을 금지하면 안전사고도 줄어들 것이며 매연과 소음공해로 인한 피해도 현저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오토바이 통행과 관련해 찬반 양측의 입장을 모두 반영한 것이다. 이희재 학우(경제학부 03)는 “물론 순환도로 주변에 전용 주차장 마련과 교내 순환 셔틀버스 확충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으며, “카이스트가 캠퍼스내 이륜차 운행시 30Km이내를 제한속도로 두고 헬멧 착용을 의무화하여 적용하고 있듯 ‘순환도로에서 적용될 수 있는 대학내규’를 정해야한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photo4음식물 배달용 오토바이 관련한 2번 문항에서는 ‘음식물 배달용 오토바이의 순환도로 내부 통행시간(09:00~18:00) 금지와 같은 규제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으며 ‘단, 규제할 경우라도 순환도로 주변에 (오토바이로 배달된) 식사를 할 수 있는 장소는 제공할 예정’ 이라 전제조건을 달고 있다. 이 문항 역시 1번 문항과 비슷한 결과로 안전사고와 공해를 줄이기 위해 순환도로 내부 통행은 금지해야하지만 현재 제반 여건을 고려할 때 외부음식배달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배달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 각 장소마다 전단지 공해를 해결해 줄 게시판과 빈그릇을 수합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 학생들의 협조를 이끌어 낸다면 환경적으로도 쾌적한 캠퍼스를 조성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는 기자가 만나본 배달원들도 배달업무가 편해질 것이라면 환영하는 방책이었으나 외부 음식점 사장들은 매출의 하락세를 예상하며 달갑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이 외에도 수업시간 (4교시 : 12:00~13:00) 편성이라는 방안을 내놓았는데 ‘학생들의 점심시간이 11:45~13:00 의 시간대에 몰려있어 일시에 구내식당의 좌석수가 모자라는 상황이 발생하곤 하여 이러한 요인을 해소하기 위하여 수업시간의 배치를 조정하여 점심시간대를 다양하게 분산하는 방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으며 문제 해결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대학 본부와 총학생회가 공동으로「오토바이 통행문제」의 해결을 위한 일련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설문조사와 그를 바탕으로 한 공청회, 토론회를 거쳐 학생과 교수의 입장을 두루 반영한 이륜자동차 통행문제 해결방안을 만들겠다고 나선만큼, 아무쪼록 합리적인 장치가 마련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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