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2001년 총학생회 선거를 살펴보자. 총 투표율 중 52.1%에서 「에갈리아」선본이 21.4%의 득표율로 당선되었다. 과반수가 되지 않는 비율이다. ‘과반수’라는 것은 다수의 동의를 얻었다는 매우 상징적인 의미이다. 당선 선본의 득표율이 낮다는 것은 ‘과연 학우들의 동의를 얻어 낸 것인가’라는 ‘정당성’에 문제를 제기하게 한다. 이러한 현상이 반드시 ’01년 선거에서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00년 선거에서는 19.6%의 득표율로, ’98년에는 25.88%로 총학생회가 선출되었다(표 1 참조).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로 출마하는 선본 수가 많다는 것을 들 수 있다. ’01년 선거의 경우 출마한 선본 수는 7개였다(표 2 참조). 이 중 2위를 차지한「코페르니쿠스」는 16.1%의 득표율을 보였으며, 이하 다른 선본들도 비슷한 정도의 득표율을 보였다. 「에갈리아」의 득표율이 상대적으로 매우 많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많은 선본들이 득표율을 나누어 갖기 때문에 학우들이 가장 선호하는 선본이더라도 낮은 득표율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낮은 득표율… ‘대표’로서 정당성 문제로 출마하는 선본의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투표 제도를 바꿔봄으로써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여기서 잠깐 1993년 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 (I.O.C.)의 2000년 하계 올림픽 개최지 선정과정을 살펴보자. 당시 올림픽 개최지 후보는 베이징, 베를린, 이스탄불, 만체스터, 시드니 이렇게 다섯 곳이 있었다. 투표자들은 개최지를 각자 자신들이 선호하는 순서대로 순위를 매긴다. 우선 1순위를 개표하여 1위의 득표율이 과반수를 넘지 못하면, 최소 득표자를 탈락시키고 그 표의 2순위를 반영한다. 이런 식으로 1위가 과반수를 넘을 때까지 반복하여 I.O.C.는 시드니를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했다. 이러한 투표 제도를 우리는 선호(대체)투표제라고 하며, 이번 새천년 민주당에서 국민 경선에 적용한 투표 방법도 바로 선호투표제이다. 올림픽 개최지는 선호투표제로 선정 선호투표제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선호투표제를 통해 ‘과반수’를 ‘만듦’으로써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종오씨(정치4)는 “그 동안 당선되는 선본의 득표율에 대한 고민이 있어왔다. 선호투표를 할 경우 이러한 문제점은 사라지며, 결선 투표를 할 필요도 없다.”라고 하며 선호투표제를 총학생회 선거에 도입하는데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선호투표제를 도입할 경우 예상되는 효과는 이뿐이 아니다. 2순위 표를 얻기 위한 경쟁 과정에서 소수의 지지를 받는 후보의 의견도 다수의 지지를 받는 후보에 의해 수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다. 또한 2순위 표를 얻겠다는 심리는 상대 후보에 대한 비방을 줄이는 것으로 이어진다. 사표 심리를 제거하는 데에도 선호투표제는 효과적이다. 선호투표제를 도입해볼까? 그러나 선호투표제를 도입하자는 의견에 대해 공대의 한 학우는 “일일이 선호하는 순서를 매기기에는 현재 선본들의 차이가 뚜렷하지 않으며, 학우들의 관심도 충분하지 않다. Academy Award에서 실시하는 것과 같은 선호투표는 다수의 대상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며 학우들의 관심이 없을 경우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외에도 선호투표제가 갖는 단점으로는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당선을 위해 선호 순위를 거짓으로 기표하는 거짓 투표와, 그리고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꼭 선호투표제가 아니어도 좋다. – 새로운 투표제도의 필요 선호투표 말고도 많은 투표제도가 있다. 우리가 흔히 하는 투표인 단순다수대표제(1인 1표 1위 당선)는 간단하고 이해하기 쉽지만, 소수의 의견을 반영하지 못하고 다양성을 무시하는 경향을 갖는 등 여러 가지 단점이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호투표제를 비롯하여, 동등비교, 비례대표제 등 많은 대표 선출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김홍종 교수(수리과학)는 “외국은 이미 여러 가지 방법의 투표제도를 도입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다양한 선거 제도가 없음을 안타까워했다. 가장 합리적인 투표 제도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학자들 사이에는 1인 2표를 갖는 것이 가장 민주적이라고 이야기가 되고 있다. 하지만 워낙 다양한 종류의 투표 종류가 있고 각각 나름의 장점을 갖는다.”고 대답했다. No counting, Democracy! 선거는 단순히 숫자를 세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다수의 의견을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많은 선거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이제는 단순다수대표제라는 사고방식에서 좀 벗어나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선거 제도의 변화가 우리의 의견을 얼마나 섬세하게 반영할 수 있을지 상상해보자. 현재 나타나고 있는 총학생회 선거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그리고 가능한 많은 사람의 선호를 반영하기 위해서, 현 총학생회 선거 방법을 바꾸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