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값이 올랐네?
이제 천 원짜리 세 장이면 두 친구가 사이좋게 밥을 먹던 시대는 갔다. 대신 삼천 원을 들고는 “혹시 100원짜리 4개 있어?”라고 물어야 될 것 같다. 이쯤 되면 삼천 원을 내고도 동전 4개를 돌려받아 커피 한 잔을 빼먹던 2년 전 시절을 회상하는 사람도 있을 듯 하다. 생협협동조합(이하 생협)은 3월 16일 생협 이사회에서 학내 식당의 식대 인상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2003년 식대 인상에 이어 2005년 1500원 메뉴가 1700원으로 인상됐다. 이 외에도 음대, 공대, 사대, 기숙사 식당에서는 2200원 메뉴가 2500원으로 인상되었으며 일부 식당에서는 3500원 메뉴가 신설되기도 했다. 카페테리아 백반 값도 올랐다. 식대만 오른 것은 아니다. 자하연 매점의 가격도 전체적으로 인상됐으며, 학생회관 2층의 매점도 역시 100~200원이 인상됐다. 2003년에도 있었던 식대인상 논란 하지만 식대 인상은 다른 무엇보다 좀더 논란이 된다. 이전 식대 논란은 2003년 5월, 총장과의 대화 때 있었다. 정운찬 총장은 당시 “1300원 식대를 200원 인상한다 해도, 한달에 그 식사를 50번 하는 사람이 있다고 치면 추가부담은 만 원에 불과하다”며 “(만 원이 없는 학생이 있다면) 총장실로 오라, 내가 만원을 주겠다”고 말해 논란이 됐었다. 2003년 부총학생회장이었던 홍상욱 씨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의 먹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인상분 200원을 본부에서 지원해주도록 요청했다. 당시 생협 학생위원장이었던 구정은(불문00)씨는 총장과의 대화에서 식대인상에 반대하며 “학생들의 1300원 식대는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품목인 만큼 앞으로 기성회비에서 운용비용을 지원해줌으로서 가격 인상을 억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운찬 총장은 직접적인 지원 외에도 간접적인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며 “학관 사용료를 받지 않고, 개, 보수비용도 보조하는 등 사실상 생협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반박했었다. ‘경영의 합리화’ vs ‘음식의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올해는 식대인상 역시 이전과 다름없이 구조적인 요인에서 비롯된다. 생협 학생위원회는 3월 중순, 자보를 통해 2004년 식당 운영에서 3억 1천만 원의 적자를 냈다고 밝혔다. 생협의 이규선 차장은 “현재 상황에서 식대를 올리지 않는다면 올해 말에는 6억 여의 적자가 예상됐다”며 운영상의 어려움을 말했다. 하지만 밥은 간식과는 다르게 생존에 필요한 재화인 만큼 경제적 약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최저가의 메뉴 유지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생협 측에서는 식대 인상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입장이다. 인건비 절약과 같은 기본적인 운영비 절감이 이미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생협 내 직원들의 노동 조건은 개선이 시급한 상태다. 생협 직원들은 임금은 이미 3년 째 동결되고 있다. 같은 학교 내의 기성회 직원 월급이 7~8%씩 꾸준히 인상되는 것과 대조된다. 이규선 씨는 “생협이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만큼, 생협 노조도 이번 임금 협상에서 임금인상률을 5%라는 낮은 선에서 합의했다”고 말했다. 또한 생협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기준보다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고용해왔다. 현재 생협 내부의 비정규직 비율은 기준으로 정해져 있는 30%를 넘어 약 35%에 이른다. 식단 원가 절감 필요한가 그렇다고 식단의 원가를 절감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식단의 원가는 이미 가격을 넘어서 있다. 생협 식단 중 1500원 식단의 원가는 1705원, 2200원 식단은 2290원으로 이미 적자를 내고 있다. 생협 부학생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광진(법대 04)씨는 서울대학교 식사의 원가가 비싼 이유를 “원재료들을 가공하지 않고 그대로 가져와 조리의 안전성을 확인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1000원 식단을 만들 수 있어도 그러한 식단은 학생 복지를 위한 일이 아니다”라며 “최저 밥 먹을 수 있는 권리는 생협 운영 상태가 허락하는 데로 최저가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규선 씨는 “신라호텔에도 있었던 식중독 사고가 서울대 식당에서는 30년 동안 없었다”며 음식의 안전과 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원가 절감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의사결정과정의 민주적 의사소통 부족 무엇보다 문제였던 점은 식대 인상 사건이 결정되는 과정에서 민주적 의사소통 과정이 부재했다는 점이다. 생협 사무국은 올해 2월 중순 쯤 식대 인상안을 학생위원회에 제안했다. 당시 학교가 방학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이사회 전까지 논의를 할 시간은 보름이 채 되지 않았다. 생협 학생위원회는 자보를 통해, 식대 인상에 대한 합의와 준비, 홍보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식대 인상 과정에서 일반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일은 구조적으로 한계를 갖고 있다. 비록 조합원들이 뽑은 대의원들이 참여하는 대의원총회가 이루어지고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학생 조합원 수가 부족하다. 현재 조합원 수는 354명으로 서울대 전체 학생 중 약 1.5%에 지나지 않는다. 최광진씨는 학생 조합원의 의의를 “조합원은 조합원의 출자금이 중요하기보다도 법적인 주주의 자격을 획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이규선 씨 역시 “조합원 수를 기본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학생들의 여론을 수렴하기 위해서는 우선 생협에 대한 관심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학내 1.5%에 불과한 생협 조합원 연세대학교(이하 연대) 생협의 경우 조합원은 11891명으로 전체 학생 중 약 69.3%를 차지하며 이들의 출자금은 전체의 74%를 차지하고 있다. 연대는 2004년부터 신입생부터는 조합원 출자금을 등록금에 포함함으로써 가입을 강제했다. 하지만 이규선 씨는 “생협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지 않은 채 이루어지는 생협 활동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조합금을 등록금에 포함하는 방식을 보류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한국외국어대학교 용인캠퍼스(이하 외대) 생협은 가입이 완전히 자율적이다. 외대 생협 조합원 수는 2004년 말 2909명으로 전체 학생 중 약 39%를 차지한다. 외대 생협 사무과장 정진성 씨는 “외대에서 생협 가입은 100% 자발적이다. 많은 혜택과 홍보를 통해 자율적으로 가입을 유도한다”고 말한다. 외대 조합원은 안경점, 여행사, 미용실 서점 등에서 약 10% 정도의 할인 혜택을 받는다. 이 외에도 문화유적답사, 운전면허특강에서 우선권을 가지며 귀향버스도 추가 할인된다. 정진성 씨는 “생협 사무실은 조합원들 및 학생위원회 학생들이 항상 드나들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며 일반 학생들과의 일상적 접촉을 통한 소통을 말했다. 이사회 구조에 문제점은 없나 서울대에서 생협 이사회는 학생들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소통 공간이다. 생협 이사 19명 중 학생 이사는 6명으로 규정되어 있어 교원, 학생, 직원들의 의견을 평등하게 받아들인다는 이상을 실현하고 있다. 하지만 이사장을 부총장이 맡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는 것을 비롯해, 부이사장, 상임이사가 모두 교수로 이루어져 있다. 이에 비해 외대의 경우 이사장은 교원이 맡지만 교원, 직원, 학생 단위에서 선임이사를 각각 한 명씩 배정하고 있다. 연대는 전체 이사 13명 중 학부생, 대학원생이 6명으로 학생 이사가 반을 차지하고 있다. 식대 인상이 이루어진지도 어느덧 한 달이 넘어간다. 올해, 학생들의 식대 인상과 관련한 문제제기는 2003년에 비해 약해 보인다. 하지만 소비자의 상품에 대한 주체적 요구가 있지 않는 한 좋은 서비스를 받기는 어렵다. ‘그러려니’ 하고 사는 것이 편하더라도 한 번 쯤은 ‘도대체 왜이래’라고 질문할 수 있는 적극적인 소비자의 태도가 필요하다.
근데 생협은 뭐하는 곳인가요? 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은 ‘생활’과 ‘협동조합’의 합성어이다. 협동조합은 시장경제 체제 내에서 법이나 정보에 약한 경제적 약자들이 서로 힘을 합쳐 공동체를 만들고 서로 협력하는 단체이다. 지금은 조직의 확대로 인해 의도가 많이 약해졌지만 농협, 수협 등도 협동조합의 한 예이다. 생협은 소비자의 입장에 있는 협동조합으로 구분된다. 이 중에서도 ‘생활’협동조합은 협동을 통해 소비자들의 ‘생활’을 개선해나가는 것으로 생활필수품의 매입과 가공, 배급을 함께 하고 생활을 위한 공동시설의 이용, 생활 개선 교육 등을 운영하는 사업을 한다. 협동조합은 일반 주식회사와는 다르다. 주식회사가 영리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데 비해 협동조합은 비영리단체로서 조합원끼리 좀더 나은 생활 방식을 고민하는 단체다. 또한 주식회사가 운영자와 소유자가 분리되어 있는 것에 반해 협동조합은 출자자, 즉 조합원이 경영자다. 주식회사와는 달리 출자금에 따른 의결권 제한도 없다. 현재 서울대 생협은 식당, 매점, 서점 운영 등의 수익사업과 학내 복지사업을 맡고 있다. 생협은 서울대 교원, 직원, 학생 3 주체가 동일한 발언권을 갖고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조합원들은 학생이사 및 학생위원회, 대의원 선거권 및 피선거권을 가진다. 서울대 생협은 협동조합의 목표 외에도 환경운동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녹색가게 살림 어울림을 운영하는 한편,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채식 식단을 구성하기도 했다. 서울대 생협 조합원은 녹색가게 살림 어울림, 문화인큐베이터, 다향만당 등에서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 가입시 만 원의 출자금이 필요하지만 졸업할 때 다시 돌려받을 수 있다. 조합원 가입은 서울대 생협싸이트(www.snuco.com)을 통해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