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화 3년, “몰라~ 알 수가 없어”

한 유령이 관악캠퍼스를 배회하고 있다.‘학사관리엄정화’라는 유령이.혹자는 ‘엄정화’로 인해 학점 경쟁이 심해져 더 팍팍한 삶을 살게 됐다고 말하고, 혹자는 성적 부여의 형평성이 높아졌다고 말한다.

한 유령이 관악캠퍼스를 배회하고 있다. ‘학사관리엄정화’라는 유령이. 혹자는 ‘엄정화’로 인해 학점 경쟁이 심해져 더 팍팍한 삶을 살게 됐다고 말하고, 혹자는 성적 부여의 형평성이 높아졌다고 말한다. ‘엄정화’의 실체로 지목받고 있는 상대평가제, 재수강제한 제도와 더불어, ‘엄정화’에 맞서 50대 총학생회에서 대안으로 제시한 ‘대학국어·대학영어 S/U제’에 대한 학생들의 여론을 알아봤다.상대평가제, 구성원들 불만 크지만 평점 부여에 미친 영향은 미미교양과목에 한해 30% 이상에게 C학점 이하를 부여하도록 돼있는 현행 상대평가제는 2004년 2학기부터 시행됐다. 그 이전에도 학점 부여 비율에 대한 권고 규정이 있었지만, 전산 입력 시 성적 비율이 제한된 것은 이때부터다. 당시 대학 본부는 성적 인플레이션 방지와 학점에 대한 형평성 제고를 위해 제도를 도입했다고 밝혔다.그러나 상대평가제 시행이 3년째를 맞은 현재에도 학생들의 불만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대저널』이 실시한 강의제도 관련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2.3%(매우 반대 31.8%, 대체로 반대 41.1%)가 현행 상대평가제에 대한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찬성 입장을 표명한 응답자는 반대의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치는 27.1%(매우 찬성 1.7%, 대체로 찬성 25.4%)에 불과했다. 현행 상대평가제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66.9%는 ‘모두가 열심히 해도 누군가 C학점을 받게 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상대평가제가 학점 과열 경쟁을 양산할 것이라는 우려(20.5%), 교수의 평가 권한 침해 가능성에 대한 우려(11.4%)가 그 뒤를 이었다.상대평가제 실시에 대한 교수들의 불만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김임구(독어독문학과) 교수는 “상대평가제 시행 이후 학점 비율을 학교에서 정한 일률적 기준에 맞춰야 해 불만”이라며 “이는 교수의 평가권한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는 경우에도 어쩔 수 없이 C학점 이하를 부여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며, “학생들을 무분별한 경쟁으로 내모는 현행 상대평가제에 반대한다. 최소한 C학점 이하 부여 비율만이라도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성(철학과) 강사도 “상대평가제가 평가에 다소 제약이 된다”고 밝혔다.하지만 상대평가제가 실제 학점부여에 미친 영향은 학생들의 우려만큼 큰 수준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대저널』이 학사과에 요청해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상대평가제 시행 이전인 2003년 1학기와 비교해볼 때, 2006년 2학기에 학생들에게 부여된 교양 평균평점은 0.07(3.28→3.21), 전공 평균평점은 불과 0.02(3.41→3.39) 하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교양과목의 경우 B학점의 부여 비율이 6.1% 하락(39.6%→33.5%)하고 C학점의 부여 비율이 5.6% 증가(13.2%→18.8%)했다. 하지만 변동의 대부분이 B- 학점과 C+학점 사이에서 이뤄져, 평균평점의 변동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A+ 학점의 부여 비율은 오히려 늘어(14.1%→16.6%), 교양과목의 A학점의 부여 비율은 40~43% 선에서 유지됐다. 평점의 전산 입력이 강제되지 않는 전공과목의 경우에는 A학점의 부여 비율이 51~55% 대의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B학점은 31~33%, C학점 이하는 10~12% 선에서 변동이 없었다.상대평가제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우려와는 달리 과거에 비해 이렇다 할 ‘학점 디플레이션’은 일어나지 않았다. 학사과 이소영 씨는 “30% 이상에게 C학점 이하를 부여하도록 전산 입력을 강제하는 규정 자체가 교양과목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교양과목의 학점 부여 기준이 되는 전체수강인원은 수강신청변경기간 직후의 인원을 기준으로 작성하기 때문에 수강취소인원도 전체인원에 포함된다”고 그 이유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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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평가제가 성적 부여에 미친 영향은 생각보다 미미했다. 법대의 한 수업 장면

재수강제한 역시 반대 의견 높아… 제한조치로 재수강 비율 소폭 하락

해당 과목에서 C학점 이하를 취득한 경우에만 재수강이 허용되는 현행 재수강제한 제도는 2006년 1학기 때부터 도입됐다. 재수강 제한 근거 규정이 만들어진 것은 2002년이지만, 총학생회의 반대로 과목 수 제한, 담당교수 동의서 제출 등의 기타 제한 규정은 사라지고 기준학점 제한 규정만이 명문화돼 시행 2년차를 맞고 있다.설문조사 결과, 현행 재수강제한 제도에 대해서는 61.5%(매우 반대 27.7%, 대체로 반대 33.8%)의 학생들이 반대 의사를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찬성하는 학생들의 비율은 37.9%(매우 찬성 4.4%, 대체로 찬성 33.5%)였다. 학생들이 재수강제한에 반대하는 이유로는 ‘학생들마다 재수강을 하고자 하는 학점이 다르므로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37.0%를 차지했다. ‘수강을 취소하거나 C학점을 원하게 되는 등 학업 의욕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의견은 34.1%로 뒤를 이었다. ‘유학 및 취업을 준비하는 경우 이전 수업에서의 실수를 만회할 기회가 없다’는 의견은 24.0%를 기록했다.반대 의견에 비해서는 밀렸지만, 재수강제한 제도에 찬성하는 학생들의 42.3%는 ‘(학점 인플레를 막아) 서울대학교 학점에 대한 공신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초수강생의 불이익이 줄어든다’(33.1%), ‘B학점 이상을 받은 학생들은 수업을 충분히 이해한 것으로 재수강할 필요가 없다’(20.8%)는 이유가 뒤를 이었다.현행 재수강제한 제도는 2006년 1학기에 수강한 과목들부터 적용된다. 따라서 실제 학생들에게 취득학점에 따른 수강 제한이 가해지는 시점은 2006년 2학기부터다. 학부 등록생 1인당 평균 재수강 과목 수는 2004년 1학기부터 2006년 1학기까지 0.45~0.5과목을 기록하다가, 2006년 2학기에는 0.39과목으로 소폭 하락했다. 이는 직전학기에 비해 10% 넘게 줄어든 수치다. 누적된 통계가 부족하기 때문에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교양?전공과목을 불문하고 A, B 취득자에게 재수강을 제한하는 현행 제도는 어느 정도 재수강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대학국어·대학영어 S/U제, 찬성 의견은 높지만 본부 설득이 과제앞서 언급된 상대평가제와 재수강제한은 대학본부에 의해 정책으로 입안됐고, 학생사회는 거기에 ‘끌려 다니는’ 입장이었다. 그에 비해 ‘대학국어·대학영어 S/U제(통과 또는 탈락으로 성적을 평가하는 제도)’는 지난 총학생회 선거 과정에서 학생사회에 의해 적극적으로 이슈화된 정책이라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50대 총학생회에 당선된 ‘SPOTLIGHT’ 선본의 대표 정책 중의 하나였던 ‘대학국어·대학영어 S/U제’는 상대평가제와 재수강제한으로 대표되는 대학 본부의 ‘학사관리엄정화’ 방침에 정면으로 맞서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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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총학 재선거 선거운동 당시 Spotlight 선본이 나눠줬던 리플렛. 대학국어·대학영어 S/U제 정책에 대한 설명이 나와 있다.

설문조사 결과 학생들의 75.0%(매우 찬성 38.2%, 대체로 찬성 36.8%)가 ‘대학국어·대학영어 S/U제’ 도입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대학국어?대학영어를 듣고 있거나 아직 듣지 않은 1학년의 찬성 비율은 81.1%로, 가장 높았다(매우 찬성 62.3%, 대체로 찬성 18.8%). 다음으로 4학년 이상(77.9%), 3학년(75.3%), 2학년(71.9%) 순으로 지지가 높았다.하지만 현재 대학 본부가 ‘대학국어·대학영어 S/U제’ 도입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는 점이 최대의 난관으로 꼽힌다. 지난 5월 15일 열린 총학과 본부 사이의 교육환경개선협의회(이하 교개협)에서 총학생회장 한성실(미학 03) 씨는 “대학국어와 대학영어 강좌의 목표는 수강생들에게 대학에서 수학이 가능할 정도의 국어·영어 소양을 갖추는 것”이라며 “현재 더 높은 학점을 받기 위한 불필요한 경쟁이 양산되고 있다. 두 과목의 성적 평가 방식을 S/U제로 전환한다면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답변에 나선 기초교육원 부원장 홍종인(화학부) 교수는 “S/U제를 실시하면 U를 받게 되는 비율을 결정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탈락생들이 필수적으로 재수강해야 한다는 점도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수강생들의 수업 참여가 현저히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걱정스러운 지점”이라고 우려했다.부총학생회장 박찬섭(법학 02) 씨는 교개협이 끝난 뒤 “기초교육원과 밀도 있는 대화를 진행해 ‘대학국어·대학영어 S/U제’ 도입의 정당성을 알릴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거 총학생회 선거에 출마한 선본들 상당수가 수업 관련 정책을 전면에 내걸고 당선됐으나 그것을 실제 제도로 도입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가깝게는 48대 총학생회에 당선된 ‘Q’ 선본이 내걸었던 학점취소제가 제대로 된 공론화 작업도 거치지 못한 채, 총학의 임기 종료와 함께 ‘없던 일’이 돼버린 전례가 있다. ‘대학국어·대학영어 S/U제’가 이러한 전철을 밟게 되는 것이 아닌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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