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학생에게 교육권은 곧 생존의 문제”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7층 인권상담센터에서는 특수학교 교사와 장애 아동 학부모 등 장애인교육권 주체들이 3월 26일부터 단식농성을 진행하고 있다.단식 8일째인 4월 2일 월요일, 기자들이 찾은 농성 현장은 예상과 달리 생기가 감돌았다.”원래는 이렇게 추레한 사람이 아니다” 라며 너스레로 말문을 연 광진중학교 특수학급 담당교사 김덕윤씨를 통해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7층 인권상담센터에서는 특수학교 교사와 장애 아동 학부모 등 장애인교육권 주체들이 3월 26일부터 단식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단식 8일째인 4월 2일 월요일, 기자들이 찾은 농성 현장은 예상과 달리 생기가 감돌았다. “원래는 이렇게 추레한 사람이 아니다” 라며 너스레로 말문을 연 광진중학교 특수학급 담당교사 김덕윤씨를 통해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서울대저널(이하 저널) : 특수학교가 아니라 일반학교에 계신데 일반학교의 특수학급 교사로서 겪는 상황들이 특수학교와는 많이 다를 것 같다.김덕윤 : 기본적으로 내가 있는 학교는 학급 수가 40개에서 32개로 줄었고, 그 중 특수학급은 1학급이다. 일반교사가 55명이고 특수교사는 나 한명이다. 특수학급에는 정신지체, 발달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가장 많은데 지체장애가 있다고 해서 굳이 분리교육을 하지는 않는다. 특수학급은 어떤 사람에게든 일반적인 조건에 있어서의 지원을 보장하자는 측면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장애를 가졌는가의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기본적으로 전제돼 있다. 아이가 집 근처 학교에 진학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다만 장애를 가진 학생에게 보통의 교육보다 특수한 부분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특수학급이 그런 역할을 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일반 학교이다 보니 장애 학생의 문제를 특수 교사의 몫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장애 학생의 문제는 특수교사가 전담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소통하고 고민해야 할 문제인데 사실 일선 학교에서는 그럴 겨를이 없어 아쉽다. 특수학교는 모든 선생님이 특수교사이기 때문에 나름의 장점이 있을텐데, 일반 학교의 특수 학급 같은 경우에는 ‘섬’같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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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진중학교 특수학급 교사를 맡고 있는 김덕윤씨. 뒷쪽으로 단식 농성 중인 장애 아동 학부모들과 교사들이 보인다.

저널 : 초등학교 시절을 돌이켜보면 ‘조금 다르다’싶은 친구들이 놀림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통합 교육이 오히려 장애 학생들에게 역효과를 가져다 주지는 않는가?

김덕윤

: 장애 학생을 둔 가정에서는 이런 걱정들을 많이 한다. 아직 우리 사회가 장애인과 관련된 제반문제에 대해 성숙하지 못한 탓인 것 같다.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형성돼 있는 것이 문제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장애 학생을 친구로 접한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을 비교해 보면 장애인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많은 차이를 보인다. 어렸을 때부터 내 옆에 장애를 가진 또래가 함께 하고 그들의 특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길러졌다면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역시 줄어들 것이 당연하다. 그런 점에서 통합 교육은 모두를 위해 필요하다고 봐도 좋을 것 같다.저널 : 장애인 교육권에서도 계층성이 드러날 것 같다. 사교육이나 치료가 많이 필요한 부분은 더욱 그렇지 않은가? 김덕윤 : 사실 장애 아동들을 아예 학교에 보내지 않는 경우도 많이 있다. 장애아 출생률이 거의 10%에 육박한다고 하는데 친구 열명 중에서 장애인이 한명 꼴로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특히 부모가 장애인일 경우 주변에서 지원해주는 사람이 없으면 아무런 교육적 혜택을 받지 못하고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장애 가정 중에는 궁핍한 가정이 많아 교육권보다는 생존권의 문제가 더 절박하기 때문이다. 반면 경제적 능력이 있는 경우에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의 폭이 넓어지다보니 아무래도 차이가 난다. 사교육은 가격 부담이 만만치 않다 보니 장애가 있어도 감당할 수 없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일반 학생들이 사교육을 받는 것은 공부를 더 잘 하기 위한 선택이지만 장애 학생들에게 사교육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들에게 언어치료나 물리치료, 작업치료 등은 생활의 문제이고 삶을 영위하기 위한 문제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부분들이 공적으로 해결되지 않으니 사교육이을 받게 되는 것이고, 장애 교육에 있어서 계층간의 차이도 자연스레 드러날 수밖에 없다. 장애인교육원연대는 최근 몇 년동안 꾸준히 장애 학생의 방과 후 시간을 공적으로 담보할 것을 위해 투쟁해오고 있다. 부모들이 맞벌이를 하시는 경우에는 학교가 파하면 아이들을 돌볼 곳이 없다. 저널 : 장애인 문제는 사회가 공적으로 담당해야 할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장애인교육권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것 같다.김덕윤 : 살아 온 과정이 다르다 보니까 그런 것 같다. 생활고를 겪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 민생을 알 수 없듯이 장애 문제의 시급함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법안에 대한 관심도 적은 것이다. 다만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이런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장애인 문제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전환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장애인 문제에 대해서는 모두가 사회적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데, 아예 문제가 있는 줄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장애 학생들과 부모들에게는 장애인교육권법이 생존의 문제이다. 조만간 교육권 문제 뿐만 아니라 교육의 질에 대한 문제, 장애인 교육 중에서도 저소득층 장애 학생에 대한 문제까지 조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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