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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 국민은행이 K-League 승격을 바라는 팬들의 염원이 쓰인 고양 국민은행의 버스 |
작년 겨울, 축구팬들의 초미의 관심사는 N-League(프로축구 K-League의 하위 리그) 우승팀인 고양 국민은행의 K-League 승격 여부였다. 선수와 팬 모두가 원하고 기대했던 일이었다. 많은 축구팬들이 우리 나라의 프로축구에도 승강제가 도입돼 더욱 치열하고 멋진 경기가 펼쳐질 것이란 기대를 했다. 하지만 결과는 절망적이었다. 국민은행 측이 최종적으로 불가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었다. 그 소식을 들은 고양 국민은행 선수들은 절망에 빠졌으며 다른 N-League 선수들도 혼란에 휩싸였다. 팬들과 언론은, 선수들은 무시하고 타협보다는 자신들의 주장만을 위해 핏대 세운 국민은행과 축구협회를 질타했다. 그러나 이런 반응도 잠시뿐, 곧 N-League는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졌다. 『서울대저널』에서는 안산 할렐루야 팀 선수들의 목소리를 통해 잊혀진 N-League 선수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들어 보았다.서울에서 대구로, 대구에서 합천으로3월 24일 새벽. 경상남도 합천군에서 열린 대통령배 축구대회에 참가한 안산 할렐루야 축구단을 만나기 위해 대구로 향하는 KTX에 몸을 실었다. 새벽잠을 설쳐 몸은 피로했지만 선수들을 만난다는 긴장감과 설렘으로 잠은 오지 않았다. KTX는 넓은 벌판을 가로질러 기자를 대구로 데려다 주었다. 대구에서 내린 기자는 다시 합천행 버스에 몸을 맡겼다. 서울에서 출발한지 꼬박 4시간이 지나 합천에 도착했다. 합천에서 나를 처음으로 맞아준 것은 스산한 바람과 한산하다 못해 적막한 시내였다. 근처 식당에 들어가 식사를 하며 점원에게 대통령배 축구대회에 관해 물었다. 작은 군 지역에서 큰 대회가 열리므로 당연히 대부분의 주민들이 대회를 알고 있을 거란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착각이었다. 직원은 대회에 관해 아는 바가 전혀 없었으며, 가게 내에 있던 모든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시내에서 만난 운동을 좋아할 만한 남자 고등학생들까지도 대회에 관해서는 아는 바가 전혀 없었다. 지역 주민들의 무관심에 착잡해진 마음을 뒤로 하고 대회가 열린다는 합천군 공설운동장으로 향했다.연습장인 냥 텅 빈 관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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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장이 아니라 연습장에 온 것처럼 한산한 운동장 |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경기장에서는 건국대와 동의대가 경기를 하고 있었다. 운동장 입구에서 바라본 경기장에는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선수들의 모습이 보였다. 경기장 입구가 제법 부산했기에 활기찬 경기장 분위기를 기대하며 경기장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내 기자의 기대는 산산이 깨졌다. 운동장 안에는 열심히 뛰는 선수들만 있을 뿐 이를 지켜보는 관중은 없었기 때문이다. 명색이 대통령배 축구대회임에도 불구하고 관중은 오로지 선수의 가족들과 대회 관계자들이 전부였다. 천천히 경기장을 한바퀴 돌았다. 전국 대회임에도 불구하고 운동장 시설은 열악했다. 전광판이 없음은 물론이고 의료 시설조차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 초라한 선수 대기실은 쓸쓸한 경기장을 더욱 더 쓸쓸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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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후된 선수 대기실 |
오후 3시, 안산 할렐루야 선수단이 경기시간보다 1시간 먼저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인사를 나눈 선수들은 감독과 함께 오늘 경기에 대한 얘기를 나눈 뒤 몸을 풀었다. 그들의 표정은 엄숙하고 진지했으며, 승리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4시 정각에 할렐루야와 울산대의 경기가 시작됐다. 선수들의 모습을 담기 위하여 기자는 경기장 트랙을 걸었다.“축구는 꿈을 찾아가는 길입니다”트랙을 돌면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검은 점퍼를 입은 한 무리의 선수들이 경기장에 들어왔다. 점퍼에는 ‘신우전자’라고 써 있었다. 올해 신설될 예정인 K3-League(N-League의 하위 리그) 팀의 선수들이었다. 조심스레 다가가 짧은 대화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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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우전자의 정명석 선수 |
서울대저널(이하 저널) : 자기소개를 간단하게 해주세요
정명석 : 저는 신우전자 축구단에 소속된 정명석입니다.저널 : 신우전자는 이번에 신설되는 K3-League팀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어떤 팀인지 소개를 해주세요.정명석 : 일반 실업팀은 아닙니다. 단지 신우전자에 소속된 직원들이 회사의 스폰을 받아서 운영되는 팀이죠. 프로팀이나 실업팀보다는 아마추어적이고 축구 동호회보다는 약간 더 전문적으로 축구를 하는 팀이라고 하면 되겠네요. 저널 : 전업으로 축구를 하시는 것은 아니네요?정명석 : 전업은 아니죠. 일단은 회사에 소속된 직원들이라서 회사에서 일을 해요. 하지만 특별해요. 실업팀이나 대학에서 축구를 하다가 실패를 한 사람들이 모여서 K-League 혹은 N-League로 가는 것을 목적으로 하거든요. 일종의 재생을 위한 팀이라고 할 수 있어요. 또, 다들 병역특례로 온 경우가 많아요. 사장님께서 특별한 축구 사랑을 가지고 계시거든요.저널 : 그럼 병역특례 기간이 끝난 뒤의 진로는 어떻나요?정명석 : 선수의 길이 어렵다면 다른 일을 찾아야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래도 열심히 하면 실업팀나 프로팀으로 갈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저널 : 올해 특별한 목표가 있으신가요?정명석 : 단기적인 목표는 전국체전 우승이고, 다음으로 K3-League에서 우승을 해서 N-League로 올라가는 것 또한 목표입니다.저널 : “축구”는 선수에게 무엇인가요?정명석 : 축구는 제게 꿈을 찾아 가는 길입니다. 말하기 쑥스럽지만 제 최종 목표는 역시 국가대표에요. 축구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다 그게 최종 목표일 것입니다.“관중들의 응원이 필요해요”할렐루야와 울산대의 경기는 할렐루야의 승리로 끝났다. 경기 후 감독님의 배려로 선수단과 함께 이동하게 되었다. 선수들의 회식에 참여해 할렐루야팀의 주장이자 작년 N-League 후기리그 MVP를 수상한 이성길 선수와 대화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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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렐루야의 이성길 선수 |
저널 : 자기 소개와 팀 소개를 해주세요.
이성길 : 저는 이성길이고요, 현재 안산 할렐루야팀에 소속되어 있고 주장을 맡고 있습니다. 저널 : 축구 선수로서 스스로의 삶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가요?이성길 : 힘들었던 적도 물론 많았지만 지금은 만족하고 있습니다.저널 : 경제적으로는 어렵지는 않나요? K-League 선수들과는 어떠한 차이가 있나요?이성길 : 예전에는 많이 힘들었죠. 월급이 나오지 않을 때도 있었고, 나와도 매우 적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요새는 예전보다 훨씬 나아졌어요. 그래도 아직 K-League 선수들과 비교하면 차이가 많이 나는 게 사실입니다.저널 : 작년 고양 국민은행 사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이성길 : 협회의 준비 부족이 불러온 사태라고 생각합니다. 추진은 그럴싸했지만 무리였던 것 같습니다. 사태를 보면서 같은 선수 입장에서 마음이 아팠죠. 저널 : 올해는 승강제가 어떻게 되나요?이성길 : 올해는 N-League 우승팀이 무조건 K-League로 승격되는 승강제를 한다고 합니다. 저희 팀도 우승 시에는 K-League로 간다고 선수들과 약속했습니다.저널 : 승강권이 걸린 최종전에서 패한 후의 심경은 어땠나요?이성길 : 며칠동안 잠이 오지 않더군요. 눈 앞에서 꿈이 사라졌잖아요. 우리 선수들 모두 많이 좌절하고 슬퍼했지만 곧 다시 기운을 찾고 열심히 훈련했습니다. 올해는 작년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거라 생각됩니다.저널 : 이번 시즌 목표는 역시 K-League로의 승강이겠죠?이성길 : 당연히 그렇죠. 일단 올해 우승을 하여 K-League로 가고 싶습니다. 아마 모든 N-League 선수들의 목표는 K-League일 것입니다.저널 : “축구”란 선수에게 무엇인가요?이선수 : 일단 가장 많이 배워왔고, 가장 오랜 시간동안 해온 것이죠. 저에게는 하나님 다음으로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입니다.저널 :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한 말씀 해주시겠어요?이성길 : 선수들이 뛰는 경기장에 좀 보러 와 주셨으면 좋겠어요. 텅빈 관중석을 볼때면 마음이 아파요. 열심히 뛰다가도 관중석을 보면 몸에서 힘이 쭉 빠진답니다. 와서 많이 응원 해주세요. 모든 운동 경기가 그렇듯이 많은 관중은 선수들에게 힘이 된답니다.이제는 관심과 성원이 필요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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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들의 꿈을 위해 파이팅을 외치는 안산 할렐루야 선수들 |
선수들과의 짧은 식사를 마치고 서울로 올라오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경기장에서 봤던, 혼신을 다하는 선수들의 움직임과 회식 장소에서의 소탈한 모습들이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4월이면 이미 N-League와 K3-League가 시작된다. 매년 그러했듯 그들은 관중없이 그들만의 리그를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와 그리 멀리 있지 않으며, 그들을 돌아보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진 않을 것이다. 화려한 프로의 이면에 있는 그들에게 한번쯤 관심을 갖고 성원을 보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