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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도서관은 서울대 중앙도서관에 비하면 ‘볼품 없었다’. 하지만 그 볼품없는 도서관에서 필자는 대학 2년 동안 읽은 책의 2배가 넘는 많은 책을 읽었고, 그것이 지금 이나마 끄적거리고 있는 밑천이 되었으니 아이러니다. 아담한 도서관에서 새로운 책이 들어오면 한 눈에 알 수 있었고, 다음을 기약하며 눈도장을 찍곤 했다. 장서 200여권 남짓한, 사서는 고작 한 명에 두 평 정도의 학교 도서관이 생각나지 않는다면,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동네 책방을 생각해도 된다. 아니면 일주일에 한 번씩 책을 싣고 오는 이동도서관은 어떤가? 이들의 공통점은 ‘볼품없다’는 것이다. 볼/품/없어서 그만큼 볼/만/하다면 어불성설 같지만 이것은 사실이다. 중앙도서관에서 원하는 책 한 권을 찾기 위해 많은 시간을 소요해 본 경험은 없는가? 일반서점에서는 흥미로운 책들만 보이는데 중앙도서관에만 가면 재미없는 책들 투성이인 적은 없는가? 보고 싶은 책을 미리 정하고 가지 않아도 가서 고를 수 있는 그런 칸이 있었으면 하고 바란 적은 없는가?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의 장서 수는 꾸준히 증가해왔다. 그 속도는 2001년 47%, 2003년 76%, 2004년 63%, 2005년 42% 증가로 단과대에 장서를 분산한 2002년의 감소를 제외하고는 평균 57%에 이를 정도로 가파르게 수직 상승해왔다. 하지만 이용자 수는 2000년 연간 458903명, 2001년은 477067명, 2002년에는 437103명, 2003년 451505명, 2004년 469052명, 2005년 462500명으로 거의 증가하지 않거나 오히려 감소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장서가 늘면 그만큼 원하는 책을 빌릴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므로 이용자수(최소한 이용 장서 권수라도)도 늘어날 것이라 예상할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이 경우에는 ‘규모의 불경제’가 존재한다. ‘규모의 불경제’란 규모가 커질수록 오히려 비용이 효용을 압도해 그 이득이 감소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을 ‘도서관의 경제학’에 적용해 보면 원하는 책을 얻음으로써 얻는 효용은 변함없을 것이나 원하는 책을 얻는 데 들여야 하는 시간의 증가 측면을 고려해보면 비용이 증가한 것이라 볼 수 있다.대형 열람실과 엄숙함으로 무장한 대형서고 대신 오히려 소규모의 미를 살리는 ‘미니 도서관’은 어떨까. ‘미니 도서관’은 흥미로운 최근의 도서를 중심으로 서고를 개별적으로 설치하고 기존의 원하는 책을 찾는 것에서 더 나아가, 흥미롭고 유익한 도서를 선별하여 전시(!)함으로써 적극적으로 관심을 증대시켜 독서 문화를 만들어가는 개념이다. 40평 남짓한 공간에 만 여권의 책과 함께 사랑방처럼 편안하게 문화공간으로 다가가는 ‘미니 도서관’의 유용성은 이미 인정되어 지역차원에서 작은 도서관 만들기 운동이 전개되고 있는 실정이다. 중앙도서관의 필수적인 장서확충과 함께 개별적인 ‘미니 도서관’의 운영은 소유와 접근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셈이다. 활용도가 낮은 오래된 책과 흥미로운 최근의 도서가 삭막하게 정렬되어 있어 오히려 도서관에 가는 것을 꺼리게 하는 환경 대신, 소규모의 즐겁게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이 ‘미니 도서관’의 핵심이다. 한 교수는 입학 면접에서 고등학교 시절 목표가 무엇이었느냐고 물으면 ‘학교 도서관 책을 다 읽고 졸업하겠다였다’ 고 답하는 학생이 많다고 한다. 중앙도서관 서고 책을 다 읽겠다는 목표는 처음부터 질리지만 ‘대학에서 미니 서고의 책을 다 읽고 졸업 하겠다’라는 목표는 충분히 가능하지 않은가.심리학에는 ‘단순 노출 효과’ 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어떠한 사물을 많이 접할수록 그에 대한 친밀도가 증가하는 현상이다. 즉, 접근성이 증가하면 관심도 커진다고 해석할 수 있는데, 서점에 어느 책을 사러 갔다가 주위에 관심 가는 책을 발견했을 때 충동적으로 구입하는 것도 같은 이치이다. 일부에서는 요즘 대학생들은 고전을 잘 읽지 않는다고 걱정스러워하지만, 흥미 있는 도서들 사이에 위치하여 접근노출도가 높아진다면 열독률도 오를 것이다. 몽테뉴는 ‘독서처럼 값싸고 영속적인 쾌락은 없다’고 말했다. 쾌락을 얻을 수 있는 권리가 충족될 수 있는 환경은 만드는 일은 분명 값진 일이다. 최근 중앙도서관에서 기초열람실에 추천 도서 100권을 따로 분류하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책상을 배치해 놓은 것은 이러한 면에서 고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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