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글, 넌 어느 별에서 왔니?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댓글’이나 ‘리플’이란 용어를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댓글’은 한자어 접두사 ‘對’와 ‘글’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용어이고, ‘리플’은 ‘대답하다’라는 뜻을 가진 ‘reply’의 줄임말이다.과거 종이신문 시절에는 ‘독자투고’와 같은 방법을 통해서만 독자의 목소리가 전달될 수 있었기 때문에 독자가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은 굉장히 미미했다.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댓글’이나 ‘리플’이란 용어를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댓글’은 한자어 접두사 ‘對’와 ‘글’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용어이고, ‘리플’은 ‘대답하다’라는 뜻을 가진 ‘reply’의 줄임말이다. 과거 종이신문 시절에는 ‘독자투고’와 같은 방법을 통해서만 독자의 목소리가 전달될 수 있었기 때문에 독자가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은 굉장히 미미했다. 그러나 최근 인터넷 신문이 생겨나고, 기사에 덧글을 작성할 수 있는 기능이 부가된 후부터 쌍방향 소통이 가능해졌다. 이제 독자의 목소리는 더 이상 인터넷상에서만 부유하는 외침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5월 6일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신생아 학대’에 관한 기사가 올라오자 불과 2~3시간 만에 “관련 간호사들을 처벌하라”는 수천 개의 덧글이 달렸고, 간호사들은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이는 덧글의 힘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사건이었다.덧글문화, 어떻게 성장했는가? 덧글은 PC통신의 게시판에서 그 원형을 찾을 수 있다. 당시엔 PC통신의 게시판을 통해 의견이나 정보를 교환할 수 있었다. 물론 PC통신 게시판에서는 아이디가 공개됐기 때문에 익명성에 기반한 지금보다는 좀 더 책임감 있는 의견이 교환됐다. 지금과 같은 덧글 문화는 인터넷 사용자 증가와 함께 인터넷 포털에서 뉴스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과거 검색과 메일 서비스만을 중점적으로 제공해오던 포털 사이트들이 1998년, 야후 코리아를 시작으로 2003년 미디어 다음을 비롯한 대부분의 포털 사이트들이 뉴스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국민의 70.2%에 해당하는 3,158만명(정보통신부 조사, 2004년 기준)이 인터넷을 사용하는 인터넷 강국인 만큼 포털 사이트의 뉴스 서비스 제공은 신문 시장에 일대 변화를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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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뉴스 ‘최연희 사퇴촉구결의안 턱걸이 가결’에 달린 댓글들 – 댓글을 통해 기자와 독자의 쌍방향 의사소통이 가능해졌다

‘미디어 다음’은 인터넷 신문 기능을 제공한지 2~3개월 후부터 기사에 대해 네티즌이 의견을 쓸 수 있는 ‘덧글 쓰기’ 기능을 추가했다. 이것은 ‘기사에 대한 쌍방향 의사소통의 가능성’을 시도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당시에는 굉장히 획기적인 일로 여겨졌다. ‘미디어 다음’의 한 관계자는 ‘덧글 쓰기’ 기능을 설치한 배경에 대해 “네티즌이 기사에 대해 반응하고, 네티즌끼리의 상호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오프라인에서 할 수 없었던 온라인 신문만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자 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네티즌들이 기사의 제목이나 본문의 오·탈자를 지적하기도 하고 기사의 내용이 사실과 부합하지 않거나, 왜곡됐을 경우 덧글을 통해 이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한다. 이는 기사의 신뢰도를 증가시켜 더욱 완성도 있는 기사를 탄생시킨다. 대부분의 포털에서는 뉴스 서비스를 제공할 때 기자의 이메일 주소 병기, ‘기사 오류 신고하기’ 기능 등을 추가하여 네티즌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최근 한 TV프로그램에서 출연자가 자신을 자랑하는 발언을 하고 네티즌의 반응을 두려워하자 진행자는 ‘한 2주만 인터넷 하지 마세요’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는 우스갯소리 정도로 들릴 수 있겠지만 최근 인터넷 사용자의 증가와 함께 덧글이 유력한 힘을 가진 여론 표출의 수단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대한민국 국민 4800만 우리는 모두 네티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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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에서 조사한 인터넷 포털 뉴스 사이트 댓글 분석

중앙일보가 포털사이트 ‘네이버’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05년 12월 20일부터 30일 동안 네이버 뉴스사이트 방문자 수는 4194만4832명이었는데, 이 중 덧글을 남긴 사람은 35만535명으로 전체의 0.84%였다. 또한 이들 중 한 달에 70건 이상의 덧글을 다는 ‘수퍼-댓글족’은 전체 작성자의 3.4%밖에 안되는 숫자지만 전체 덧글 437만3306건 중 절반이 넘는 221만2813건(50.6%)를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달에 평균 1~2건의 덧글을 다는 사람은 전체 덧글작성자의 53.8%이지만 그들이 작성한 덧글은 전체 덧글의 5.4%에 불과했다. 이는 덧글에 담긴 목소리가 실제로는 여론이 아닌 소수의 목소리만을 대변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어 그들을 ‘인터넷 여론’이라는 이름으로 묶어 대표성을 부여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갖게 한다. 뿐만 아니라 덧글작성자 중 남성이 76.7%, 여성이 23.3%로 남성에게 편중된 경향을 보이고 있었으며, 연령별로는 19세~24세(20.4%), 25~30세(19.6%), 13~18세(18.0%), 31~36세(16.2%), 37~42세(9.1%), 43~48세(7.0%), 49세 이상(6.6%) 순으로 나타나 나이에서도 20대에 편중된 경향을 보였다.新 문화코드, 덧글문화 각종 포털 사이트에 덧글 기능이 생겨나면서 인터넷 쇼핑몰에서 덧글을 통해 상품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거나 인터넷 신문 사이트에서 기사에 대한 치열한 토론을 하는 등 덧글의 활용이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덧글이 정보 전달이나 의견 개진과 같은 실용적 측면을 넘어서서 새로운 문화코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최근 유행하는 문화코드의 대표적인 예로 ‘덧글놀이’를 들 수 있다. 이것은 네티즌들이 게시물에 관한, 때로는 게시물과 무관한 내용의 덧글을 연속적으로 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등수놀이’의 경우 올라온 기사에 처음 덧글을 다는 사람이 ‘1등이다’와 같이 자신이 첫 번째로 덧글을 다는 사람임을 밝힌다. 그러면 그 뒤로 덧글을 다는 사람들은 덧글을 다는 순서에 따라 자신이 몇 번째인지 밝히는 덧글을 남기는 것이다. 한때 유행했었던 ‘파문놀이’는 어떤 특정한 사건이나 주제 등에 대하여 해당 인물이나 단체 등의 객체를 설정해놓고 식으로 헤드라인 뉴스와 같은 말투를 사용하는 놀이로 실제 사실과 반대로 말함으로써 유명인의 언행이나 사회적 이슈를 풍자한다. 이것은 영화배우 강동원 씨가 인터뷰에서 자신의 외모에 대해 “잘생겼다고 생각한 적 없다”고 발언한 것이 기사화된 후 그 기사에 5천여 개에 육박하는 덧글이 달리면서 시작됐다. 이 중에는 , , 과 같이 장난 정도의 재미로 읽을 수 있는 내용이 있는 반면에 이나 등과 같이 정치인들을 비판하는 내용의 덧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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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다음’에 올라온 ‘파문 놀이’ 덧글

위에서 말한 ‘등수놀이’나 ‘파문놀이’는 이러한 덧글을 처음 본 사람이라도 대부분 문맥이나 정황상 덧글의 의미를 대충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게시물이나 이전의 덧글과 무관하게 ‘하지만 드라군이 출동하면 어떨까?’라는 생뚱맞은 덧글을 본다면 이것을 이해할 수 있을까? ‘드라군 놀이’는 만화 ‘스타크래프트’에서 프로토스족이 위기를 겪을 때 ‘드라군을 출동시켜보면 어떨까’라고 묻는 대목을 네티즌들이 장난삼아 따라하면서 시작됐다. 누군가 ‘드라군을 출동시켜보면 어떨까’라고 쓰면 다음 덧글에 각기 다른 3명의 네티즌이 ‘드’, ‘라’, ‘군’을 연달아 다는 것이다. 만약 드라군 놀이를 이해하지 못한 네티즌이 중간에 끼어들어 ‘지금 뭐하세요?’라는 덧글을 달면 이 놀이는 실패하는 것이다. 조금 엉뚱하고 생뚱맞은 ‘드라군 놀이’는 인터넷 덧글난에 급속히 퍼졌다. 지난해 7월에는 박지성이 입단한 영국 축구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홈페이지에 “I agree but what will happen if the Dragoon into action?(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만약 드라군이 출동하면 어떻게 될까?)”라는 덧글이 달리기까지 했고, 그 아래 ‘D’, ‘RA’, ‘GOON’이라는 덧글이 연속해 달렸다가 삭제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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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유나이트홈페이지에 올라온 드라군 놀이 댓글“I agree but what will happen if the Dragoon into action?(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만약 드라군이 출동하면 어떻게 될까?)”

최근에는 ‘글설리’(글쓴이를 설레게 하는 리플)라는 덧글 놀이가 유행하고 있다. 이는 덧글의 수만 본 게시물 작성자를 설레게 만들 때 다는 덧글이다. 이 덧글에는 특별한 내용은 없고 단지 덧글 수를 늘리기 위해 단 ‘글설리’라는 세 글자만이 있기 때문에 덧글의 수만 보고 기뻐했던 게시물 작성자는 덧글의 내용을 보고 실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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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행하고 있는 ‘글설리'(글쓴이를 설레게 하는 리플) 댓글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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