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고구려사 왜곡 프로젝트’라 치부하는 동북공정. 그러나 동북공정의 논리 안에는 중요한 역사적 논점들이 포함되어 있다. 역사 기술의 범위는 무엇인가, 민족인가, 아니면 영토인가? 조공-책봉은 중국측이 주장하는 대로 ‘주종관계’를 의미하는 것인지? 『서울대저널』에서는 서울대학교 역사교육과 김태웅 교수를 모시고 동북공정과 그에 관한 역사적 화두, 그리고 앞으로의 대응책에 관한 견해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베이징대학 「인사이더」와 협력하여 같은 질문에 대한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시에쯔하이씨의 답변을 덧붙여 이 문제에 대한 중국인의 시각이 우리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서울대 역사교육과 김태웅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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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북공정은 어떠한 계기로 추진하게 된 작업이라 봅니까? 그 목적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중국에서는 동북공정을 시행하기 전에 운남(베트남)공정, 서북공정 등을 먼저 시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한 점에서 동북공정의 목적은 앞의 다른 공정들과 마찬가지로 영토 주권을 공고히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소수민족의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목적도 있을 수 있고, 통일이 되었을 경우 북한에 대한 연고권을 주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도 생각된다. 물론 동북공정을 이렇게 정치적 관점으로 치우쳐 바라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렇다고 동북공정을 자국의 역사를 연구하는 것 정도로 낙관적으로만 생각해서도 안된다. 중국은 예로부터 중화주의가 강했고, 일부에서는 베트남이나 한국을 잃어버린 국토로까지 표현하기도 한다. 또한 동북공정을 통해 그것을 뒷받침하려는 역사적 논리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낙관론 또한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균형 있는 시각이 중요하다.– 동북공정의 목적이 현실 문제와 연관이 있다고 보십니까? 앞에서 밝혔던 대로 정치적인 목적 또한 일부 개입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는 학술과 정치가 ‘같이 가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만 역시 앞에서도 잠깐 밝혔듯이, 정치적인 면만 부각시키는 것은 좋지 않다.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 정치적 대응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것보다는 중국이 그들 나름대로의 실체적 연구를 통해 역사적 논리를 세우고 있다는 점을 주시해야 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의 학문적인 논리를 탄탄하게 굳혀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동북공정 뿐 아니라 하상주단대공정’, ‘중국문명탐원공정’등 대규모의 역사 연구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시키고 있는데, 이것도 동북공정과 연결시켜 생각할 수 있습니까? 다른 공정들과 동북공정을 굳이 떼서 생각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다른 공정들 역시 영토주권 확보 등의 정치적 논리가 일부 개입되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나라에서 다루어야 할 역사를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민족의 역사입니까, 영토의 역사입니까? 민족 외에 역사를 기술할 수 있는 또다른 기준이 ‘국가’인데, 국가는 영속적인 것이 아니다. 역사를 ‘역사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국가 범위를 기준으로 역사를 서술하는 것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소통’이라는 역사주의적 관점에 어긋난다.– 조공-책봉의 관계를 속국이라고 규정할 수 있습니까? 그것은 ‘전근대’의 국제 외교 질서라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 조공-책봉 관계는 일제의 위계 체제로서 백성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했으며, 호혜적 관계의 특징을 갖기도 한다. 여기에 ‘근대’ 제국주의의 잣대를 들이대어 지배와 종속관계라고 일방적으로 규정짓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 그렇다면 고구려와 발해는 한국과 중국 어느 쪽의 역사로 편입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까? 아니면 어느 쪽도 아닙니까? 위의 논의를 종합했을 때 한국의 역사다.– 동북공정과 관련하여 한국과 중국 사이 마찰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학계, 외교 채널 등에서 자신이 할 일을 해 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도 밝혔듯이 동북공정 문제가 정치적 논리로만 해석되고 이해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동북공정의 정치적, 학술적 면을 모두 고려하여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 해야 한다.– 2000년대 들어 중국 교과서에서 한국사 관련 부분이 삭제되었는데, 이것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중국에서 한국의 관계가 비중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대외 관계를 다루며 한국을 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여기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복선이 있을 수가 있는데, 여기에는 동북 공정 문제가 개입되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나라와 중국과의 관계는 수천년동안 이어져왔고, 그 중에는 임진왜란과 청일 전쟁 등등 굵직한 사건과 그로 인해 왕조가 뒤바뀌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이렇게 밀접한 관계에 있는 나라의 역사를 삭제했다는 것은 자국의 역사 이해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이해가 가지 않는다. 베이징대 국제관계학 석사과정 시에쯔하이(謝志海)씨– 동북공정은 어떠한 계기로 추진하게 된 작업이라 봅니까? 그 목적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동북공정의 주요내용은 동북의 변경역사와 현장(現狀)에 대한 학술적 연구를 전개하는 것입니다. 그 목적은 사회과학사업의 발전을 추진시키고 동북지방의 변경지방의 안정을 보호하며 더 나아가 동북변경지방의 발전을 촉진시키는 데 있습니다.– 동북공정의 목적이 현실 문제와 연관이 있다고 보십니까? 관계가 있다고 봅니다. 모두 중화문명의 역사적 근원을 찾는 것이고, 이 같은 역사와 문화의 학술연구를 통해 중화문명의 전승을 가능케 하고 중화민족의 친밀감과 응집력을 높일 수 있는 것입니다.– 나라에서 다루어야 할 역사를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민족의 역사입니까, 영토의 역사입니까?민족의 역사라고 봅니다.– 조공-책봉의 관계를 속국이라고 규정할 수 있습니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조공은 일종의 정부의 허가 하에 있는 무역행위입니다. 고대 중국은 주변 조공국들에게 영토에 대한 어떤 요구도 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쌍방관계에 있어 속국의 관계는 없었습니다. 다만 안전보장과 무역, 문화교류의 루트를 제공하며 책봉을 통해 조공 국에게 통치 합법성을 제공하게 하는 것입니다. – 동북공정과 관련하여 한국과 중국 사이 마찰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당연히 한국이 자신의 관점을 바꿔야 합니다. 왜냐하면 중국은 고대부터 소위’ 대중화’라는 관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영토상의 야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당연히 한국의 반응에 대해 중국에선 필요 없는 오해를 일으키지 않게 ‘동북공정’의 대대적인 해석과 선전의 강화가 필요합니다.– 2000년대 들어 중국 교과서에서 한국사 관련 부분이 삭제되었는데, 이것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공부하는 역사교과서엔 한국역사의 내용이 아직 있습니다(90년대 말에 고등학교 과정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