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변화를 이끌어 낼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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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청시 교수. “이번 선거는 지방 자치의 정착기에 들어가는 계기가 될 것” |
지방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지방선거는 건국 초기인 1952년에서 1960년까지 실시됐으나 5·16사태로 중단됐고 1990년에 부활했다. 1995년부터 전국동시지방선거로 치러져 올해 4번째인 지방선거에서는 시·도지사, 시·도의회의원, 자치구·시·군의 장, 자치구·시·군의원 등을 선출하게 된다. 안청시(정치학) 교수는 “아직까지 분권이나 지방자치 수준이 미비한 상태”라며 “지난 15년은 지방자치 부활기였고 이번 선거는 정착기에 들어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공보담당 최관용 씨는 지방선거로 인해 “지역주민들이 실생활과 밀접한 정책 결정에 참여할 수 있고 행정서비스도 투명해졌다”고 말했다. 정치컨설팅MIN 박성민 대표는 “지도자가 바뀌면 세상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지방선거가 보여준다”며 “시·구청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일하고 친절해진 것이 대표적”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초기에는 지역 유지들이 주로 당선됐지만 현재는 여성 후보, 대학원 졸업자, 박사학위 소지자, 심지어는 유학파까지 후보로 나서고 있다”며 후보자들의 변화를 소개했다.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풀뿌리 민주주의에 역행? 이번 선거에서는 2005년 공직선거법(지방선거법)이 개정되어 제도적인 변화가 있다. 주요 변화는 ▲기초의원 정당 공천제도 ▲기초의원 중선거구제 도입 ▲지방의원 유급직 전환 ▲예비 후보자제도를 꼽을 수 있다. 정당 공천제도가 기초의원에게도 적용되어 공천을 통해 자질을 갖춘 후보를 선별할 수 있게 됐고, 정당의 책임성과 정책이 투영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는 풀뿌리 민주주의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생활정치 영역인 기초의원의 선출에 정당의 입김과 이해관계가 작용할 가능성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건강한 도림천을 만드는 주민모임’ 대표 유정희 관악구의원(무소속)은 “구의원들까지 정당에 의해 공천될 경우, 정당 정책 대변이나 정당에 대한 기여도가 우선시돼 지역주민들의 의견 반영이 줄어들 수 있다”며 “생활·지역 정치까지 양당 중심의 중앙정치에 예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역에서 환경운동이나 봉사활동 등 지역사회활동을 한 사람보다는 지역 국회의원의 이해관계나 선호에 맞는 인물이 당선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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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정희 의원은 기초의원 정당공천제로 인해 생활·지역 정치 영역이 중앙정치에 예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또한 각 정당이 처음으로 후보 공천 권한을 시·도당으로 내려보내 후보 공천 과정에 큰 변화가 생겼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선호나 이해관계에 의해 후보자가 결정되는, 이른바 ‘자기사람 심기’도 일어나고 있다. 심지어는 공천불복이 일어나거나 공천헌금이 오가기도 한다. 한나라당 송파구의 경우, ‘여성을 전략공천 한다’는 중앙당 방침에 따라 여성 당직자의 공천이 확정되면서 한바탕 몸살을 겪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지역 국회의원은 공천 탈락자에게 멱살을 잡히기도 했다. 강남지역에서는 같은 당 고위공직자인 현역 의원의 딸 ㅇ아무개 씨가 시의원으로 공천 받아 눈총을 사고 있다. 중선거구제 전환 긍정적, 주민 소환제는 아쉬워이전까지 한 선거구에서 1인을 선출하던 소선거구제가 선거구마다 2-4인까지 선출되는 중선거구제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지역주의가 희석되어 영·호남의 특정 정당 싹쓸이 현상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거대 정당이 아닌 민노당과 같은 중소정당에게는 진입장벽이 보다 낮아졌다. 의원 정수도 20% 가량 감축됐고 10%는 비례대표로 뽑게 되었으며, 비례대표의 50%이상을 여성이 차지하는 조항이 추가됐다. 이밖에 지방의원이 유급직으로 변화해 월정수당으로 광역 단체의원은 연 6-8천 여 만원, 기초단체의원은 5-6천 여 만원을 받게 된다. 그러나 지방자치 개혁 법안 가운데 95년 1기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때부터 그 필요성이 제기되어 온 ‘주민 소환제’가 최근 양당의 말 바꾸기로 인해 실현되지 못한 점은 아쉽다. 이 제도는 위법하거나 부당한 행위를 한 지자체장이나 의원을 임기 중 주민들이 직접 평가하려는 취지로 요구돼 왔다. 특히 지방선거시민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줄기차게 요구해 왔으나 양당은 이에 반대하거나 판단을 유보하는 입장이다. 특히 7월 지방자치정부의 출범 이후에는 지자체의 반발로 인해 도입이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유권자 중심으로 선거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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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민 대표. “대학생들이 정치를 선거로만 축소하지 말고 상상력을 동원해서 즐겼으면 좋겠다.” |
지방선거는 대선을 앞두고 치러져 대선의 전초전 성격을 지닌다. 한나라당 측에서는 이번 선거를 임기 후반 정권에 대한 중간 평가로 규정한다. 열린우리당은 ‘지방권력 심판론’을 들어서 “지방의회는 한나라당이 다수를 차지해온지 오래이므로 지방권력을 평가하는 의미에서 이번 선거를 보자”고 주장한다. 박 대표는 “영남에서 한나라당이 우세하듯 호남에서는 열린우리당(혹은 민주당)이 우세했다”며 “사실 자체가 틀린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민주노동당은 기반인 울산·경남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골고루 득표를 하는 정당”이 되는 것이 목표다. 민주당은 호남을 기반으로 재도약을 준비중이며 서울 시장 후보로 박주선 전 의원을 내세워 캐스팅 보트 역할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 시사종합정치뉴스의 선거전망 기사에서 코리아리서치 김덕영 대표는, 이러한 전략보다도 지방자치 본래의 의미로 돌아가 지방자치는 지방자치 그 자체로 볼 것을 주문한다. “유권자 입장에서 접근해야 한다. 각 선거마다 그 의미를 둬야지 정권 중간평가 등 정권과 관련해 접근하면 선거의 의미가 퇴색할 수 있다.” 굵직한 이슈들이 판도를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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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대의 투표율이 가장 낮으며 여타 선거보다 지방선거에서 더 낮아진다. |
같은 기사에서 김헌태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은 “한나라당 내부 공천잡음, 과열경선이나 이명박 시장 악재, 최연희 성추행 등이 전반적으로 한나라당에 좋지 않은 흐름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은 전반적 열세를 ‘강금실 효과’로 뒤집으려하고 있다. 서울이 전국 선거의 핵심이라는 측면에서 전국적인 선거판도에 미치는 영향력을 감안한 것이다. 박 대표는 “강금실 효과는 거품일 가능성이 크다”며 “지지층에서 2·30대의 비율이 너무 높고 4·50대 비율이 너무 낮은 것은 강점이자 약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적극적 투표의사를 가진 비율은 4·50대에서 높아지고 2·30대에서는 낮아져 한나라당 후보와의 격차가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광역 단체장이 아닌 기초의원 선거에서는 굵직한 이슈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의견도 있다. 현대리서치 윤치호 지방선거팀장은 “광역단체장 정도는 정치적 성격이 배제될 수 없는 게 현실이지만 구청장이나 기초의원의 경우 말 그대로 생활정치이기에 쟁점이 다르다”고 말했다. 또한 “광역단체장과 3가지 선거를 같이 치르기에 유권자 관심도, 쟁점도 다르고 같은 날에 치르기에 다양한 패턴이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투표와 정치를 즐기라니? 그러나 젊은층이나 학생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지방선거에 대한 주변 반응을 묻는 물음에 박종하(법대 04) 씨는 “지방선거, 부재자 투표 등에 대해서 나온 이야기가 없다”며 “잘은 모르지만 서울시장은 강금실 후보와 누군가의 대결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안 교수는 “투표자의 2·30대가 총 유효투표자의 60%가 넘는데 지방자치가 정착된다면 혜택이나 손해를 가장 많이 보게 될 사람은 바로 젊은층”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주식회사 장성군’이라는 책으로 유명해진 장성군의 사례를 들면서 “사람이 바뀌는 데에서 세상이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방자치로 실생활에서 큰 변화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정치인들도 대중의 힘을 알고 있는 사회다. 대학생들이 정치를 선거로만 축소하지 말고 상상력을 동원해서 즐겼으면 좋겠고, 선거가 있을 때는 온라인을 이용해서 강하게 요구를 하는 등 전략적인 모습도 필요하다.” 한편 유 의원은 부재자 투표를 적극적으로 권유했다. 관악구 선관위는 “학생회와 검토하여 지난 총선 때처럼 부재자 투표소를 세우기 위해 검토 중”이라며 “부재자 투표소는 2천 명 이상이 부재자 신고를 하면 학교에 세워지고 5/12-5/16일 사이 근처 동사무소에 신고하면 가능하다.”고 밝혔다. 부재자 투표는 5/25-26로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