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만큼 진한 열정

‘공포와 희열의 짜릿함을 맛보고 싶어.그들 앞에서 말야.… 칼날처럼 예리한 말들, 횃불처럼 타오르는 말들, 가슴을 꽉 채울 수 있는 말들을 그들에게 내뱉고 싶어.아낌없이, 전율스러우리만치…’ 첫 공연이…1947년도죠 photo1관악 어느 동아리에도 뒤지지 않는 긴 역사를 자랑하는 총연극회(이하 총연).

‘공포와 희열의 짜릿함을 맛보고 싶어. 그들 앞에서 말야. … 칼날처럼 예리한 말들, 횃불처럼 타오르는 말들, 가슴을 꽉 채울 수 있는 말들을 그들에게 내뱉고 싶어. 아낌없이, 전율스러우리만치…’ 첫 공연이… 1947년도죠 photo1관악 어느 동아리에도 뒤지지 않는 긴 역사를 자랑하는 총연극회(이하 총연). 역사가 어떻게 되냐는 기자의 질문에 지난 9월 워크샵공연 기획을 맡았던 김진영씨(지리교육 03)는 팜플렛 맨 뒷장에 있는 빽빽한 공연연보를 보여준다. 첫 정기공연은 체홉의 ‘악로’를 연출한 것으로 1947년도에 무대 위에 올려졌다. 당해년도 사범대 연극회와 국립극장이 창립, 그 후1986년 총연극회로 통합된 서울대 연극회의 굵은 역사가, 2004년 ‘총연’이라는 이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연보에 역대 연출자 목록을 보니 김지하, 임진택 등 눈에 익은 이름들이 보인다. “총연 활동 후에 자기 과와 상관없이 예술계쪽으로 진출한 선배들도 많아요”고 말하는 김진영씨 눈에 자부심이 넘친다. 졸업한 선배들과는 온라인상에서는 물론이고, 공연 준비할 때도 뒷풀이 자리 등에서 느낌과 조언을 나눈다고 한다. “저희가 이렇게 역사를 이어올 수 있었던 건 ‘연극’ 자체의 속성때문일거에요. 대학문화의 표현 욕구를 담아내는 ‘연극’의 속성…” 실제 시대에따라 사회의 모습도 달랐기 때문에 공연에 올려지는 작품들도 많은 변화를 거쳤지만, 변하지 않은 중요한 것이 있다. 연극에 대한 열정과 연극을 통한 표현 욕구가 바로 그것이다. 연극을 통해 싸움을 걸려는 시도당시 사회분위기가 대학사회에 반영되고, 총연의 이름으로 무대에 올려지는 작품 또한 그에 영향을 받았다. “예전에는 작품 성격이 정치적 내용인 것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고전, 한국작품 등 순수예술 내용이 많이 올라가요” 김진영씨는 ‘우리 사상을 우리 미학으로’라는 총연의 모토를 알려주며 얘기한다. 총연은 작품을 고를 때 공청회를 열어 ‘이 작품으로 관악에서 뭘 얘기하고 싶고 뭘 표현하고 싶은지’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갖는다. “어떤 사람은 자기 자신의 만족을 위해 연극하는 사람이 있어요. 또 어떤 사람은 연극을 통해 작품에 부여한 생각을 표현하고 알리는데에 의미를 두죠” 다양한 과에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만큼 연극에 대한 의미부여도 다양했다. 옆에서 인터뷰를 듣고 있던 김정현씨(심리학과 01)는 이렇게 말한다. “관악에서 연극을 한다는 것도 있지만, 본다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대학로에서 연극을 보면 스킬면에서 참 뛰어나지만, 과연 무슨 얘기를 우리에게 절실히 하려 했는지를 잘 모를 때가 있거든요” 관악에서 이뤄지는 총연의 연극은 ‘사람들이 당연히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연극을 통해 싸움을 걸려는 시도’를 한다는 소리였다. 연극이라는 소통로를 통해 보여주는 사람과 보는 사람을 잇는 끈을 놓지 않으려는 그들의 애정이었다. “얼마나 그 의도를 드러냈는지, 또 표현됐는지는 공연을 본 관객의 몫이겠죠”라며 웃는 김진영씨의 얼굴엔 총연의 열정이 잘 묻어나있다. 50번째 관객과 함께 울고 웃고photo2지난 9월 초 두레문예관에서 총연의 여름 워크샵 공연인 ‘청춘예찬’이 무대에 올랐다. 총연은 이번 연극을 통해 꾸질하고 암울한 마이너의 삶에서도 인간적인 애정과 희망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또 ‘청춘예찬’은 기승전결의 짜여진 줄거리가 없고 캐릭터 분배가 한쪽에 치우쳐있지 않았기 때문에 신입배우들의 교육공연 성격에 잘 맞았다고 한다. 그렇다고 신입생들만 무대에 오른 것은 아니다. 오랜만에 무대에 섰다는 김승주씨(전기공학부 99)는 아버지 역할의 멋진 연기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원래 연극을 꾸릴때 유기적으로 진행돼요. 학번에 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고. 때론 마음 맞는 사람끼리 모여서 소공연도 꾸리기도 하는데요” 학번과 관계없이 연극에 대한 열정만 맞으면 언제든지 그걸 풀어나갈 준비가 돼있는 모습이었다. 이번 학기에도 신입생들이 들어온다면 바로 모노로그를 진행할 계획이라는 총연은 신입생들에 대한 홍보도 잊지 않았다. “저희는 행사가 있으면 누구나 참여하는걸 권장합니다. 언제나 모집기간이기 때문에 관심있는 분들에게 항상 열려있어요.” 오는 겨울에 준비하여 내년 3월에 올릴 정기공연은 50회를 맞는다. 50번을 울고 웃고, 울게 하고 웃게 한 무대 위의 총연의 열정, 기대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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