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심(俵心)은 어디로?
“아저씨, 이번 선거에 어디 찍으실 거에요?” “별로 관심 없는데요.” 필자가 구로을 보궐선거 지역에서 택시를 탔을 때, 지역 민심에 가장 민감한 택시기사분과 나눈 대화이다. “별 다른 점이 있나? 거기 찍는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기사를 준비하며 필자가 민주노동당과 사회당 사이트를 검색하는 것을 보면서, 평소에 친분이 있던 PC방 아르바이트하는 형이 던진 질문이다. 위의 대화에서 보여지듯이 이번 선거는 무관심 속에서 치러졌으며, 거기에 더해 유권자들의 정치권에 대한 염세적 불신까지 퍼져있는 상황이었다. 더욱이 구로을의 경우에는 금권 선거에 의한 부정선거로 최근 2년 반 동안 3번째의 지역선거였다. 이러한 상황은 결국 선거에서 투표율(표1)로 나타났다. 한나라당 그리고 새천년민주당(이하 민주당) 이들에게 정책이란 있는가?2당에게 있어서 이번 선거는 상당히 중요했다. 한나라당에게는 대선을 앞둔 평가라는 점에서, 그리고 여당인 민주당을 압박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또한 민주당으로서는 여당으로써 김대중 정부의 정권 말기에 정권을 평가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두 당은 각자의 중앙당 차원의 사활을 걸다시피 한 경쟁을 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에는 언론에서 얘기되는 것 같이 온갖 부정이 난무하고 서로에 대한 비방만이 오가는 선거를 만들어 갔다. “구체적인 증거는 없죠, 어느 선본 사무실에 관광차가 몇 대씩 서있거나 사무실에 나오는 사람이 그릇 세트 들고 다니면 짐작할 뿐이죠.” 라고 얘기한 김동균(기계95 구로을에서 상근(常勤))학우의 말은 그 당들이 선거를 어떻게 치르고 있는지 알 수 있게 한다. 요전에 이슈가 되었던 ‘이용호 게이트’사건을 가지고 이슈선거를 치른 한나라당, 그저 학교 하나 혹은 다리 하나 지어준다는 어설픈 지역발전론을 드는 민주당. 두 당은 별 설득력 없는 정책(?)으로 대충 앞을 꾸미고는 표를 돈으로 사고자 하는 것뿐인 것이다. 민주노동당 그리고 사회당, 이들의 정책은 무엇인가?민주노동당 구로을에서 출마한 정종권후보는 아파트를 돌아다니면서 한 선전전에서, 교육정책과 정리해고에 관한 생각을 얘기하면서 “이러한 문제들은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아닙니다. 보수정당이 해결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저 정종권은 할 수 있습니다”라고 얘기했다. 테러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이 벌이고 있는 전쟁에 대해서,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5억 달러의 지원을 1차로 한다고 한다. 이후에 10억 달까지 추가로 지원할 수 있다고 한다. 한화로 6500억원에서 2조에 달하는 돈을 남의 전쟁에 쏟아 붇겠다는 얘기이다. 그에 반해 한해 대학에 지원되는 돈은 얼마인가. IMF이후 계속 감소한 결과 교육재정 중 대학에 지원되는 금액은 1년에 1조 4000억원 정도이다. 이번 전쟁지원이 없고, 그 재정이 대학으로 지원될 경우 그 지원액이 최대 2배 이상이 될 여유가 있다는 것이다. 항상 재정문제를 핑계로 되는 정부, 보수정당은 결국 교육문제를 해결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는 것이다. 전쟁반대를 선거기간 내내 얘기한 두 진보정당과 기존 보수정당은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 자체가 다른 것이다. 사회당 동대문을에 출마한 김숙이 후보는 “한 달 기저귀 값만 15만원 이상 드는데 육아휴직 급여가 고작 10만원이라니, 이 얼마나 여성의 현실을 외면하는 처사냐?”라고 10월 14일 합동유세에서 얘기했다. 기존의 육아휴직 급여에 대한 정책은 ‘예산이 얼마 있으니 혹은 안주면 반발이 예상되니 10만원이라도 주자’라고 밖에 해석할 수 없는 기존 보수정당의 정책이었다. 하지만 한 달에 들어가는 비용을 아주 단적으로 비교한 사회당 김숙이 후보의 유세 발언이 훨씬 설득력이 있게 들린다. 그래서인지 바로 다음날 정부와 민주당이 합의해서 육아휴직 급여를 20만원으로 100%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진정한 한표는?이제까지 보아온 보수정당들의 선거의 모습들을 떠올려 본다. 트럭이 큼직한 선전물을 붙이고 확성기로 최대한 후보를 어필하면서 지나다닌다. 후보이름이 적힌 어깨띠를 맨 아주머니들이 거리를 배회한다. TV에서 보이는 유세장에는 동원(?)되어온 아주머니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이러한 모습들에 더해서 이제는 더 이상 금권선거, 공권력 선거라는 말들이 선거에서 빠질 수 없는 말들처럼 받아들여진다. “법적으로는 유급선거운동원(어깨띠를 메고 신분증을 달 수 있는 선거운동원)은 30명입니다. 일당은 3만원으로 정해져 있고요. 들리는 얘기로는 5~6만원 받는다고 하기도 하구요. 더욱이 선거 후반으로 가면, 어깨띠를 맨 아주머니 2명에 한 10명 정도가 더 붙어서 다니기도 하더군요.”라고 대답해준 김동균 학우의 말에 기자가 웃음밖에 안나온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당원들이 선거운동에 참여하는 진보정당의 선거방식은 그렇지 않았다. 선거기간동안 선전을 진행하는 구성원은 학생이든 사회인이든 모두 당원이었다. 기본적으로 선거기간동안 유급선거운동원을 쓸 자금도 없으려니와, 자신의 당 운동을 하면서 돈을 받을 당원도 없는 것이다. 당에 대한 기본적 생각이 없는 유급선거운동원이 거리에서 유권자를 만나서 하는 얘기와, 당을 구성하고 당의 미래를 생각하는 당원들이 유권자를 만나면서 하는 얘기는 분명히 다르다. 당의 정책에 대한 이해를 통해 유권자를 만나면서 얻어지는 한 표마다 우리가 생각하는 민주주의의 한 표가 아닐까? 그러나 즐거운…진보정당으로서 이번 선거는 몹시 힘겨운 싸움이었다. 언론의 무관심, 선거자금의 부족, 국내·외의 사정과 보궐선거라는 지엽적 공간으로 인한 정책 쟁점화의 어려움으로 인해 인지도가 낮은 진보정당이 유권자에게 자신을 어필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러나 선거기간 민주노동당 구로을 선거구에서 전화홍보팀으로 상근(常勤)했던 황미정(생물교육98)은 인터뷰 내내 싱글벙글이었다. 생업에 바쁘지만 각 지방에서 자발적으로 올라와 선거를 함께 만들어 가고자 하는 당원들, 전화홍보시 가져주는 유권자의 관심, 선거를 통해서 만들어지는 당 지지자들 등은 선거의 경험도, 지역기반도 부족한 선거 운동원에게는 큰 힘이 되었다고 한다. 비록 선거에서 당선이라는 결과를 만들어 내지는 못했지만, 당운동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학내운동도 더 잘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자신감 역시 생겼다고 한다. 이러한 분위기는 사회당 역시 마찬가지이다. 마치며항상 진보정당이 선거에 실패한 이후에는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다. 다음에 더 큰 성과를 이루자’고 얘기한다. 이번 선거에서도 평가는 이와 비슷한 것 같다. 1999년 청년진보당이라는 이름으로 하나의 진보정당이 나왔을 때보다는 이번 선거에서 더 많은 지지표가 나왔다. 또한 위에서 조금씩 언급한 것처럼 일정부분 성과도 이루었다. 여기서 할 수 있는 말은 “성과가 계속해서 눈덩이처럼 불어나야 한다. 결과를 보여줄 수 있을 때까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