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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청역 역무실 앞 천막에서 장애인활동가들이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의 개선을 촉구하는 농성을 하고 있다. |
8월 28일은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의 자부담 부과에 항의하기 위해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3개 단체가 시청역 역무실 앞 천막에서 농성을 벌인 지 17일 째 되는 날이다. 장애인 활동가 황인현 씨는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서명 좀 해 달라”고 외쳤다. 황 씨는 “장애인활동지원제도 고시안에 따르면 더 많은 자부담을 내야한다”며 “농성 과정이 힘들지만 제도 개선을 위해 힘내고 있다”고 밝혔다. 법 제정 당시부터 장애계의 반발을 불러왔던 장애인활동지원제도는 현재 어떻게 추진되고 있을까? 지적됐던 독소조항들이 거의 그대로 반영된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장애인활동지원제도는 중증 장애인의 자립생활과 사회참여를 지원하고 가족들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기존에는 시간 단위로 지급되던 서비스가 금액으로 계산하는 급여 방식으로 전환된다. 법이 제정된 뒤, 그 구체적 시행을 위한 고시안이 발표됐고 8월 27일 현재까지 보건복지부 측과 장애계 간 합의점을 조율하고 있다. 법 제정 당시 ▲1급 장애인으로 대상 제한 ▲본인부담금의 인상 ▲서비스 상한시간 제한 등이 쟁점이 됐다. 전국장애인철폐연대(전장연) 남병준 정책실장은 “지적됐던 독소조항들이 거의 그대로 반영됐다”며 복지부의 조치를 개탄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새로운 제도가 본래의 취지에 맞게 장애인들의 편의를 증진시켜 줄 것이라 홍보했다. 복지부 측은 “새로운 제도를 통해 지급대상이 3만 명에서 5만 명으로 늘어난다”며 서비스의 절대량이 증가하는 동시에 방문목욕, 방문간호 항목의 추가를 근거로 서비스의 질 역시 향상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장애계는 제도가 적용된 이후에 다수의 장애인이 축소된 서비스를 받게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그럼에도 복지부는 모든 장애인의 서비스량이 늘어나는 것으로 현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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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남병준 정책실장은 장애인활동지원법 고시안에 대해 “복지부는 서비스양이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대다수 장애인들의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
장애인 부담을 줄이려는 제도, 오히려 부담을 가중해
최근 발표된 장애인활동지원법 고시안의 주된 내용은 무엇일까? 장애계는 ▲심야·휴일 가산의 장애인 부담 ▲본인부담금의 확대 ▲엄격해진 등급 판정 인정조사표 기준으로 인한 대상 축소 등을 문제삼고 있다. 고시안에 따르면 활동보조의 급여비용은 8,000원에서 8,300원으로 인상됐다. 급여비용을 산정하는 기준에 가산 항목이 추가된 점도 눈에 띈다. 제도 시행 이후 22시 이후 6시 이전의 심야나 휴일에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시간당 1,000원이 가산된다. 서비스 이용 시간 역시 1일 4시간으로 제한된다. 그 밖에도 2시간 이하의 급여에 대해 부과하는 단시간급여 가산, 사회활동지원 가산 등이 있다. 이 항목들은 장애인의 사회활동을 제한할 우려가 있고, 불필요한 항목으로 지적돼 제외될 전망이다. 장애계가 반발하는 것은 단순히 장애인 바우처에서 활동보조인에게 지급되는 급여비용이 인상되고 가산항목이 신설됐기 때문은 아니다. 오히려 장애계는 활동보조인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급여비용의 인상과 가산을 지지해왔다. 이를 통해 장애인은 더 질높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심야·휴일 가산이 적용되지 않아서 서비스가 필요한 경우에도 활동보조인을 부르지 못하는 폐해도 있었다. 문제는 활동보조인의 급여비용 가산을 장애인의 부담으로 돌린 것에 있다. 가산된 부분을 이용자 본인의 바우처에서 지급하도록 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야간·공휴일에 활동보조를 많이 이용하는 경우, 급여에서 제하는 돈이 많아지므로 실질 활동보조시간은 대폭 줄어들게 된다. 전국장애인총연맹(장총) 정책연구실 은종군 팀장은 “이를 반영해 활동지원급여량을 더 증가해야한다”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한정된 예산 상의 문제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8월 24일, 복지부와 장애계 대표들로 구성된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실행위원회 간 회의에서 활동지원급여량을 늘리는 방향을 검토해 볼 것으로 합의돼 기대를 모으고 있다. 본인부담금 역시 증가될 가능성이 있다. 본인부담금 산정방식은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전환된다. 기본급여는 소득수준에 따라 6~15%, 추가급여는 2~5% 부과된다. 최대로 서비스를 이용한다면, 그 이용자는 월 최대 127,200원을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은종군 팀장은 “수입이 없는 장애인이라도 상당한 자부담을 져야 한다”며 자부담이 급증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서비스 대상이 1등급 장애인으로 제한되는 것 역시 그대로 적용됐다. 게다가 기존 1급 장애인 역시 활동보조 서비스 등급심사를 받아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등급 재심사는 별도의 인정조사표로 이뤄지는데 이 과정에서 다시 상당수의 1급 장애인들이 제외된다. 은 팀장은 일부 인정조사표의 기준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보다 엄격한 심사로 대상자를 줄이려는 것 아니냐”고 우려를 표했다. 전장연 남병준 실장 역시 “명백히 많은 장애인들의 서비스가 축소되는데 오히려 모든 장애인들의 처우가 개선된다고 홍보하는 것은 현실을 호도하는 것”이라 개탄했다. 남 실장은 복지부가 근거로 드는 추가급여 역시 실질 수혜대상자가 16% 정도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평등의 길 앞에 아직도 남은 문제들 남병준 정책실장은 “아직도 갈 길은 멀다”고 말한다. 복지부는 활동지원급여의 급여방식을 시간 개념으로 바꾸는 것과 활동지원 수가를 인상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장애계와 합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남 실장은 “일본과 한국에서만 실시되는 장애등급제와 이용자 본인의 필요에 따른 제도 개선은 근본적 문제지만 분명 개선될 사항”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또한 “서비스가 일대일로 이뤄지는 대인서비스인 만큼 인권 침해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며 앞으로도 개선돼야 할 부분이 많음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