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대란, 스펙 전쟁, 최악의 취업난, 88만원 세대… 연일 뉴스에 등장하는 20대들을 표현하는 단어들은 언제나 암울하고 자극적이다. 하지만 정작 20대 당사자들의 목소리는 어느 곳에도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우울함과 무기력함으로 대변되는 자화상을 뒤로 한 채 소수의 젊은이들이 모여 희망을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여러 번의 시행착오와 실험을 거쳐 희망청을 설립해냈다. 희망청의 20대들은 ‘독립미디어워크숍’에서 자신들의 고민이 담긴 영상을 공유한다. 그들은 스스로를 반성하며, ‘희망코디네이터’와 ‘희망공작단’을 통해 마음속에 방치된 꿈을 끄집어낸다. 희망청은 ‘20대의 건강한 사회적 데뷔’라는 목적 아래 열정적인 젊은이들이 서로 희망을 이야기하고 가꿔나가고 있다.20대들이 하는 20대들의 이야기 2006년 ‘청년백수연대’는 당사자들이 직접 실업문제를 해결해보자는 목적을 갖고 희망청의 이름으로 첫 발걸음을 내딛었다. 사회에서 규정하고 낙인찍힌 무기력함에서 벗어나 20대들 스스로 나서 뭔가 해보자는 취지에서였다. ‘함께 일하는 재단’은 청년실업지원사업의 일환으로 건물 2층을 희망청의 사무실로 제공하며 이들의 활동을 지원했다. 2008년부터는 폐품을 이용해 만든 악기로 공연을 하는 사회적 기업인 ‘노리단’에 의해 위탁운영됐다. 2011년 함께일하는재단에서 희망청을 직접 운영하게 됐지만, 기본적인 틀이나 성격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희망청은 프로그램이나 활동을 직접 기획하진 않는다. 기발하고 의미 있지만 가슴 한구석에 방치해두었던 20대들의 ‘프로젝트’에 공간, 네트워크, 프로젝트비용 등 약간의 지원을 더해주며 건전하고 대안적인 사회참여를 독려한다. 어느 정도 정해진 활동과 틀을 짜놓고 20대들을 모집하고 활동하는 일반적인 청년단체나 사회적 기업들과는 달리, 희망청은 청년활동이라는 최소한의 경계만 유지한 채 20대들에게 모든 것을 위임하는 방식으로 활동을 진행한다. 희망청 프로젝트에 참가중인 홍선미 씨는 “희망청은 여느 단체에서의 규격이나 제약 없이 편안하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 된다”며 “다른 단체들처럼 지원 조건이 까다롭거나 지원 장벽이 높지 않은 것도 다양하고 기발한 프로젝트가 기획될 수 있는 기반”이라고 말했다. 다른 방식으로 희망을 이야기하다 희망청은 신문이나 방송에서 통계자료나 한두 문장 정도로 규정되는 무기력하고 암울한 20대의 모습에 의문을 던진다. 희망청 역시 스펙에 열중하거나 이슈에 대해 침묵하는 청년들의 모습이 사회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다는 점은 일정 부분 인정한다. 하지만 사회적 이슈에 대해 정면으로 목소리를 내는 기존의 청년단체와는 접근 방식이 다르다. 그들은 스스로가 꿈꿔왔던 소소한 것들을 실제로 추진해보고 성공과 실패를 통해 사회나 공공의 문제들을 인식해간다. ‘꼼지락 프로젝트’는 이처럼 개인의 역량만으로는 실현이 어려운 여러 가지 문화 기획이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청년들이 모여 방법을 찾고 서로를 피드백한다. 희망청의 배사은 매니저는 “특정한 방향성이 없고 주제, 형식 또한 정해져있지 않아 기발하고 재밌는 기획안이 많이 제출된다”며 “실행 가능성과 활동 목적, 단체들과의 연계성 등을 고려해 결정된 프로젝트는 팀원들에 의해 자체 운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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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청의 청년들은 모임을 통해 서로의 프로젝트를 피드백하고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돕는다. |
과거 사회적 기업 ‘노리단’과 연계해 기획하고 운영했던 ‘마포는대학’ 역시 큰 화제를 낳았다. 마포는대학은 마포구 일대를 기반으로 한 지역 커뮤니티 대학으로 일반적인 강연회와는 큰 차이점이 있다. 여기에 참가한 20대들은 강의실이 아닌 길거리에서, 유명인사가 아닌 동네 복덕방 할아버지, 출판사 사장, 반찬가게 아주머니에게 인생철학과 삶의 지혜를 배웠다. 마포는대학에 참가했던 김인기 씨는 “젊은이들이 둘러 모여 막걸리를 마시면서 복덕방 할아버지의 말씀을 경청하며 수업을 듣는 것은 정말 뜻깊은 경험이었다”며 “강연이나 대학 수업에서 결코 얻을 수 없는 ‘인생사는 법’을 배웠다”고 당시를 소회했다. 현재 마포는대학 프로그램은 노리단에 의해 직접 기획·운영되고 있다. 희망청은 20대들에게 대안 영역으로의 길을 소개하기도 한다. NGO나 비영리단체, 사회적기업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인턴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또한 다른 네트워킹 조직과 연계해 ‘대안사회안전망’을 구성함으로써 대안 영역에서 일하면서 부딪히는 현실적 문제들에 대한 해결방법을 모색한다. 배사은 씨는 “이러한 곳에서 일하고자 하는 청년들의 가장 큰 고민은 역시 경제적 문제”라며 “헌신과 희생의 이미지에서 탈피하고 구체적인 사회안전망을 구성해 20대들의 대안 영역 진출을 돕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다양하고 창의적인 희망 프로젝트 애초에 청년 실업자 지원단체로 출발했던만큼 초기 희망청은 ‘88 무브먼트’라는 사업으로 20대 당사자들이 모여 이슈를 제기하고, 사회적 기업가 양성 등을 생각하는 대안 제시를 최우선과제로 설정했다. 반면 현재의 희망청은 청년문제와 희망이라는 커다란 경계 속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개개인의 취향과 관심사에서 나오는 프로젝트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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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 작가들의 게릴라 전시’를 주제로 하는 꼼지락 프로젝트 1기의 <작업하고 있습니다>의 모습. |
현재 희망청은 꼼지락 프로젝트 2기를 모집해 또다른 활동을 기획하고 있다. 21대 1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8개의 프로젝트가 최종 선출되었다. 프로젝트는 4대강 공사로 인해 투쟁지가 된 팔당 두물머리 지역에서 유기농 농산물을 구입해 자취생 도시락 모임을 하고, 유기농 농산물과 먹거리 정치학, 채식 문제를 토론하는 활동이다. 이를 기획한 홍미선 씨는 “학생 신분으로 혼자 생활하면서 가격 때문에 선뜻 유기농 농산물을 고르지 못했던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해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희망청은 이처럼 발상단계에 있는 프로젝트 뿐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실현을 돕기도 한다. 길거리에 버려진 전단지들을 처리하기 위해 상인연합회와 연계해 거리를 깨끗이 하고 상권을 부흥시키자는 목적을 갖고 있는 ‘지구인’ 팀의 는 이미 부산 서면 지역에서 진행 중이다. 지구인 팀의 엄 창환 씨는 “단순한 발상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는 이미 기획과 홍보 단계를 거친 상태다”며 “구체적인 실행 단계에 이르기 전에 약간의 지원과 상호 피드백을 통한 도움을 받고자 희망청의 문을 두드렸다”고 밝혔다. 희망청이 희망하는 희망청의 모습, 20대들의 비빌 언덕 배사은 씨는 “희망청을 운영하면서 청년들이 툭 터놓고 고민을 이야기하거나 행동하지 않고 서로 눈치를 보며 조심스러워 하는 모습을 많이 접한다”며 실패를 두려워하고, 꿈을 펼치기보단 중도를 지키는 것이 미덕이 된 20대의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희망청 안에서도 활동을 기획했다 포기하거나 계획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경우는 빈번하게 일어난다. 기획 단계에서 충분한 준비를 하지 못해 흐지부지되기도 하고, 참여를 신청했다가 막상 프로젝트가 시행되는 날에 개인 사정 등을 이유로 구성원들이 빠져나가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주위 20대들의 냉소에 상처받기도 한다. 배 씨는 “실제로 작년 프로젝트를 하면서 한 설문참가자가 ‘어차피 이러한 활동은 의미없는 일이 아니냐’고 말했던 일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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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청의 매니저 배사은 씨는 “희망청은 희망을 꿈꾸어가고 있는 20대들의 비빌 언덕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
하지만 희망청은 언제나 희망을 놓지 않는다. 압박받는 현실 속에서도 20대들이 마음껏 자신들이 꿈꿔왔던 것을 펼쳐나가고 실패를 하든 성공을 하든 하나의 경험을 쌓아가기 때문이다. 주위의 만류나 우려가 담긴 시선 또한 이들에겐 문제가 되지 않는다. 꼼지락 프로젝트 2기의 주광진 씨는 “결국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위의 시선이나 불안한 미래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배사은 씨는 “막연히 꿈꾸기보단 실제로 작은 경험들을 해나가면서 사회나 공공의 문제를 스스로 인식하고 답을 찾아 나가는 것이 진정 희망을 찾아가는 과정이 아니겠냐”며 “희망청은 이러한 20대들의 ‘비빌 언덕’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