텝스 시행 10년, 어디까지 왔니?

텝스는 서울대 언어교육원에서 개발하고 시행하는 영어능력평가시험이다.2009년 시행 10주년을 맞아 새롭게 바뀐 텝스 로고.시간이 가도 한국에서 영어의 인기는 식을 줄을 모른다.최근에는 대학생은 물론이고 초등학생까지 영어 열풍에 휩싸이고 있다.덕분에 TOEIC(토익)과 TOEFL(토플)과 같은 외국 영어시험의 응시자도 매년 수백만 명에 이르고 있다.그런데 영어능력평가시험에도 국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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텝스는 서울대 언어교육원에서 개발하고 시행하는 영어능력평가시험이다. 2009년 시행 10주년을 맞아 새롭게 바뀐 텝스 로고.

시간이 가도 한국에서 영어의 인기는 식을 줄을 모른다. 최근에는 대학생은 물론이고 초등학생까지 영어 열풍에 휩싸이고 있다. 덕분에 TOEIC(토익)과 TOEFL(토플)과 같은 외국 영어시험의 응시자도 매년 수백만 명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영어능력평가시험에도 국산이 있다. 서울대가 개발한 텝스(TEPS, Test of English Proficiency developed by Seoul National University)가 올해로 시행 10년째를 맞았다. 1999년 첫 시험이 시작된 이래, 올해 12월에 113회 정기시험이 시행된다. 올해의 응시자 수도 6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토익과 토플이 득세하던 영어능력평가시험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지 10년이 지났다. 처음보다 응시자 수는 많이 늘었지만, 아직 인지도와 공신력 면에서 토익이나 토플보다는 뒤쳐지는 것이 사실이다. 2012년부터 국가에서도 영어능력평가시험을 시행하겠다고 나서면서, 국산 영어시험 지형에는 일대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서울대의 텝스와 국산 영어능력평가시험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토종 영어능력시험의 탄생 텝스는 서울대 언어교육원에서 개발하고 시행하는 영어능력평가다. 텝스는 청해, 문법, 어휘, 독해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 200문항, 990점 만점의 시험이다. 텝스의 탄생은 1992년으로 거슬러간다. 당시 한국에서 개발한 토종 영어시험은 전무한 실정이었다. 대신 미국의 ETS에서 개발한 토익이 지금처럼 큰 인기를 끌고 있었다. 국내에서 토종 영어시험을 개발하려는 욕구가 있었지만 실행할 여력이 없었다. 서울대 언어교육원장 손창용 교수(영어영문학과)는 “당시(92년)에는 영어능력평가시험 시장이 작았는데도 불구하고 토익이 독점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ETS에서 한국인 영어사용자를 위한 연구는 전혀 없었다. 한국인에게 잘 맞는 시험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서울대 언어교육원(구 어학연구소)에서 텝스를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7년간의 개발 과정을 거쳐 1999년 1월에 첫 번째 텝스 정기시험이 시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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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언어교육원의 손창용 원장은 “한국인에게 잘 맞는 시험을 만들고자 텝스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텝스, 10년간 주목할 만한 성장

텝스 정기시험 1회의 응시자 수는 단 5074명이었다. 그러나 시행 10년을 맞은 텝스는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외적으로 큰 성장을 이뤘다. 매년 34%씩 응시자 수도 꾸준히 늘었다. 1회 시험부터 2008년까지 총 200만 명이 응시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나라는 영어능력평가의 해외시험 의존도가 높다. 2008년 한 해에만 약 200만 명이 토익에 응시했다. 토플의 2008년 응시자 수도 약 12만 5천명으로 전 세계에서도 가장 많은 수치다. 사실 시행 이후 몇 년 동안은 텝스가 지금처럼 주목을 끄는 시험은 아니었다. 그러나 2007년 서버가 정지돼 큰 혼란이 벌어졌던 일명 ‘토플대란’이 일어난 이후 텝스를 응시하는 사람이 크게 증가했다. 2010년 전국 61개 모든 전문대학원이 입학 전형에서 텝스를 채택하기로 하는 등 국가고시 및 공기업, 기업과 입시 등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용원 교수(영어영문학과)는 이런 상황을 두고 “텝스가 토익이나 토플보다 역사는 짧지만 10년 사이에 거둔 성과는 규모면에서 매우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2009년 10월에는 텝스관리위원회가 아이텝스(i-TEPS, integrated TEPS)를 선보이면서 토플에도 도전장을 내놓았다. 아이텝스는 기존의 텝스에 말하기와 쓰기가 새롭게 추가된 통합형 시험이다. 초등학생 중학생이 텝스를? 그런데 이런 눈부신 성장 뒤에는 텝스가 입시용 시험이 돼버렸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뒤따른다. 텝스관리위원회의 응시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09년 상반기 전체 응시자 중 입시를 목적으로 한 인원이 41.7%였다. 실력측정(32.7%), 입사지원(6.8%)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더군다나 입시가 차지하는 비율은 날이 갈수록 점차 늘어나고 있다. 외국어고와 자립형사립고 등에 지원하기 위해 텝스를 준비하는 학생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입시를 위한 응시자 수가 많아지는 것이 텝스로서 꼭 환영할만한 일은 아니다. 초중고생이 많이 응시하면 상업적으로는 성공을 할 수는 있지만, 한국인의 일반적인 영어능력을 평가하겠다는 애초 의도에는 벗어나기 때문이다. 이용원 교수(영어영문학과)는 “텝스는 초중생에 적합한 시험은 아니다. 학생의 수준과 관심에 맞는 시험을 봐야 하는데 수준보다 어려운 시험을 보면 영어에 대한 자신감을 잃거나 흥미가 떨어질 수 있다”며 초중생의 텝스 응시 비율 증가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입시를 위해 텝스를 보는 비율이 높은데 반해 입사를 위해 텝스를 보는 비율은 얼마 되지 않는다. 맞수인 토익과 비교했을 때에도 입사 지원을 위해 텝스를 보는 비율은 적은 편이다. 언어교육원 손창용 원장은 “텝스가 기업 입사 활용에서 취약하다. 거의 모든 기업에서 텝스를 채택하고 있지만 텝스보다 쉽고 학원에서도 많이 가르치는 토익을 구직자들이 선호한다”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기업도 많은 수의 구직자들이 주로 보고 있는 토익을 제외하고, 텝스만을 단독 채택하기는 부담이 된다고 말하고 있다. 지속적인 연구와 국제화 노력이 필요 텝스관리위원회에서는 텝스가 한국인의 영어능력을 평가하는데 적합한 시험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기존의 토익, 토플과 같은 외래 시험은 한국인의 영어 사용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은 시험인데 반해, 텝스는 한국적인 상황을 반영해서 시험을 출제한다고 설명한다. 손창용 원장은 “텝스의 경우에는 토플과는 다르게 문법과 어휘 시험을 포함하고 있다. 문제를 출제 할 때도, 한국인이 잘 틀리거나, 잘못 이해하는 것 위주로 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인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텝스의 특성은 도리어 약점이 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이용원 교수는 “국제적인 공인을 받은 시험인 토플의 경우 국가간의 영어 능력에 대한 비교가 가능하지만, 텝스는 우리의 영어 능력이 국제적으로 어느 위치에 있는지 알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토플은 미국으로 유학을 가려는 사람을 평가하는 시험이지만 이들에게 텝스가 의미가 없다. 국내에서는 텝스가 인정을 받고 있지만, 한국을 벗어나면 인정 받기가 쉽지 않다”며 “앞으로 텝스가 세계에서 인정받는 시험이 될 수 있도록 국제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텝스의 국제화를 위해서는 앞으로 영어능력평가를 개발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연구가 계속 필요하다. 토익과 토플을 출제하는 기관인 ETS는 영어 평가기관이면서 연구기관이기도 하다. 시험을 관리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평가에 대한 연구와 개발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텝스를 관리하는 서울대 언어교육원은 연구 역량이 집중될 수 없다는 것이 한계로 지적된다. 손창용 원장은 “ETS는 독자적으로 연구를 할 수 있는 기관인데 반해 텝스는 서울대의 틀 안에 있어서 제한이 많다”고 말했다. 이용원 교수 역시 “ETS와 달리 언어교육원은 지속적인 연구와 새로운 평가를 개발할만한 연구 기관은 아니다. 측정시험의 중요성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져서 전문 연구 인력이 늘어나야한다”한다며 연구 개발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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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현재 여러 개의 토종 영어시험이 시행되고 있다.

국가에서도 영어시험 개발에 나서

사실 현재 국내에서 개발해서 시행되는 영어시험은 텝스뿐만이 아니다. 한국외국어대에서 시행하는 FLEX와 숙명여대에서 시행하는 MATE를 비롯하여, PELT, ESPT, TESL, TESOL 등의 토종 영어시험이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여러 개의 토종 영어시험이 시행되고 있지만 큰 인기를 끌지 못하는 이유로는 공신력이 떨어진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최근에는 정부까지 나서서 직접 영어시험을 개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토플대란이 일어나는 등 해외 영어시험에 의존하고 있는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국가 영어시험의 개발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왔기 때문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을 2012년부터 시행한다고 예고했다. 서울대, 고려대, 숙명여대, 외대가 참여한 컨소시엄도 이미 구성됐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외국어 영역을 대체할지 여부도 고려되고 있다. 그러나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이 시행된다 할지라도 텝스는 계속 시행될 것이라고 관계자는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김민철 사무관은 “서울대는 영어시험을 개발한 경험과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컨소시엄에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다.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이 시행되더라도 텝스가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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텝스 응시자 수의 변화. 응시자 수는 크게 늘었지만, 입시용 시험이라는 비판도 있다.

잘만든 영어시험 토플 안부러워

어학능력 측정에 있어서 중요한 것이 바로 ‘타당도’다. 타당도란 시험이 애초에 측정하려고 의도했던 능력을 제대로 측정하고 있는지를 뜻하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성인 한국인의 일반적인 영어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인 텝스를 초등학생이 본다면 타당도가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그동안 성인의 일반적인 영어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이 없어서 비즈니스 영어의 구사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인 토익을 보는 것은 시험이 잘못 사용되고 있는 사례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시험을 시행 목적과 대상을 항상 염두에 두고 늘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뿐만 아니라 타당도 높은 시험을 개발하면 사회적으로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용원 교수는 “시험이 학교와 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알아야 한다. 아이텝스가 말하기와 쓰기를 시행하면 교육 분야에서도 이런 변화에 발맞춰서 말하기와 쓰기에 대한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타당도 높은 영어능력평가시험의 개발이 한국인의 영어 능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왜 토플과 같은 공신력 있는 시험을 두고 토종 영어시험을 개발해야 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그동안 토종 영어시험이 없었던 것이 오히려 비정상적인 상황이었다고 지적한다. 1년에 수백만 명이 응시하는 영어능력평가시험을 해외에 지나치게 의존해 오는 상황은 개선돼야 한다고 말한다. 이용원 교수는 “외국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싸다고 하더라도 자체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중요하다”면서 “돈이 많이 들어간다 하더라도 자체적으로 시험을 개발해서 우리의 기술 주권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텝스도 토익에 비해 나아갈 길이 멀긴 하지만, 국내 영어 시험이라는 그 자체로도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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