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 GO?! STOP?!

최근 벌어진 외고 관련 논쟁의 불씨가 된 것은 지난 10월 9일 열린 서울시교육청 국정감사에서 있었던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의 발언이었다.“외국어 고등학교(외고) 입시가 사교육비 폭등의 주범이라는 생각은 여권 핵심부의 공통된 인식”이라며 외고 폐지를 암시하는 발언에 이어, 정두언 의원은 외고를 특성화고로 전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최근 벌어진 외고 관련 논쟁의 불씨가 된 것은 지난 10월 9일 열린 서울시교육청 국정감사에서 있었던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의 발언이었다. “외국어 고등학교(외고) 입시가 사교육비 폭등의 주범이라는 생각은 여권 핵심부의 공통된 인식”이라며 외고 폐지를 암시하는 발언에 이어, 정두언 의원은 외고를 특성화고로 전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이후 벌집을 쑤신 듯 외고 문제와 관련한 갑론을박이 벌어졌지만 12월 초에 개정안을 발표하겠다는 교과부의 발표 이후, 뚜렷한 결과 없이 그 논란은 점점 사그라지는 추세였다. 그러나 사교육비 절감 대책과 관련한 이번 논란으로 한나라당은 친 서민이미지를 구축하며 크게 재미를 본만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외고문제는 계속해서 수면위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외고, 무엇이 그들을 이토록 뜨겁게 만드는지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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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이 빽빽하게 입점한 대치동의 한 상가

공공연한 밀월 관계, 외고와 사교육

정두언 의원이 외고의 입시제도 개선을 주장하는 가장 명백한 목적은 사교육비 경감이다. 실제 지나치게 어려운 외고 입시가 사교육 시장을 과열시킨다는 주장 자체는 외고 교장들도 수긍하는 태도를 보인다. 그 덕에 외고 입시를 전문으로 하는 사교육 기업들은 최근 몇 년 사이 뚜렷한 기업화, 대형화되는 추세이며 두 자리 수의 매출 신장을 보여주기도 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남미자 연구원은 “수도권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한 자체 설문결과 외고 진학을 희망하는 초등학생 중 86.2%가 사교육을 받고 있고, 중학생은 78.1%가 사교육을 받고 있다”며 “외고 전문 학원들의 과장 광고 등으로 인해 외고가 사교육에 미치는 파장은 크다”고 주장했다. 남 연구원은 “같은 조사에서 외고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한 달에 사교육비로 평균 71만원을 지출한다는 결과가 나왔는데, 그 결과를 보고 실제로는 더 많이 든다고 말한 학부모도 있었다”며 외고 입시 대비를 위한 사교육비 지출 규모가 크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실제 학부모의 입장에서 체감하는 사교육비 부담은 어느 정도일까? ‘참교육학부모회’의 장영숙 회장은 비용이 “구체적인 액수보다는, 외고가 존재하는 이상 학부모들은 자기가 감당할 수 있는 최대한 혹은 그 이상의 비용을 사교육비로 지출할 것이라는 점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장 회장은 “외고 합격을 위해서는 부모의 경제력뿐만 아니라 할아버지의 재력까지 필요하다는 농담이 있다”며 외고 합격에 사교육을 시킬 경제적 능력이 큰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들의 부담을 설명했다. 외고 관련 사교육이 갖는 문제는 단순히 사교육비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외고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중학교 수준의 난이도를 뛰어넘는 외고 입시에 대비하기 위해 과도한 선행학습을 받고 있다. 그로 인해 학생들이 받는 입시 스트레스와 고통은 사교육비보다 더욱 심각하다. 또한 사교육에 지친 학생들이 학교수업에서 보여주는 불성실한 태도가 교실 전체의 면학분위기를 해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좋은교사운동’의 정병오 대표는 “외고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학교 수업에 제대로 참여하지 않아 다른 학생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하고, 연합고사를 준비하는 데 피해를 준다”고 현장에서의 문제점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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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남미자 연구원은 “어학영재양성이라는 외고의 설립취지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과열된 외고 입시 경쟁, 그 종착역은 명문대 진학?!

이렇게 과도한 비용을 지출해서라도 외고에 진학하려는 이유는 명문대 진학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김성천 소장은 “외고 진학을 희망하는 이유를 조사하자 ‘외국어 공부를 위해서’라는 응답은 19.2%에 불과한데 ‘좋은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가 차지하는 비율은 44%나 됐다”며 현재 외고가 설립 취지와 달리 명문대 입시기관으로 전락한 상황을 지적했다. 김 소장은 “외고에 다니는 학생들이 어문계열에 진학해야만 한다는 것은 학생의 자율을 침해할 수 있기에 강제할 수는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어학인재양성을 목적으로 설립된 외고에 진학하는 동기 자체가 외국어에 대한 관심보다는 명문대 진학에 방점이 찍혀있는 현 상황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대해 남미자 연구원은 “외고가 설립된 배경 자체가 사회적으로 어학영재가 필요했기 때문이 아니라, 평준화에 대한 반발이 커지는 것을 무마하기 위함이었다”며 깊은 논의 없는 설립인가에서 외고 문제의 원인을 찾았다. 또한 본래 취지인 어학영재양성에 대해서도 대다수의 영재교육 전문가들은 “어학영재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설사 있다 하더라도 현재 30여개나 되는 영재양성 학교는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 결과 외고들은 입시를 통해 어학 영재가 아니라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을 뽑아왔다. 남 연구원은 “목적이 변질된 입시 제도로 외고가 성적이 좋은 학생들을 선점하게 되다보니 외고 졸업생들이 명문대를 많이 갈 수밖에 없다”며 “이 때문에 외고가 명문대로 가는 통로로 인식되면서 중학생들이 외국어 적성과 상관없이 명문대 진학을 위해서 외고에 진학하려고 갖은 사교육을 받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실제 외고 졸업생들 중 일부는 많은 외국어 과목으로 인해 수능에 불이익을 받았다는 아이러니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남 연구원에 따르면 외고 측도 이런 불만을 받아들여, 입시를 위해 학년이 높아질수록 늘어나는 제2, 제3외국어는 많은 시수에도 불구하고 소홀하게 운영하는 경우도 자주 발견된다고 한다. 외고의 높은 명문대 진학률은 외고가 가진 교육과정에 있다기보다는 선발효과라고 볼 여지가 있는 지점이다. 현재 외고가 가진 가치를 정확히 추정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외고에 몰리는 현상이 대학입시제도 자체를 왜곡시킨다는 목소리도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엄민용 대변인은 “몇몇 사립대학교가 외고 학생들에 대한 가산점을 부여하면서 교과부로부터 징계를 받았고, 올해에도 고려대학교가 외고생에 대한 보정 점수를 적용했다는 논란이 있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외고가 존재하는 한 외고에 대한 특혜를 핵심으로 하는 고교 등급제를 적용하려는 시도가 계속 있을 수 있다는 우려를 표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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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고가 일반고로 변경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엄민용 대변인

외고문제의 해결 열쇠는 결국 ‘학생선발권’에 있어

외고와 관련된 문제는 다양한 측면에서 지적되고 있으나,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대체로 외고가 예외적으로 가지고 있는 학생선발권에 있다는 점에서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현행 외고는 일반 고등학교들보다 먼저 자체적으로 만든 입시요강과 문제를 이용해 학생들을 미리 선발하는데, 그 학생들이 외국어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 아닌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라는 점에서 일반계 고등학교 측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좋은교사운동’의 정병오 대표는 “내신을 기준으로 하든, 시험을 기준으로 하든 학생을 성적으로 선발하는 것은 결국 고교의 서열화를 가져온다”며 외고가 가진 선발 과정에서의 특혜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고 논란이 전례 없는 규모로 확산되자 외고 교장들은 내신과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혁신적인 개정안을 발표했으나, 외고들의 자구책에 대해서 시민단체들은 대체로 냉소적인 반응이다. 외고 교장들이 제시한 개정안은 결론적으로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을 자신들이 선발할 권리는 빼앗기지 않겠다는 술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엄민용 대변인은 “외고의 학생 선발권에 대해서는 여태껏 많은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그 때마다 외고는 자체적으로 입시 제도를 고쳐서 결국 선발권은 유지했다. 그럼에도 사교육 문제는 단 한 번도 줄어든 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외고가 계속해서 선발권을 유지하는 것은 사교육 문제의 불씨를 그대로 살려두는 격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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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외고입시 전문학원은 단일 학원에서 1년에 서울권 외고 합격생을 1000명 넘게 배출했다. 학원이 전국적으로 대규모 체인화 된 까닭이다.

정두언 의원 역시 학생 선발권 제한을 골자로 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현재의 외고를 특성화고로 전환하되, 다른 특성화고와 다르게 어문계열 특성화고는 학생의 선발권을 제한하고 현 자사고와 마찬가지로 성적 50% 내의 학생들을 추첨으로 선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개정안에 대해서는 현재 찬반이 갈리고 있으나, 이는 외고 문제의 해법을 단기적으로 보느냐, 장기적으로 보느냐의 차이로 보인다. 외고가 특성화고로 바뀌어 외고 입시가 없어지는 것이 모든 사교육을 없앨 수는 없지만, 단기적으로 외고가 불러온 과열된 사교육 현장에는 찬물을 끼얹는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50% 내의 추첨이 내신 대비를 위한 사교육 수요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남미자 연구원은 “내신 50%를 위한 사교육과 외고 입시를 위한 사교육은 그 폐해의 규모가 비교될 수 없다”며 우려를 일축했다. 외고를 아예 일반고로 전환하는 것은 교육의 다양성을 해칠 수 있으므로 특성화고로 외국어 수월성 교육의 형태를 남겨두되, 공부 잘 하는 학생이 아니라 외국어에 순수하게 관심을 가진 학생이 진학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개정안에 반대하는 이들은 자사고와 특성화고는 장기적으로 또 다른 고교 서열화를 불러오기 때문에, 새로운 사교육 수요를 창출해 낼 것이라고 예상한다. 엄민용 대변인은 “일반고로 바꾸는 것이 올바르다. 성적순으로 차별화된 학교를 만들어 수준에 맞는 교육을 하는 것은 올바른 평준화가 아니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교육의 다양성은 학교의 종류를 나누어 보장할 것이 아니라, 한 학교 내에서 각 학생들의 수준과 적성을 고려한 수월성 교육을 통해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이다. 엄 대변인은 이를 “특성화고를 두고 일부 학생들에게만 외국어 수월성 교육을 당장 제공하는 것에 만족하지 말고, 손이 많이 가더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한 진정한 의미의 수월성 교육을 지향해야 한다”는 의미로 설명했다. 이 모든 논쟁을 해결할 열쇠는 청와대가 쥐고 있다. 교과부는 12월 초에 연구 결과를 발표하겠다면서 표면적으로는 한 걸음 물러서 있었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외고의 교육이 갖는 순기능”을 언급하며 외고 폐지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여당인 한나라당과 의견 일치가 되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대목이다. 그리고 11월 27일 발표된 교과부의 외고 제도 개선안은 ‘학생선발권’에는 어떠한 수정도 가하지 않은 채, 자사고와 국제고로 전환하는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이는 여당 정두원 의원 또한 동의할 수 없다며, 국회에서 수정하겠다고 벼르는 개선 없는 개선안인 셈이다. 외고 제도 개선 카드가 단순히 한나라당의 흥행 효과를 위한 정치적 쇼였다는 의심의 눈초리가 거두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의 성의 없는 개선안은 현 외고 논란을 잠재우는 데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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