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엔 합법파업이 없다?

포스코 건설노동자들의 파업과 함께 포항은 또 하나의 시위로 시끄럽다.노조의 파업으로 지역경제가 위기에 처했다는 주장과 함께 파업반대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그러나 이러한 인식은 비단 포항 시민들만의 것이 아니다.강성노조에 대한 언론의 비난에 익숙해진 우리 국민들에겐 파업은 언제나 불쾌하게 다가온다.파업이란 말은 어감이 좋지 않다.

포스코 건설노동자들의 파업과 함께 포항은 또 하나의 시위로 시끄럽다. 노조의 파업으로 지역경제가 위기에 처했다는 주장과 함께 파업반대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은 비단 포항 시민들만의 것이 아니다. 강성노조에 대한 언론의 비난에 익숙해진 우리 국민들에겐 파업은 언제나 불쾌하게 다가온다.파업이란 말은 어감이 좋지 않다. 무엇인가를 ‘파괴하다’라는 뜻의 파(破)자가 떠오르면서 일(職業)을 망가뜨리는 그 무엇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물론 그 단어 자체에 이러한 태생적 성격이 있다거나 실재로 파업이 그토록 파괴적인 것이기 때문은 아니다. 파업이 징그럽게 느껴지는 이유는 아마도 그동안 언론을 통해 보아온 파업의 이미지가 부정적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 집단 이기주의, 엄청난 피해액, 과격한 폭력투쟁 등등. 게다가 지하철 파업으로 발을 동동 구르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한다면 누구라도 용납이 쉽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다 입술에서 강렬하게 터지는 파열음의 음향적 효과가 더해지면그 혐오감은 절정에 달한다. 이름 하여 불·법·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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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건설노동자들의 파업이 계속되면서 시민드르이 불편이 이어지자 파업에 반대하는 시위르르 벌이고 있다. 노조측은 관제 집회로 보고 대응을 피했다.

파업하기 힘든 나라

우리의 노조법은 세계에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자세한 규정이다. 워낙 세세한 부분에 대한 통제가 이뤄지다보니 그만큼 파업하기가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하다. 노조법을 일일이 지켜 나가다보면 파업의 강도가 떨어지거나 집중력이 흐려질 수밖에 없는데 노조법을 어기는 순간 사측과 정부는 ‘룰을 지키지 않았다’면서 불법파업이라는 낙인을 찍는다. 보수언론들의 호들갑은 더 심해서 불법파업이란 검색어로 찾은 기사의 제목들은 하나같이 섬뜩하게 노조를 비난한다. 최근 벌어진 포스코 건설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한 기사를 살펴보면 ‘’포스코 사태’ 격해진 불법시위…포항 시민 분노’(「조선일보」2006년 7월 19일치), ‘불법은 ‘묵인’을 먹고 큰다…상처뿐인 포스코 점거 사태’(「동아일보」2006년 7월 22일치), ‘7일째 포철 불법점거, 공권력은 어디 갔나’(「중앙일보」2006년 7월 19일 사설) 등 문제의 원인을 찾기 보다는 노조의 파업행위 자체를 부정하는 내용의 기사가 주를 이룬다. 그들의 파업이 불법일 수밖에 없는 이유하종강 한울노동문제연구소 소장은 “정부가 노동조합 및 노사관계 조정법(이하 노조법)을 매우 좁고 엄격하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우리나라에서 노동자들의 파업이 불법파업이 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꼽았다. -파업하려면 정해진 내용에 대해서만 언급해야우선 노동조합의 요구가 단체교섭의 대상 사항에 아예 포함되지 않는 경우다. 노동부에 따르면 ‘단체교섭 대상 사항’이란 노동조합과 사용자가 단체교섭을 통해 협약을 체결한, 구속력을 가질 수 있는 대상사항을 말한다. 노동조합은 이러한 단체교섭 대상사항에 포함되는 요구 사항만을 이유로 파업을 벌일 수 있다. 노조법 2조는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만을 단체교섭의 대상범위로 인정하고 있다. 이에 대한 판례를 살펴보면 ‘비조합원인 비정규직 근로자에 관한 사항은 단체교섭의 대상이 아니다’(2001. 6. 19, 노조 68107-674), ‘설비변경과 잉여인력의 배치전환은 달리 볼 사정이 없는 한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다’(2001. 4. 10, 노조 68107-429), ‘경영권 양도, 회사 이전은 단체교섭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2001.11.2, 노조 68107-1200) 등으로 노동자들이 요구할 수 있는 교섭 대상 사항의 범위를 매우 좁게 해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 소장은 이에 대해 “노동 기본권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지만 사용자의 인사권과 경영권은 어느 법률을 찾아봐도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라며 “정리해고가 인사권으로 해석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근로조건에 매우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폭력, 사용자는 되고 노동자는 안되고?폭력행위나 기물파손, 사업장 점거 등 파업양태에 불법 행위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노조법 4조엔 ‘어떠한 경우에도 폭력이나 파괴행위는 정당한 행위로 해석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나와 있다. 이에따라 정부와 검찰은 회사 관리자들과의 마찰과정에서 발생하는 경미한 폭행이나 유리창이 깨지는 등의 기물파손만으로 파업전체를 불법이라고 규정해버리곤 한다. 또한 합법파업 중 대체인력을 동원하는 것은 명백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만 사용자측은 이를 어긴다 해도 처벌받는 경우가 거의 없다. 최근 포스코 건설노조의 파업 역시 처음엔 합법적인 파업이었지만 사측의 대체인력투입을 막기 위해 본사를 점거하면서 불법파업이란 오명을 뒤집어쓰게 됐다. 이에 대해서는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지만 양측의 불법행위가 동일하게 다뤄지는 일이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사설경비업체라는 이름의 일명 ‘용역깡패’의 동원 역시 파업을 폭력으로 얼룩지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이러한 ‘용역깡패’의 동원은 사측이 물리적 충돌을 조장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 일에 대해 하 소장은 “많은 파업현장에서 흔히 일어나고 있다”며 “노조의 폭력행위로 인한 불법성을 판단 할 때 단순한 기물파손이나 우발적 충돌보다는 집행부의 주도로 조직적 폭력이 행해졌는지를 따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업 자체가 불법인 사업장이 따로 있어또한 ‘필수공익사업장’의 노동조합은 현행법상 ‘직권중재’라는 제도 때문에 애초에 합법적인 파업이 불가능 하다. 이 직권중재제도에 대해 서울 행정법원 제4부는 2001년 11월 16일 “아예 쟁의행위를 할 수 있는 기회 자체를 행정기관의 일방적인 결정에 의해 봉쇄하게 되므로 결과적으로 과잉금지의 원칙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단체행동권을 사실상 박탈케 함으로써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게 된다”고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직권중재에 의해 원천적으로 합법파업이 불가능하게 된 필수공익사업장의 노동조합이 벌이는 파업은 모두 불법파업이다. 지금까지 철도노조의 파업, 발전노조의 파업 등이 이러한 이유로 불법으로 규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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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종강씨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파업은 재고를 소진하고 노동자들에게 성취감을 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등 긍정적 효과를 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때론 비합리적인 형식적 절차가 파업의 발목 잡아

규정한 법 절차를 이행하지 않아 불법파업이 되기도 한다. 쟁의행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먼저 총회나 대의원회에서 노동쟁의발생 결의를 하고 상대방에게 통보해야 한다. 그리고 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의 조정신청을 해야 하는데, 조정신청을 하면 10일에서 15일 간의 조정기간이 시작된다. 노조법 45조와 63조는 조정이나 중재기간 중의 쟁의행위를 엄격히 금하고 있다. 동일한 행위를 하더라도 그 절차를 지키면 합법이고 지키지 않으면 불법이 된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파업을 다양한 이유로 불법이라고 규정하는 일이 반복되다보니 노동조합이 쟁의 절차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경향이 생긴다. 이래도 불법이고 저래도 불법이라는 것이다. 지난 98년 벌어진 만도기계파업은 노조법 41조의 조합원 찬반 투표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법파업이 됐다. 그러나 정리해고라는 급박한 상황 하에 파업이 이뤄짐에 따라 투표라는 형식적 절차만 없었을 뿐이지 90% 이상의 조합원들이 파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공개적으로 찬성의 의사를 드러냈다. 불법논란에 묻혀버린 중요한 몇 가지포스코 건설노조 파업에 대한 주된 비판 중 하나는 노조가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는 것이다. 논란의 핵심은 ‘포스코가 건설노동자들의 실질적인 교섭 대상자인가’이다. 형식상 포스코는 노동자들과 직접적인 고용관계를 맺고 있지 않다. 이렇게만 본다면 교섭의 당사자는 노동자들과 직접고용관계에 있는 전문 건설업체다. 그러나 건설산업연맹은 포스코를 실질적인 사용자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행 법규상 저가·불법 하도급의 최종 관리자는 발주처라는 점과, 대체인력 투입 시비, 경찰로부터 노조 동향을 보고 받았다는 논란, 공기를 연장해 파업을 무력화 했던 전력에 대한 시비 등이 그 이유이다. 결국 길게는 7단계를 거쳐 내려가는 불법 다단계 하도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노동자들의 파업은 ‘때려잡아야 할 그 무엇’으로 밖에 남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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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 이유로 불법으로 규정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노조는 절차를 지키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옥쇄파업을 벌이는 쌍용자동차 노조.

다단계 하도급 구조로는 사정이 조금 나은 편이라도 KTX 여승무원들의 파업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자신들의 고용을 보장할 수 없는 위탁업체에 대한 불만을 철도공사에 이야기 하면 ‘왜 직접 사용자가 아닌 우리에게 요구하느냐’며 문제를 위탁업체에 떠넘긴다. 논란의 맥락이 포스코 사태와 닿아있다. 여기에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의 문제, 정규직 전환 요구에 대한 타당성 논쟁, 그리고 고용에 있어서의 남녀차별 문제까지 겹쳐지며 노동자들이 겪어야 하는 수많은 모순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명백히 드러내며 곪아 터진 파업을 바라보면서도 정부는 ‘불법파업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헌법 34조는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보장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는 단체행동권을 사용하기가 무척 어렵다. 일단 불법파업으로 규정되고 나면 형법상 업무방해죄로 인해 가압류·가처분·손해배상 청구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노동부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2005년 파업건수 287건 중 불법파업은 17건이었다. 생각보다 그 비율이 낮은 이유는 불법으로 규정될 정도로 처절하게 투쟁하지 않으면 어떠한 언론도 관심을 갖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파업이란 말만 들으면 자연스럽게 불법이란 수식어가 떠오르는 현 상황에 대해서는 언론의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정부와 사용자는 파업의 정당성 범위를 더 넓게 열고 문제의 핵심에 진지하게 접근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금과 같이 단지 불법파업이란 말로 손쉽게 사태를 수습하려는 태도를 버리지 않는 한, 그들이 엄정히 대처해야할 불법파업은 끊임없이 양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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