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에 대한 찬반양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서울대 학생들을 상대로 한미 FTA에 대한 의견을 물은『서울대저널』의 설문조사 결과는 반대의견의 우세로 나타났지만 국내 여론 조사는 백중세다. MBC의 「PD수첩」방영 이후 급격하게 반대 여론이 확산됐다면 이에 맞춰 정부도 홍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찬성과 반대가 극렬하게 대립하는 현 상황에서 서울대학교 교수들의 의견을 살펴봤다. 자유화는 장기적이고 광범위한 이익 ,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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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협상도 잘해야 하겠지만 협상 이휴 국내의 정책이 잘 뒷받침 되어야 한다.” 국제대학원 박태호 교수 |
국제대학원 박태호 교수는 『서울대저널』과의 인터뷰에서 “FTA로 인해 발생하는 무역 창출효과 등을 살펴볼 때 한미 FTA체결이 국가 전체적으로는 이익이라는 것을 확신한다”면서 “직접적으로 피해를 받는 사람들의 입장을 충분히 듣고 지원·발전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타국과의 FTA체결 주장에 대해서 “우리가 주목 받고 있는 이유는 미국과 FTA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개방으로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계획을 세웠다면 가장 큰 시장을 가진 미국과 FTA를 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최근 일고 있는 반대 여론에 대해서는 “장기적으로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이익보다 명백하고 집중적인 피해에 관심이 쏟아지는 것은 자연적인 현상”이라며 “정부는 준비부족이란 지적에 대해 변명 같은 홍보보다는 더 깊은 연구와 정책개발로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장 협상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국제 사회에서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로 신뢰를 잃는 등의 실패비용이 너무 크다”고 덧붙였다.학생들에게 세계화 시대에 대비한 준비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지순(경제학부) 교수는 인터뷰를 통해 “한미 FTA로 미국의 영향력이 강해질 수는 있지만 마찬가지로 우리의 영향력을 키울 수도 있다”며 “마치 주권이 넘어가는 듯이 말하는 사람이 있지만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좀 더 적극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과자시장 개방이나 대형유통업체 개방 사례를 언급하며 “당장은 힘들겠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경쟁에서 쉽게 뒤쳐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해 경쟁을 피해서는 결코 경쟁력을 가질 수 없고 장기적으로 개방이 불가피 하기 때문에 언젠가는 열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분야가 나오지 않겠냐는 질문엔 “FTA와는 상관없이 사양 산업과 그로 인한 실업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이런 경우는 정부가 나서서 도와주지 않으면 심각한 사회문제로 발전한다”며 직업 이동이 자유롭지 않은 노인들에 대한 배려와 함께 R&D나 인력훈련 등을 활발하게 진행시키는 등의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남북한 통합을 위해서도 한미FTA 중요, 반미 투쟁에 이용하는 것은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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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쟁을 피해서는 결코 경쟁력을 가질 수 없고 장기적으로 개발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언젠가는 열어야 한다. 경제학부 이지순 교수 |
찬성발언이 언론을 통해 전달된 경우도 있다. 「국정브리핑」은 윤영관(외교학과) 교수가 지난 7월 24일 한국중등교육협의회 하계 연수 특강에서 한미 FTA협정 추진에 대해 적극적인 찬성의사를 표시했다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특강에서 종속이론의 허구성을 지적하고 “한미간 FTA체결은 그동안 한국이 추진해온 세계화의 파도타기 전략의 맥락에서 바람직한 선택”이며 “동북아 중심이 되려면 동북아와 미국간의 경제관계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한미 FTA가 되어야하고 그렇게 될 때 서로 상승작용과 시너지 효과가 가능하다”고 말해 정부의 입장을 지지했다. 또한 한미 FTA는 “북한으로의 서방자본 유입과 북한경제의 세계경제 편입의 디딤돌을 만드는 일”이라며 남북한 통합에 대비해서라도 한미 FTA를 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한미 FTA 문제는 긴 호흡으로 멀리 볼 필요가 있다”며 “세계화는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지만 우리의 과거 역사는 세계화를 약으로 만들어 우리 국가의 활로를 개척해나가는 데 한국이 성공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7월 12일 ‘한미 FTA 추진지지 국민대회’에서 이명현(철학과) 교수는 △한미 FTA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 △정부는 협상 준비와 대국민 홍보를 더욱 철저히 하여 국민의 염려를 씻어 주어야 함 △피해 분야에 대한 보상지원 및 경쟁력강화 대책을 철저히 마련해야함 △한미 FTA를 반미투쟁의 도구로 이용해서는 안됨 △KBS와 MBC는 왜곡 편파 보도를 즉각 시정할 것 등 다섯 가지 내용을 주장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한편 이 집회는 시위를 마친 참가자들이 한 남자에게 돈을 건네받는 장면이 포착되면서 주최 측이 돈으로 참가자를 모았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이론을 성급하게 현실에 적용한 것, 졸속추진이 문제반대의 목소리도 크다. 조순(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지난 7월 19일 「한겨례」의 기고를 통해 “한국이 충분한 사전검토 없이 덥석 이 사안을 끌어안은 것은 불행한 일”이라며 “합의에 실패하면 정권이 타격을 받을 것이고, ‘성공’하면 많은 국민이 손해를 보고 사회 분열과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해 한미FTA가 정부를 진퇴양난으로 몰아가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어서 조 명예교수는 우리나라가 농업 국가는 아니지만 농업은 여전히 기간산업이고 선진국들 역시 농업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음을 언급하며 “산업화가 되면 될수록 농업과 농촌의 중요성도 더해질 것”이라고 했다. 자유무역협정이 만능인양 여기는 태도에 대해서도 “한국경제의 문제는 성장을 보장하는 기본이 서지 않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지, 자유무역협정이 없기 때문은 아니”라며 정부는 남은 임기동안 물가안정과 기업 환경 개선 등 경제의 기본을 세우는 데 전력투구 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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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무역이 좋다는 건 경제원론 책 어디에든 있지만 책 뒤에 가면 문제점도 있는데 시장 통합을 서두르는 것은 책을 마지막까지 안 읽어 보고 쉽게 가는 겻이다” 경제학부 정운찬 교수 |
8월 8일 개최된 한국경제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 정운찬(경제학부) 교수는 개회사를 통해 한미 FTA를 “정부 정책이 획일적인 사고와 성급한 이론 적용의 희생제물이 된 사례”라고 꼬집고 “장기적 이익을 지향하되 단기적 부작용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 중용의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면서 신중한 접근을 요구했다. 또 정 교수는 7월 26일 「한겨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경제에서 미국의 위치가 미미하다면 해볼 수도 있지만, 현재 한미 경제관계가 깊은 관계인데 두 경제를 섣불리 합치는 건 위험해 보인다”고 말해 한미FTA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신자유주의에 대해서도 “극단적인 자유방임을 신조로 하는 영미의 이데올로기이며 강자 독식의 사회적 다윈주의”라고 규정한 뒤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추종하는 참여정부가 소득분배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신자유주의의 사전에는 분배정책이란 없다”고 말했다.정부 내의 친미 인사들이 문제국제대학원 이근 교수는 미래전략연구원 홈페이지에 올린 ‘대통령의 한·미 FTA 공부의 이론적 편식’이란 칼럼에서, 한미 FTA 추진 논리 곳곳에 숨어있는 ‘인식의 편향성’을 조목조목 꼬집었다. 이 교수는 이 글에서 “복잡한 상호연결 관계를 파악하는 훈련이 안 돼 있으면 막연하게 전문가 집단에 의존하게 된다”며 “이것이 한·미 FTA를 추진하는 참여정부가 걸려든 덫”이라고 지적했다. 또 “한·미 FTA 추진을 정당화하는 인식공유체(통상교섭본부, 경제부처 관료 등으로 구성된 비공식 네트워크)의 주장을 종교적으로 믿고 따라가지 말고 좀더 엄밀하고 정교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나라의 경제를 ‘감(感)이 이쪽이니까 이 쪽에 베팅하겠다’는 식으로 도박하는 것은 위험하고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경고한 후 국가전략은 통합적 사고에서 나와야 하며 전략 없이 개방만 하면 된다는 기계론적 이론의 적용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 했다. 김세원(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한미 FTA의 핵심 의제인 농업 관련 협상을 뒷받침할 수 있는 농업정책의 준비가 부족함을 지적했다. 6월 15일부터 이틀간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한국국제경제학회 세미나에서 김 교수는 ‘한국의 지역주의 전략, 그 성공조건’이라는 기조연설을 통해 “국내 산업 구조조정에서 가장 큰 비중을 둬야 할 부분은 농업이지만 한미 FTA 협상을 뒷받침할 수 있는 농업정책이 준비되고 있는지 의문의 여지가 있다”고 비판하고 다른 부문도 대외개방 이전에 국내 개방을 통한 경쟁력 제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미FTA 체결은 미국과의 실질적인 경제적-정치군사적 합병최근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가 발간한 ‘한미 FTA 국민보고서’에서 김세균(정치학과) 교수는 “한미FTA는 미국계 초국적 자본, 그리고 이들과 융합돼 있는 내국 독점자본이 노동자 민중과 절대 다수의 국민에 대한 착취와 수탈을 강화하기 위해 펼치는 전면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한미FTA, 왜 저지해야 하는가?’라는 글에서는 외국계 초국적 금융자본의 지배력 증대로 국부유출이 심해지고, 정리해고와 불안정노동의 일상화가 이루어지며, 빈곤을 심화함과 동시에 농업을 붕괴시킨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한미FTA를 반대 했다. 같은 글에서 김 교수는 “한미FTA저지투쟁은 ‘한미FTA 협상 중단’을 일차적 목표로 삼아야 하지만, 거기서 더 나아가 신자유주의적 개방과 개혁을 저지하고 자본운동에 대한 민주적-사회적 규제의 강화와 독점자본의 사회화에 기초한 새로운 사회 건설을 위한 투쟁”으로 발전시켜 “대안적 세계화 건설”을 이루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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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TA 체결 후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정부측 주장은 허상에 불과하다”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는 경제학부 김수행 교수 |
지난 7월 6일 ‘한미 FTA 협상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견해’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던 171명의 경제학자 중 유일한 서울대 교수였던 김수행(경제학부) 교수는 성명 발표 후 기자들과 가진 자리에서 “FTA 체결 후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정부 측 주장은 허상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또한 “찬성론자들은 개방을 통한 효율성의 극대화와 일부 재벌기업의 경제적 이윤만을 고려할 뿐 노동자·농민의 삶의 파괴와 중소기업의 몰락이라는 결과에는 주목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대기업과 국제기업은 막대한 수익을 얻겠지만 노동자들과 국민생활은 삶 자체가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같은 찬성·반대 내에서도 미묘한 입장차이 나타나찬성과 반대 입장을 명확하게 나눌 수는 있지만 같은 반대 논리에도 미묘한 입장의 차이가 드러났다. 한미FTA가 워낙 많은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적 견해에 따라서도 의견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조순 교수는 「한겨레」 칼럼에서 “반미감정이 줄어드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나는 그 반대가 될 것을 두려워한다.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미국을 미워하는 사람이 더 많아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라며 FTA체결로 반미감정이 커지는 것을 우려한 반면 김세균 교수는 FTA를 미 제국주의의 전략으로 규정하고 신자유주의에 적극적으로 대항할 것을 주장했다. 김세원 교수는 “국내 산업의 구조조정과 법률의 정비가 선행돼야”한다며 ‘시기상조’론을 주장 했지만 이근 교수는 정부 내부의 통합적 사고의 부재를 지적하며 대통령의 경제학에 관한 이론적 편식을 꼬집었다. 자신의 논리에만 빠져 상대방의 입장을 전혀 이해하려 들지 않는 자세에 대한 비판은 양측 모두에게서 나왔다. 정운찬 교수는 “자유무역의 이상을 신봉하는 사람들은 부작용을 가벼이 여긴 채 협정 타결을 재촉하고, 현실의 어려움에만 친숙한 사람들은 자유무역이 가진 원론적 장점을 충분히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태호 교수 역시 “FTA가 모든 것을 다 해결해주듯 말하는 것이나, FTA 하면 마치 망한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도 잘못”이라며 “기본적으로 자유무역의 장점을 신뢰하지만 분배의 공정성까지 보장하지 못한다는 단점 역시 인정 한다”고 밝히고 “개방화 시대를 어떻게 대비할 것인지에 대한 세부적인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