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6시 침대에 누워 천장만 멀뚱멀뚱 쳐다보기. 눈은 떴으나 새벽공기가 좋아서 혹은 새벽운동이 좋아서 분주한 사람들과 다르게 나는 언제나 30분간 멀뚱멀뚱 천장만 쳐다본다. 나는 매번 새벽 일찍 일어나 활동하는 부지런한 대학생도 아니오, 일찍 일어나 아침밥 준비를 돕는 기특한 효녀도 아니다. 이미 눈치챘을 수도 있지만 그래, 나는 그 흔해빠진 ‘통학생’이다. 그럼 어디 한번 통학생의 비애 같지 않은 ‘비애(悲哀)’를 들어 볼까. 제 1단계 관문인 새벽 6시 기상을 무사히 마쳤다면 고난이도인 제 2단계 관문 ‘지옥철 신도림역’ 통과하기에 돌입하게 된다. (얼마 전 새로 출근길 출발열차가 생겼다지만.) 이렇게 강의실에 도착하면 기숙사에 살고 있는 후배 녀석이 여유로운 미소로 인사를 건넨다. 그리고 가장 버티기 힘든 마지막 관문. “누나, 저 오늘 8시 반에 일어났어요. 하하” 한탄에 한탄이 구구절절 이어지면, 누군가가 기숙사 신청이나 자취를 해 보라고 권한다. 말로는 집 밥이 맛있느니, 혼자 살기 싫으니 핑계대지만 그럴 때마다 그 핑계 속에 은밀한 비밀이 꿈틀거린다. 작가 ‘이상(李箱)’이 말했던가. “비밀(秘密)이 없다는 것은 재산이 없는 것처럼 가난하고 허전한 일이다!” 한동안 ‘허전’할지언정 ‘기자’의 타이틀로 나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에, 거창할 것 없는 은밀한 비밀을 꺼내 주어진 지면을 채우고자 한다.은밀한 비밀의 폭로는 통학생의 비애(悲哀)가 ‘비애(非哀)’가 되는 순간으로부터 시작된다. 즉 통학의 어려움이 항상 슬픈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 2년 동안 통학을 하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난 영악해져 있었다. 힘들거나 피곤할 때 ‘통학’의 구실을 빌려와 주절주절 핑계를 대기 시작한 것. 기사를 내기 위해 꼭 필요한 기획회의 때도 그리고 뒤풀이 때도 통학의 빌미는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버스가 끊기는 것은 사실이나 내가 피곤하고 귀찮은 게 싫어서 참 잘도 이용해 왔던 것이다. 이런 은밀한 비밀을 폭로하면서 ‘마지막’ 기획회의마저 비애(悲哀) 반 비애(非哀) 반으로 보냈음을 생각하고 있자니, 내 영악함에 다시금 흠칫 놀라고 만다. 그래, 말이 좋아 은밀한 비밀의 ‘폭로’였지 사실은 ‘마지막’ 책을 통한 유치한 ‘자기반성’인 것이다. 마지막 기획회의는 의외로 일찍 끝났던 관계로 뒤풀이에 참석했었다. 잘 놀고 집에 돌아와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두 가지 생각이 번뜩 들었다. 이번 해에 들어서 ‘처음’으로 참석한 뒤풀이였다는 사실, 그리고 또 한번 ‘통학’을 핑계로 10시에 출발했다는 사실. ‘마지막’이라는 순간이 오고 나서야 그것은 은밀한 ‘비밀’이 아니라 고작 ‘핑계’에 지나지 않았음을 새삼 느끼면서, 전혀 거창하지 않은 ‘비밀’ 폭로를 여기서 마무리지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