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에 당신은 무엇을 했는가? 몬금없이 왜 이런 절문을 하는지 의문스러워 할 사람들도 있으리라. 사실 철지난 유행가 같이 들 렬지도 모르는 문장으로 이 글의 처음을 장식한 필자도 섬히 곤혹스렵다. 그러나 그전에 먼저 지 난 10월을 돌이 켜 보기 바란다. 당신의 10월은 어 떠했는가? 중간고사 준비로 허덕이딘 가억이나 축제 때의 흥겨움 같은 기억은 잠시 치워두고 조 금은 거창하게 들리겠지만 좀 더 거국적이고 의미 있는 기념 일 날짜가 떠오 르지는 않는지? “일제치하였던 1926년 ‘가가 날’ 선포. 1928 년 ‘한글날’로 개명. 1946년 공식 휴일 지 정. 1990년 공 휴일에서 제외 됨” 그렇다. 정 답은 바로 10월 9일인 한글날이다. 이 짧은 문장 몇 개가 한글날의 의미를 제대로 전달해 줄 수는 없으리 라. 혹자는 한글날이 있던 10월도 훌쩍 지 나간 지금, 왜 갑자기 ‘한글날’ 이야기인가 의문 스러워 할 것이다. 아마 우리들 중 몇몇은 한글날 의 존재자체도 잊고 있었을지 모른다. 또 알고 있 었더라도 한글날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갖기 보다는 달력의 빨간 숫자 不在현상을 애통해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을 대한민국 대학생이 대다수였으라라. 우리의 전통 어느 것에도 우리의 숨결이 안 담긴 것이 없지만 우리글만큼 그 숨결 이 짙은 것도 드물 것이다. 우리 전통과 글을 아 끼고 의미를 되새기는 데 노력을 기울어야한다는 사실은 모두 알고 있다. 그러나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며, 바로 그 때문 에 실천이 더 의미 있는 것은 아닐 런지. 우리가 실천을 뒤로 한 채, 망각(?)의 10월을 보내던 그 시간에 마음 깊은 곳에 있던 창작열을 끄집어내어 한글로 시와 수필을 완성해내고, 한글 가사의 아 름다운 노래에 도취되어 열창했던 사람들이 있다 면 당신은 놀랄 것인가? 더구나 그들이 한국어1서 생활한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외국인들이라면? 그것도 아직 어학당 등에서 한국어를 익히고 연습 하는 중인 학생들이라면? 지난 10월을 특별한 의미로 채운 외국인들과 그 들의 10월을 채워준 행사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 어보았다. 그들을 통해 우리의 10월을 돌아보고 우리글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그러면 지금부터 그들의 ‘한글사랑’ 이야기 속으 로출발해보자. 전국 외국인 한글 백일장 원고지 홈츰히 채운 서툰 한글로 창작멸을 담다 지난 10월 17일 오전 9시 50분경. 연세대학교 노천극장에는 서서히 사람들이 자리하기 시작했 다. 야외에 가만히 앉아있기에는 조금은 쌀쌀한 날씨지만 웅크리고 앉은 두 눈은 벚나고 있다. 가 만, 그런데 여기 이 사람들 조금 특별하다. 모두 외국인이지만, 서로 주고받는 말은 아주 약간은 서툴긴 하지만 한국어이다. 논하는 것도 남다르 다. 시적인 표현은 어떤 젓이 있는지 의논하기도 한다. 그들은 올해로 12회째를 맞는 전국외국인 한글 백일장의 시 부분 참가자들이다. 속속들이 모여드는 참가들은 노천극장을 메우고 10시가 지 나서야 백일장이 시작되었다. 올해의 백일장 주제 는 산과 고향이었다. 다소 어려운 주제 때문인지 난감해하는 목소리도 종종 들을 수 있었다. 그러 나 웅성거림도 잠시. 곧 자리를 잡고 원고지를 채 워나가기 시작한다. 원고지 사용법을 알고는 있을 까 걱정스러워하는 기자의 질문에 한 중국인 여성 참가자는 “한국인 친구에게도 물어 보았고, 책을 보고 익혀왔기 때문에 이쯤은 걱정 없다”라고 답 해 기자의 걱정을 덜어주었다. 큰 문제없이 순탄 하게 글을 풀어가는 참가자들도 많았지만 열장이 넘는 원고지블 망친 참가자, 적탕한 표현이 생각 나지 않아 전자사전을 뒤지는 참가자 퉁 고생하는 참가자들도 눈에 띤다. 미국인 참가자인 제니퍼는 “제목이 너무 어려워서 쓰기가 힘들다. 한국어로 표현하는 것도 어렵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연세대 언어교육원이 주최하고 문화광광부가 후 원하는 이번 외국인 한글 백일장에는 60여 개국 에서 천여 명의 참가자들이 참가했다. 매년 한글 날을 기념하기 위해 10월에 열린 이 백일장에는 만 17세 이상이며 한국 거주 8년 이하인 외국인들 이 참가할수있었다. “이 백일장은 한국을 배우고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어 학습 동기를 강화해주 기 위한 행사업니다. 나아가 한글의 우수성을 알 리고 한글을 사랑하는 계기를 만드는데 좋은 계기 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연세대 한국어학당 관계자의 말이다. 이번 행사의 참가 소감을 묻자 “어렵긴 했지만 재있었어요. 한 글로 시 쓴다는 것이 아름답게 느껴져요. 한국어 공부 더 열심히 할 거 에요”라고 활짝 웃으면 대 답하는 한 일본인 참가자의 대답을 들으며 이 행 사의 목적이 충분히 달성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이 행사에서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는 외국인 들의 교류도 이루어져 외국인들 사이의 이른바 한 국 네트워크도 생성되는 역할도 한다고 한다.10 월의 가을, 원고지에 담긴 외국인들의 한글 사랑 은 한편의 시로 표현되고 있었다. 한글사랑음악회 한글가사로 한글사랑 리듬을 담다 “이번 행사는 한글날이 들어있는 10월을 맞아, 우리말과 글의 중요성을 돌이켜보는 겨1기를 갖기 위함 입니다 또한 전통적으로 춤과 노래를 좋아 하는 한국인들의 정서와 한국 노래를 외국 학생들 에게 알리게 될 행사입니다 ” 지난 10월 16일 학 교 문화관에서 있었던 ‘한글 사랑 음악회’ 를 주최 한 서울대학교 언어교육원 관계자의 말이다. 이번 행사는 관객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공연 내내 시 종일관 뜨거운 분위기였다. 공연을 했던 해오른 누리’ (해가 몬 밝은 세상이라는 뜻으로 노래로 세 상을 밝히겠다는 소망을 담은 이름)팀의 뛰어난 무대매너에 미국, 인도네시아, 몽골, 중국 등지에 서 온 다양한 외국인학생들이 박수를 아끼지 않았 다. 미 리 배부된 땀플렛에 가사가 있는 노래는 더 욱 호응도가 높았다 가사에 밑줄을 쳐가며 읽어 보는 학생도 있었다. 그 밖에도 특히 관객과 함께 하는 순서에서는 많은 외국인 학생들이 ‘개똥별 레’ ‘내가 만일“사노라면’ 등의 노래를 서투르 지만 열심히 따라 부르기도 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왔다는 한 남학생은 무대 앞으로 나가 비록 음정, 박자 다 틀린 노래였으나 가사를 음마하며 ‘내가 만일‘ 을 열창하기도 했다. 전통 민요와 가요를 아 우른 공연과 함께 인도네시아 학생들의 전통 춤 공연과 몽골 여학생의 독창도 깜짝 공연으로 병행되었다. 한 언어교육원 한국어 강좌 교사의 열창 에는 외국인 제자들의 기립 박수도 이어졌다. 축제 공식 휴강일에 있던 행사였으며, 홍보도 부 족하여 관객이 많지 않았던 공연이었지만 참여한 관객틀의 공연 만족도는 매우 높았다 선정된 노 래들은 우리말로 된 아름다운 가사의 것이었다. ‘내가 만일’ 의 노래 같은 경우는 이 한글 노랫말 이 아름답다고 느낀 외국인 학생들의 적극적인 요 청에 따라 선정된 곡이라 더 의미가 컸다. 이번 공연은 한금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고 외국인 학생들은 입 모아 말했다. 흘륭한 공연을 보여준 ‘해오른 누리’ 의 리더 이 호찬(43)씨와 환한 표정으로 공연 소감을 드러낸 인도네시아 관객 다쓰님(20)을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