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3월 국회에서 제정, 통과된 ‘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및방지에관한법률, 성매매방지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성매매특별법)’은 지난해 9월 23일 시행된 이후 지금까지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성매매 특별법이 좌파적인 정책이라는 말부터, 경제를 침체시킬 것이라는 우려등 현행법의 취지와는 전혀 다른 맥락에서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이런 논란 속에 성매매특별법에 대한 찬반, 성매매 합법화와 성매매 근절의 대립까지 야기되고 있으나 이러한 이분법적 논의속에 대립각을 세우는 것보다 성매매특별법의 제정 경위와 의의를 제대로 알고, 그 법이 성매매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바람직한 사례들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상 공백상태였던 윤락행위방지법 성매매특벌법 이전에는 성매매와 관련한 법이 없었을까? 현행법 이전에는 1961년 제정되고 1995년에 개정된 윤락행위등방지법이 존재했다. 윤방법은 성판매자 성구매자 모두를 형사처벌하는 등 성매매에 대한 엄격한 금지주의를 채택하고 있지만 성매매는 공공연히 이루어져 왔다. 2000년, 2002년 두차례 발생한 군산내 성매매 집결지역의 화재사건은 윤방법이 사실상 성매매의 현실과 괴리되어에 있었음을 드러냈다. 이에 문제의식을 느낀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앞장서 2001년 4월 성매매방지특별법 마련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를 구성하고 대체입법 마련에 착수하였다. 여성단체가 청원한 법안의 내용을 거의 그대로 한 법률안은 2004년 3월 2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었다. 국회의 법제사법위원회는 성매매특별법의 제안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성매매처벌법은 ‘다양화되어가는 성매매의 공급 및 중간 매개체들을 엄격히 처벌하고 근절’하는 취지를 가지고 있고, 성매매피해자보호법은 ‘성매매 된 자 및 성을 파는 행위를 한 자의 보호와 자립을 지원하고, 원활한 사회복귀와 성매매행위 재발을 방지’하고자 제정되었다. 윤락에서 성매매로 성매매특별법에서는 ‘윤락’이 아닌 ‘성매매’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윤방법에서 윤락행위는 ‘불특정인을 상대로 하여 금품 기타 재산상의 이익을 받거나 받을 것을 약속하고 성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고 명시되어 있어 문제의 초점이 성 구매자, 성매매가 이루어지게 하는 다양한 중간매개자가 아닌 윤락여성에게 맞추어졌다. 그동안 여성계에서는 윤락이라는 단어 자체에 순결, 정조, 도덕관념을 중시하는 관점이 내재해서 성매매 여성에 대한 도덕적 낙인 효과가 있다는 꾸준한 문제제기를 해왔었다. 성매매특별법에서 사용되는 ‘성매매’란 단어는 ‘윤락’이라는 단어에 비해 중립적인 용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성매매의 범죄성을 분명히 하고 성매매를 양자관계가 아닌 알선업자가 존재하는 3자관계로 규정지음으로써 기존의 법이 성매매 당사자, 그중에서도 여성을 타겟으로 잡는 관점에서의 변화를 보이고 있다. 또한 성매매특별법의 ‘성매매’를 규정하는 조항에서는 기존 윤방법의 성기접촉에 한정된 성행위보다 넓은 범위의 성행위를 채택했다. 성교행위에서 유사성교행위까지 범위를 넓혀 실질적인 성매매 근절을 위한 법 실행의 의지를 높였다고 할 수 있다. 지난 3월, 실제로 손을 이용한 유사 성행위를 알선한 40대가 구속된 사건이 있었다. 이는 기존에 유사 성행위를 구강.항문을 이용한 것으로만 해석해 오던 것에 비해 이례적인 판결이라 할 수 있다. 법 실행의 의지를 높이는 과정 속에 유사 성행위의 범위가 넓어진다면, 법망을 빠져나가는 변종 성매매 업소가 줄어들 전망이다. 불완전한 ‘성매매 피해자’라는 개념 성매매특별법에는 이전에 없던 ‘성매매 피해자’라는 개념이 도입되었다. 성매매 여성이 성매매 피해자로 규정된 경우 형사처벌을 받지 않아도 된다. 양현아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이는 여성의 성매매가 도덕적 타락, 자발성에 의한 선택이 아니라 빈곤, 여성노동시장, 이외 성매매 산업 자체의 착취구조에 따른 것이라는 시각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성매매특별법 초기 발의 안에서 피해자 여성을 ‘위계 또는 선불금 채무의 이용’ 상태에서 성매매 한 여성으로 명시한 조항을 삭제한 것은 성매매 피해 여성이 범죄자가 될 가능성을 마련한다. 대부분 성매매 여성이 피해를 겪는 부분은 선불금 문제이기 때문이다. 위의 조항이 삭제된 현행법이 성매매 피해자를 규정짓는 근거 중에 하나는 ‘위계, 위력 그 밖에 이에 준하는 방법으로 성매매를 강요당한자’이다. 따라서 여기서의 위력을 폭행과 같은 유형적 힘 뿐 만이 아닌 선불금 변제 강요와 같은 무형적 힘, 사회/경제적인 위치를 이용한 힘에 까지 적용할 수 있도록 법의 적극적인 해석이 요구된다. 이처럼 성매매 피해자라는 개념을 마련해 성매매여성의 비범죄화에 대한 가능성을 남겨두고 있지만, 성매매특별법 역시 쌍벌주의를 원칙으로 한다. 이에 대해 양현아 교수는 “피해여성의 개념이 도입됐으나 성매매 여성이 자신의 피해를 드러내기 위해서는 범죄자가 될 ‘각오’를 하고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성 구매자만 형사처벌을 받게 함으로써 성매매 근절에 큰 효과를 보았던 스웨덴처럼 우리나라도 이러한 법안을 마련하는 것이 좋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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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이 쌍벌죄를 기초로 하고 있지만, 성매매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법이 제정되었음을 인지한다면 실질적인 적용에서 유연성을 보일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지난해 상습적 성매매를 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성매매 여성이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판결을 내린 이정렬 판사는 “성매매 여성들을 보호하려고 한 법으로 여성을 처벌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법의 취지를 설명했다. ‘성매매알선등행위’ , ‘성매매 목적의 인신매매’ 개념 도입 성매매처벌법 제 2조에는 ‘성매매알선등행위’와 ‘성매매 목적의 인신매매’ 개념이 새로이 등장하고 있다. 각각은 성매매를 알선, 권유, 유인 또는 강요하는데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행위와 매매를 비롯해 음란한 영상을 표현하도록 대상자를 지배/관리하는데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이러한 개념은 성매매 개별자들보다는 이를 매개하는 행위와 매개자에 대한 처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재 한국의 성매매는 성매매 당사자들간에 의한 것보다는 성매매를 알선하고 대상자를 인신매매 함으로써 얻는 이윤에 의한 것이다. 따라서 성매매 특별법에 이러한 개념이 적용된 것은 이전 윤방법에 비해 성매매의 현 상황이 잘 반영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러한 변화와 함께 벌칙의 강화 뿐만이 아니라 기존 윤방법에 비해 성매매를 강요, 알선, 광고 등의 행위에 따라 벌칙을 세분화시킴으로써 이전에 없던 범죄 행위가 성매매특별법에는 추가되었다. 눈여겨 볼만한 새로운 조항 이 외에도 현행법에는 눈여겨 볼만한 조항들이 추가돼 있다. 성매매를 신고하는 사람, 성매매 피해자, 증인을 심문할 때, 특정범죄신고자등보호법의 규정을 준용해야 하는 ‘신변보호규정의 신설’(제6조), 성매매와 관련한 채권, 채무는 무효가 되는 ‘불법원인으로 인한 채권무효’(제10조), 성매매 사건에 관련된 외국인 여성의 강제출국과 외국인 보호소강제수요를 유예하는 ‘외국인 여성에 대한 특례 신설’(제11조), 성매매 알선, 광고, 권유 등의 범죄로 얻은 금품, 재산을 몰수하도록 하는 ‘재산의 몰수, 추징규정신설’(제25)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불법원인으로 인한 채권 무효와 같은 경우 업주, 알선자 이외의 자가 가지는 채권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효하다. 따라서 업주들이 이것을 이용해 성매매 여성을 옭아매는 족쇄로 사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 조항 역시 법의 취지를 떠올려 이러한 현실적 상황을 반영해야 한다. 또한 ‘재산의 몰수, 추징규정 신설’이라는 조항을 성매매 여성의 현실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양현아 교수는 “이 법을 통해 국고로 환원된 돈이 직접적으로 성매매 여성에게 돌아가지는 않지만, 성매매 여성은 국가에게 불법행위에 대한 방조라는 명목 등으로 손해배상액을 청구할 수 있어야 하며, 성매매 여성에게 경제적 지원이 돌아갈 수 있는 소가 활발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범죄행위 윤방법 성매매특별법성매매를 강요 5년 이하 징역1천 5백만원 이하 벌금 10년 이상의 징역 1억원 이하의 벌금대가의 전부·일부를 받거나 약속받음으로 약속한 성매를 강요 7년 징역 2천만원 이하 벌금 1년 이상 징역미성년자에 대한 성매매 강요10년 이하 징역청소년성보호에관한법률에 의함돈,토지,장소를 제공함으로써성매매를 알선하고 대가를 받음5년 이하 징역1천 5백만원 이하 벌금 7년 이하의 징역7000만원 이하의 벌금성매매로 유인, 권유성매매 장소를 제공3년 이하 징역 또는1천만원 이하 벌금*윤락행위의 상대자를 권유, 유인: 2년 이하 징역 5백만원 이하 벌금3년 이하의 징역3천만원 이하의 벌금*성을 파는 행위자 모집, 직업소개, 알선 포함양현아 교수의 논문 참조성매매특별법, 현장에서 빛을 발하려면 성매매특별법이 제정된 취지는 성매매 피해 여성들을 지원하고 성매매 여성을 착취하는 성매매 구조를 근절시켜나가는 데에 있다. 따라서 성매매 집결지뿐만이 아닌 다양한 형태의 음성적 성매매 업소의 업주, 포주들의 처벌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실효성 있게 이루어지냐는 중요한 문제이다. 그런데도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언론은 이 법의 초점을 남성의 성욕 해결,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 여성계와 성매매 여성간의 대립에 맞추고 있다. 성매매 피해 여성의 인권에 대해 양현아 교수는 “이 법을 통해 성매매 여성의 피해 입증이 잘 이루어져야한다”며 성매매 여성 모두를 피해자화 시킨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피해자로 입증한다는 것을 피해 사실의 공적인 확인, 적당한 보상 및 보호에 대한 요구 등의 행위자성으로 받아들여야한다”고 말했따. 이에 대해, 여성활동가 원미혜씨는 “성매매 피해 여성의 인권도 좋지만, 피해 여성으로 입증되지 않는 또는 스스로가 피해 여성이 되고 싶어 하지 않는 성매매 여성의 요구에도 귀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착취적인 성매매 구조의 근절, 성매매 여성의 인권보호가 성매매특별법의 취지임은 국회가 이 법의 제정 이유를 담은 글에서도 드러난다. 단속을 통한 가시적인 성과, 성매매특별법의 존재가 이 취지를 담보해 내는 것은 아니다. 성매매특별법이 담아내지 못할 성매매여성들의 현실에 법이 유연하게 작용함으로써 개별 사례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적용이 쌓여나가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